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이 다시 나를 움직이기 시작할 때

- 다시 시작이라는 말의 무게

by 북돌이

나는 일본어를 배울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멈추곤 했다.

히라가나에서 포기하고, 한자 앞에서 돌아서고,

문법 설명을 마주하면 마음이 먼저 주저앉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나의 의지 부족을 다시 확인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걸린 문장은

‘낯선 글자와 많은 한자들, 복잡한 문법 앞에서 지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나에게만 들리는 조용한 일침 같았다.

누군가 내 기록되지 않은 실패의 페이지들을 들여다보고

적어둔 문장처럼, 묘하게 나를 멈춰 세웠다.


하지만 그 문장 뒤에 이어진 말이 내 마음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밀어 올렸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 말은 한 번도 나에게 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나는 항상 큰 계획으로 시작했고, 그 무게 때문에 금세 지쳤다.

정작 필요한 건 거창한 의지가 아니라,

꾸준히 익숙해지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 작은 성공이 주는 희한한 용기


책 속 필사 칸에 펜촉을 대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용해졌다.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한다’라는 첫 문장은

단순한 일본어 학습 문장을 넘어, 요즘의 내 상태를 이야기해주는 듯했다.

꼭 일본어가 아니더라도, 나는 무엇이든 ‘조금씩’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욕심을 냈고, 그래서 늘 지쳤다.


책은 그런 나에게 아주 사소한 승리를 선물했다.

선생님과 학생의 짧은 회화, 오늘의 단어, 따라 쓰는 한 줄.

단 10분이었다.

하지만 그 10분이 주는 성취감은 생각보다 크고 묵직했다.

‘아,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구나.’

그 감정이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음독을 한글로 적어두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나는 한글 음독에 너무 의존해서 정작 일본어를 ‘읽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머리로 외우는 공부만 반복했고, 그러다 막히면 포기의 변명만 더 늘어갔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처음부터 조금 더 정직하게 마주하게 했다.

글자를 보며 소리를 직접 떠올리고, 틀리더라도 한 번 더 시도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작지 않은 변화였다.


- 10분이 쌓이면 마음이 달라진다


스케줄표 첫 칸에 날짜를 적으면서

나는 마치 새로운 다이어리 첫 장을 여는 사람처럼 들뜬 마음이 들었다.

할 수 있을까?

지속할 수 있을까?

그 질문들은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그 뒤에 아주 미세한 희망 하나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10분이잖아.’


이 책은 100일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라는 가장 짧은 단위에 집중하게 한다.

딱 한 문장이면 충분하고, 딱 한 번 소리 내면 괜찮다.

그렇게 반복되는 작고 가벼운 시도가 어느 순간 커다란 흐름이 된다고 말해준다.


나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포기와 시작의 반복 속에서도,

아직도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기쁘다.

책을 덮고 난 뒤, 오늘도 10분을 적어두며 작은 의지를 하나 더 세워본다.


- 오늘, 단 10분만 더


일본어를 마스터하고 싶은 마음보다

지금은 ‘꾸준히 해낸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언젠가 한자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히라가나를 다시 외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펜을 든다.



오늘 배운 문장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든다면,

그건 내가 포기하지 않은 시간 덕분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10분을 쌓아가고 있는가?

혹시 나와 함께, 아주 작은 성장의 여정을 시작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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