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더 빠르게

자전거 구하기

by 김케빈

며칠 전부터 계속 스트레스였다.

타고 다니던 자전거는 펑크가 나고,

바람을 넣는 기계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나는 계속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집에 올 때는 밤 10시, 11시가 되어서


나는 밤 늦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괴롭게 집에 와야 했었다.

아침에 집에 나가기 전에는 시간을 맞춰 나가서 회사를 가는 버스를 타야 했었다.

갈 때는 괜찮았지만 올 때가 문제였다.

쉬는 시간에는 책을 쓰고, 근무 시간에는 일을 하느라 모든 체력이 소진된 채 집에 걸어서 오면 짜증이 났다.


밤 11시, 기온은 33도. 날씨 습함. 밤에는 그래도 시원하잖아? 라는 말을 들으면

빔에 집에 땀을 뻘뻘 흘리고 온 사람을 보고서도 매일 아침에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사람이 눈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에 봉사라는 말을 새삼 실감한다.

밤이면 시원하다, 라는 생각이 뇌에 찍혀서 그걸 들고 있는 이상

그게 겨울이던, 봄이던, 낮에 37도고, 밤 11시가 되어도 32도인 열대야 폭염 경보가 펼쳐져도


컴퓨터마냥 뇌에 사진처럼 찍힌 그 정보를 보고


"밤이면 시원하니까. 그러니까 걸어오면 되잖아. 운동도 되고."

라고 말하는 게 사람이 자기 혼자, 스스로 똑똑하다고 착각하면서, 뿌듯하게 말하는 것의 한계이니까.


심리학 비스무리한 탈을 쓰고서는 '저 사람은 밤이라면 무조건 시원할 거라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 같은

설명력 떨어지른 추론 같은 걸 말하는 거랑은 완전 다른 거다.



자전거를 어떻게든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수단과 방법을 '가져야 한다' 라는 생각 때문에 생각의 폭이 잔뜩 좁아져 있었다.



그 수단과 방법을 '가져야만 한다' 라는 게 내 마음을 꽉 조이고 있었다. 신용카드를 없애버리고 한 달동안

돈 없이 지내다 보니까 여유를 잃어버렸다. 돈이 있더라도 필요할 때 돈을 쓸 수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안나가기 일쑤였다.


없다, 없다. 없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여유도 없다. 나는 없다. 가진게 없다. 부족하다. 이런 생각에 매일 쫓겨 다니다 보니까 빌릴 수 있는 자전거를 매일같이 보고 다녔으면서도 심봉사처럼 다녔다. 그러면서 걸어다니면서 짜증을 냈다.


1초, 1초 가는 시간이 젊은이인 내가 다 늙은 꼰대 노친네가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화가 났다.

피같은 시간이 가고 있었다.


한글자라도 빨리, 시간이 가기전에 써야 하는데.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면서 적게 먹는 걸 병행하면서 2달만에 거의 10kg를 빼고 남들의 칭찬이 쏟아지고, 엄마는 운동을 조금만 더 해서 빨리 빼면 된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나는 뒷전이었다. 먹는 걸 그렇게나 좋아했던 나였지만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집필을 시작하자, 몸에 있는 에너지란 에너지를 다 끌어써서 내부가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한 먹을 걸 입에 대지 않고 일과 작업에 몰두했다.


나는 한두달 뒤면 소설을 영원히 못쓸지도 몰랐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현실에 찌들은 꼰대가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본인이 절실히 하고 싶은게 있는데 한두달 뒤에 못하게 된다고 치자. 그것도 거의 확정적으로.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대략 나올 것이라고 본다.








어찌되었든, 안먹고 적당히 움직이기만 해도 살은 일정 수준까지는 빠졌다.


살이 빠진 나를 보면, 나를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살이 많이 빠졌네? 얼마나 빠졌어?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나는 그냥 다이어트 프로그램 좀 받고, 좀 덜 먹고 있다고 말하고, 거의 10kg 빠졌다고. 체중계도 잘 안 본다


집필 활동에 미친듯이 매진을 하다 보면 안 먹게 된다. 안 쓰게 되고.


아무리 먹을 게 좋다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음, 어린 감성과 맞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피자나 치킨은 나중에 먹을 수 있어도, 그런 순간은 지나가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쓸 수 있는 글은 40대가 되면 못 쓴다. 운없으면 더 찌든 글을 쓸 수도 있으니 내가 필사적인 것이다. 어린왕자로 남기 위해서. 지금 20대 감성으로 글 안 써진다. 잘 해봐야 20대 후반 감성이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20대 초반에 썼던 작품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이고,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었다.


그래서 자전거가 절실한 것이다.


뭐, 자동차를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유지비가 들어간다.

전동도 있지만 아예 몸을 안쓰면 글쓰는데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출근할 때 버스 집에 올때 걸어다니면 자전거를 타서 출퇴근하고 이동하는 데 쓰는 시간을 매일 30분씩 날리는 셈이다 1주일이면 4시간이고 4시간이면 시나리오가 어느정도 써져 있으면 원고 10페이지를 쓸 수 있다.

스토리를 빨리 진행하면 챕터마저 쫙쫙 넘길 수 있다.


이런 걸 누가 알고 말해도 이해를 할까? 같은 작가가 아닌 이상.


내 작품을 쓰기 위한 시간이나 휴식 시간 같은 걸 누가 챙겨줄까?

'내 일' 을 하기 위한 시간은 가족조차 말하지 않으면 챙겨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돈 잘 버는 일이 아니라면? 뭐, 결론은 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그래서 빌리는 자전거를 미루고 미루다가 구했다. 굉장히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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