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정답을 말해줄 때

- 천벌보다 무서운 건 내 안의 확신

by 북돌이

[도서 줄거리 요약]

작은 마을에서 연쇄 고양이 학살 사건이 벌어지고,

초등학교 4학년 요시오는 친구들과 탐정단을 꾸려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전학생 스즈키는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며

사건의 범인과 여러 미래의 단서를 거침없이 알려주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공포가 뒤엉킨 추적은 점점 더 낯설고

잔혹한 진실의 방향으로 굽이친다.


이야기는 신의 권위와 인간의 도덕,

정답을 아는 자의 책임을 독자에게 되돌려 묻는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왜인지 촛불을 떠올렸다.


열 개의 케이크 위에 남은 촛불 하나.

마치 누가 숫자를 몰래 지워버린 것처럼.


가족은 웃고 있는데

아이의 가슴은 먼저 서늘해진다.



어른이 된 나는

그 장면을 너무 잘 안다고 착각했다.


불길한 예감은 늘 그렇게 온다.

설명보다 먼저, 감각으로.


그리고 나는 그 감각을

대개 “기분 탓”이라고 눌러 덮어왔다.



신 게임은 그 얇은 덮개를

손톱으로 긁어내는 소설이었다.


무섭게 만드는 건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내 태도였다.


나는 진실을 원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안심을 원하는 사람이었다.



-정답이 먼저 주어질 때,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살면서 몇 번은

누군가 내 인생의 답을 대신 말해준 적이 있다.


너는 이런 사람이야.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이쯤에서 그만해.


그 말들이 다정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다정함은 종종

책임을 잘라내는 칼이기도 했다.


답을 들은 순간

나는 더 묻지 않게 된다.


왜 그런지, 어떻게 가능한지,

그 사이에 누가 다쳤는지.



신 게임의 신은

전지전능해 보이지만 친절하지 않다.


그는 답을 준다.

하지만 이유는 주지 않는다.


나는 그 불친절이 이상하게도

현실과 닮았다고 느꼈다.



회사에서도, 관계에서도

우리는 종종 “결론”을 먼저 원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무엇이 옳은지.

이 일이 끝나려면 뭘 해야 하는지.


하지만 결론은

대부분 너무 빠르게 도착한다.



결론이 먼저 오면

그 뒤에 있어야 할 과정이 유실된다.


과정이 사라지면

사람이 사라진다.


사람이 사라지면

도덕은 숫자처럼 계산된다.



나는 요즘

내 안의 작은 판사를 경계한다.


그는 늘 확신에 찬 얼굴로

누군가에게 벌점을 주려 한다.


그 판사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내가 그를 정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천벌을 바라며,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책 속 아이들은

범인을 잡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은 순수해서

오히려 위험하다.


순수는 때때로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또렷해서,


그 미움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천벌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나 대신 누군가가

정의로운 손을 내려줄 것 같아서.


그런데 천벌이 내려오는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라진다.


생각, 확인, 망설임, 책임.

그 모든 것이 한 방에 정리된다.



정리된 마음은 편하다.

편하다는 건 자주, 위험하다.


나는 편해지려고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는 악인, 나는 피해자.

그는 가해자, 나는 선한 편.



신 게임은

그 단순한 줄을 끊어버린다.


“신은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은

결국 이런 말로 들렸다.


내가 옳다고 믿는 나는

언제나 옳은가.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신보다 내 확신이 더 무서웠다.


신은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내 확신은 지루하지 않다.


내 확신은 늘 새로운 대상을 찾아

계속 판단하고, 계속 낙인찍는다.



-서른여섯 살까지, 미래를 아는 삶의 무게



어떤 문장은

읽는 순간 몸에 붙는다.


언제까지는 죽지 않는다는 말.

미래가 고정된 것 같은 말.


나는 그 문장을 보며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모르는 미래는 불안하지만

아는 미래는 더 무섭다.


모르는 동안에는

나는 매일을 선택이라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 확정되는 순간

오늘은 단지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 된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미래의 안전일까,


아니면

오늘을 살아낼 이유일까.


나는 후자 쪽에 더 가깝다는 걸

요즘에서야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정답보다 질문을 곁에 두기로 했다.


나는 왜 이걸 믿고 싶지.

나는 왜 이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지.

나는 왜 빨리 끝내고 싶지.


질문을 붙잡고 있으면

판사는 조금 조용해진다.



책을 덮고 나서도

촛불 하나가 오래 남았다.


그 촛불은 불길함이 아니라

경고처럼 보였다.


정답을 너무 쉽게 믿지 말 것.

천벌을 너무 쉽게 바라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도덕을 너무 쉽게 면제하지 말 것.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결론을 듣기 전에


내 마음의 속도를

한 번만 늦춰보려 한다.


당신은 어떤가.

정답이 먼저 주어질 때,

당신은 그 정답을 얼마나 쉽게 믿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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