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신과 소년이 알려준 존재의 의미
혼자인 게 익숙해질 무렵
아무에게도 불리지 않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하루들이 있었다.
그런 날엔
세상이 나를 잊은 건 아닐까,
내가 처음부터 없던 건 아닐까,
가만히 마음 속을 두드려보곤 했다.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흐릿해질 때,
어느 벤치 위에서 눈을 떴다.
그곳에선
황금빛 눈동자의 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드디어, 신부가 왔구나."
너는 내가 누구든 괜찮다고 했다.
나는 기억을 잃었다.
과거도, 이름도, 사랑했던 감정조차.
그런 나에게,
너는 따뜻하게 꼬리를 말아 안기듯
조용히 곁을 내주었다.
"네가 누구였든 상관없어."
"지금 여기 있는 너면 돼."
그 말은
어떤 기억보다 선명하게 가슴에 새겨졌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너의 믿음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사랑은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작은 기적
100년을 기다려온 용과
기억을 잃은 소년.
이 이상하게도 닮은 두 존재의 하루는
짧지만 찬란했다.
눈부신 혼례처럼,
슬픈 심장의 고동처럼,
잠시뿐이지만 전부였던 그 하루.
누군가에게 기다려졌다는 사실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온기인지도 모른다.
그건 외로움을 ‘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는 것’이었으니까.
당신은,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