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알라고?
나는 소설을 쓰는 데 발버둥을 치고 있는 소설가이다.
장르소설, 그 중에서 웹소설, 웹소설 중에서는 판타지를 많이 쓴다.
현실과 동떨어지는 걸 왜 쓰냐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 쪽에서 봤을 때에서도 그건 굉장히 웃기는 소리다.
현실을 봐라, 하면서 하고 있는 거라고는
돈, 사랑, 가족, 명예를 못 가졌다고 술 퍼시고, 옆 사람 붙잡고 원망하면서 고래고래 소리 질러가고
번들번들한 눈으로 사랑한다 너밖에 없다 하고서 했던 사람한테 죽일놈, 살릴 놈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증오어린 말을 퍼부었다가 다음 날 필요하면 엉겨붙는 게 현실 아닌가? 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카타르시스 느낄만한 요소 하나 없다.
판타지 장르소설에서는 그랬다가 화해하고 극복하고, 나쁜놈은 탈탈 털리고 이러면서 변화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게 거의 없다.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런 걸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리타분하게 먼저 다가가라, 친절하게 대하라 이런 말들이 넘쳐난다. 감정의 골이 깊었던 부모자식, 장인 사위 간에 얼마나 많이 해결이 되는가. 그런 골때리는 거 모아놓은 프로그램을 봐도, 음. 진정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심이 된다.
새드앤딩을 보고 현실, 현실 하고 있다. 그것만. 현실 속의 해피 앤딩을 보고서 그런 현실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말한다.
' 그건 남 이야기야.' '그건 판타지잖아.'
맞다. 현실 속에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자괴감 드니까 소설이라도 보면서 위안을 느끼면 될텐데.
판타지를 쓰는 사람이 현실세계를 하나도 안 보고사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소잿거리랑 상관이 없는 부분에만 까막눈일 뿐이고 한참 자기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때 까막눈이나 봉사가 될 뿐이다.
필요하고 숨 돌릴 여유가 생겼을 때 왕창 몰아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