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 익숙한 거리의 그림자가 말을 걸 때

by 북돌이

[도서 줄거리 요약]

네 명의 작가가 서울 네 지역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사건을 따라가는 소설집이다.


개봉동에서는 오래전 실종된 소년의 이름으로

협박 편지가 도착하며 단서가 퍼져 나간다.

연희동에서는 재개발 소식이 번지며 한 여성의

일상이 이웃과 집의 변화 속에서 흔들린다.


혜화의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연극의 장면과

닮은 죽음이 발견되며 관계자들이 거론된다.

신촌에서는 며칠 전 만난 여인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기억의 불일치가 추적을 만든다.


서울을 오래 안다고 믿는 마음이

가끔은 가장 큰 착각처럼 느껴진다.

지도 위에서는 늘 같은 자리인데

하루만 지나도 다른 표정을 하고,

한 번만 어긋나도 낯선 골목이 된다.

개봉동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시골처럼 이웃의 소문이 빠르다.

현관 앞에 앉아 오가는 시간을

구경하는 시선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평온한 풍경 사이로

누군가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다.

사라진 건 사람일까, 목적일까.

돈도 요구하지 않는 편지라면

왜 굳이 들킬 위험을 감수했을까.

이유 없는 악의가 제일 무섭다.

설명할 수 없어서 더 오래 남는다.



연희동의 하늘은 한때 넓었지만

재개발 소식은 하늘부터 접어 버린다.

집을 팔고 떠나는 사람들의 발소리,

남겨진 사람의 생활만 더 또렷해진다.

불안은 누군가의 말투를 닮아 가고

결국 한 사람의 하루를 잠식한다.

경찰서의 형광등 아래에서

증거가 없다는 말은 너무 쉽다.

그 말은 종종 누군가에게

혼자 버티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때부터 싸움은 사건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지키는 일이 된다.



혜화의 마로니에 공원은

꿈을 좇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빛난다.

하지만 꿈의 무대는 때때로

현실의 그림자를 가장 닮은 자세로

죽음을 남겨 놓기도 한다.

연극 대본과 같은 장면이라면

누군가는 그 장면을 믿었을까.

시기와 질투와 경쟁의 표정이

대사의 끝마다 묻어나는 도시.

서울은 박수 소리 뒤에

긴 정적을 숨기는 법도 안다.



신촌으로 오면 사람들은 빨라진다.

이름도 표정도 가볍게 스쳐 간다.

어제 만난 여인이 사라졌을 때

도시는 모른 척하는 데 익숙하다.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

같은 사람조차 다른 사람처럼 남는다.

이방인의 혼란은 더 선명하다.

겉모습은 선진 도시처럼 반짝이는데

손끝에 닿는 감각은 미묘하게 다르다.

그 차이는 오래 살아도 지워지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까지 흔든다.

사라지는 건 누군가만이 아니라

내가 믿던 기준도 함께다.

결국 네 개의 사건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해부하는 것 같다.

골목의 소문, 집의 거래, 무대의 조명,

캠퍼스 근처의 익명성이 한데 얽혀

서울의 균열이 우리 쪽으로 기운다.

오늘도 서울은 평소처럼 바쁘고,

그래서 더 아무 일도 아닌 척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평소가

누군가에게는 결정적인 밤이 된다.


여러분은 익숙한 거리에서 문득

낯선 기척을 느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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