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는 말에는 눈동자가 있다, 금지구역의 도시

- 경고문이 남긴 잔향을 따라 걷기

by 북돌이

[도서 줄거리 요약]

월영시에는 금지구역이 존재하고,

그 경계를 넘는 이들이 등장한다


재개발 아파트 지하에서 낡은 붉은 문이 나타나며,

내부는 끝없이 확장된다

철거 작업자는 모텔에 서린 악취를 혼자만 느끼고,

불길한 기척을 좇는다


눈 내릴 듯한 날, 호묘산에서 만난 경고는 무시되고

산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폐쇄된 유치원과 재의산 같은 장소에서,

출입 금지는 곧 대가의 예고가 된다


표지의 테이프에는 눈동자가 박혀 있고

서로 교차한 띠가 나를 조용히 감싼다

누군가는 폴리스 라인이라 부르겠지만

내겐 경고문이 아니라 시선처럼 느껴진다

도시는 늘 친절한 척한다

출입금지, 관계자 외, 절대 금지

짧은 문장으로 우리를 밀어내면서도

그 안쪽을 더 또렷하게 그려 보여준다


하지 말라는 말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 정확히 그곳을 상상한다

문 하나, 계단 하나, 어둠의 틈 하나

금지는 가로막음이 아니라

가장 선명한 초대장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런 문 앞에 서 본 적이 있다

공사장 가림막 뒤로 새어 나오던 불빛

아무도 모르게 열려 있던 통로의 냄새

딱 한 번만 보고 오자는 마음이

어째서 늘 두 번째 발걸음을 부르는지

그때의 나는 늘 핑계를 준비했다

시간이 없어서, 확인만 하고 와서

남들도 다 해서, 나만 안 하면 손해라서

금지선 밖에서 만든 말들이

금지선 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월영시는 그런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다섯 개의 이야기로 말한다

누구나 다른 이유로 문을 연다고

하지만 문이 열린 뒤의 공포는

이유를 가려 주지 않는다고

뒷문은 붉은빛을 남긴 채 사라지고

남은 건 비슷한 벽의 연속과

돌아갈 방향을 잃은 발바닥이다

낙원모텔의 공기는 혼자만 맡는 악취로

현실의 합리성을 조용히 무너뜨린다

호묘산에서는 누군가의 충고가

눈송이처럼 가볍게 떨어졌다가

늦게서야 무게를 드러낸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의 문들은

꿈속에서도 계속 미닫히며 이어지고

재의산의 낡은 안내판은

읽는 순간보다 무시한 순간을 기억한다



이 책이 무서운 건 괴물이 커서가 아니라

금기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이

너무 익숙해서다

돈, 인정, 호기심, 애틋함 같은 것들이

선을 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섯 명의 목소리는 다 다르다

서로 다른 말투가 한 도시 안에서

서로 다른 골목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장면에서는

웃듯이 읽다가도

다음 장면에서 목덜미가 식는다


금지는 늘 불편한 말로 다가오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경험이 남긴

마지막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 문장을 비웃는 순간

도시는 우리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읽고 나면 문득 주변의 표지판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아파트 지하의 출입문, 폐쇄된 건물,

산길의 낡은 팻말, 불 꺼진 유치원

그것들은 겁을 주는 장치라기보다

우리의 마음을 시험하는 문장 같다



그러니 오늘은 한 번만

내가 넘어가려던 선을 떠올려 본다

그 선이 나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

나를 살리려는 방식일 수도 있다고


오늘 여러분은 어떤 금지선을 지키며 걷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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