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체를 드러내기 싫다.
얼마 전에 자서전을 써서 냈다.
항상 필명으로만 활동을 하다가, 실명으로 써서 낸 책이었다.
그런데 실명으로 책을 내니까 왠지 기분이 굉장히 나쁘고 싫었다.
책임감이랄까 무게랄까.
표현을 하는데도 굉장히 조심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말이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글을 쓸 때는 다르다.
겉의 웃는 모습과 다르게,
쓴 글을 보면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여겨질 만큼
다른 사람이다.
그렇게 자서전을 써서 과거사를 까 놓는다고 해서 그렇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내가 남의 실명을 거론한 건 하나도 없었고, 실명 거론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명상을 하고 내 밑바닥을 보고,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그 이하를 보면서
그렇게 대단하고 고고하고 생각했던 내가 그런 놈이 아니었다는 건
여러 번이나 알았다.
인정하지 못한 게 많아서 머뭇거림이 많을 뿐이고 행동을 못할 뿐이다.
어차피 밑바닥.
나는 저 위에서 고고하게 있는 선비들은 아니다.
그래서 왠지, 이렇게 된 거 그냥 거리낌없이 표현을 해도 되겠다는 표현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