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전보다 생활은 나아졌고, 능력적으로는 나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심각한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책을 낸 이후, 나는 소설을 계속 써 왔지만,
'여기에는 올릴 수가 없어.'
또는 '아직 미완성인데 올려도 될까.'
이런 생각뿐이었다.
원고는 있지만, 올릴 수는 없는 상태.
올려버리면 세계관을 확정짓는거라
올려도 될까.
하는 생각.
그렇게 써 놓기만 써 놓고,
어디에다가 올린 적이 없어서,
지금과 같이 공허한 마음에 시달리게 된건지
다른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하여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폐허와 끝을 알 수 없는 공허감으로 가득 차 있는게
한숨만 나온다.
나는 주말되기 전날
오전에는 사무실에 남아서 일을 하기로 하고,
오후에는 명상을 하러 가겠다고 말을 해 두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 마음을 리셋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마치 분기마다 가는 것처럼
이유를 묻자, 나는 그냥 웃었다.
내가 마음이 폐허가 되어서
겉으로는 괜찮다.
세상과 나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하러 간다고는,
그리하여 내가 마음을 놓고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생기를 회복하고 온다고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