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뒤 어떤 질문을 해보는 게 좋을까요?(1부)

by 책키럽

아이와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질문을 해줘야 아이가 생각을 키울까, 창의력이 자랄까, 감정이 자랄까… 그런 고민이 드시지요. 사실 이 질문에는 부모님의 깊은 사랑과 불안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냥 읽기만 해서 될까,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뭔가 더 해줘야 하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사고력 독서’, ‘질문하는 아이가 미래를 바꾼다’는 말들이 많아지면서, ‘질문 없이 읽는 독서는 불완전한 게 아닐까?’ 하는 부담도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반문도 하시죠.

“다른 집 아이들은 책 읽고 궁금한 걸 막 말한다던데, 우리 아이는 왜 질문이 없을까요?”

“질문을 해야 사고력이 자란다는데…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

정말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교실에서도, 상담 자리에서도, 학부모 연수에서도요.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렇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으면서 꼭 질문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질문을 해도 좋지만, 안 해도 괜찮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것 자체가 사실은 사랑이고, 그 책을 함께 넘기는 순간이 이미 깊은 교육의 시간입니다.


그리고요, 어떤 질문이든 ‘해야 해서’ 꺼내는 질문은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 감정도 안 생기고, 내용도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니?”,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물어보면 아이는 속으로 “몰라요... 그냥 재미없었어요…”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반복되면 책이 생각의 출발점이 아니라 ‘시험의 시작점’이 되어버리죠.


그래서 저는 말씀드립니다. 처음 단계에서는, 한 200권 정도까지는 질문하지 말고 그냥 재미로 읽으세요. “200권이요?” 하고 놀라실 수도 있지만, 제가 교실에서 체감한 대략적인 수치랍니다. 이 시기의 목표는 ‘생각을 꺼내는 독서’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독서입니다.


아이가 아직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질문부터 꺼내는 건,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갑자기 생 야채를 먹이는 것과 비슷해요. 우리 어머니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이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으로 권하시지요? 당근을 안 먹는 아이에게 잘게 다져서 카레에 넣고, 볶음밥에 살짝 섞고, 그림 그리기 놀이로 다가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책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책을 읽는 경험이 따뜻하고 재밌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도서관에서 엄마랑 손잡고 신나게 구경했던 날, 내가 좋아하는 공룡 책을 선물처럼 받았던 순간, 포근한 이불속에서 코코아 한잔 하며 웃으면서 읽었던 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책은 아이에게 ‘공부’가 아니라 ‘위로’와 ‘즐거움’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쌓여 질문이 자라기 시작하는 토양이 되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혼자 책을 들고, 이야기 속에 푹 빠져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신다면, 그게 바로 1단계의 완성입니다. 책을 좋아하게 된 것, 이보다 더 큰 성공은 없어요.

이때까지는 혼내거나 비교하지 마세요. “너는 왜 책을 안 읽니?”, “옆집 누구는 하루에 3권 읽는다더라” 이런 말은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독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듯, 아이도 각자의 템포로 독서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그저 아이의 뿌리가 건강하게 뻗어가도록 옆에서 도와주면 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언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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