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반려동물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적어 보내는 이벤트였는데 1등에 당첨이 되어 동물에 관한 그림책을 무려 7권이나 받았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너는 ( ) 고양이》(이혜인/한솔수북/2024)였다. 아마도 내가 고양이 집사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어둡고 눈 오는 밤, ‘데려가세요.’라고 적혀 있는 박스를 한 아이가 발견한다. 아이는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간다. 책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풀어나간다. 고양이는 사람을 고양이라고 생각한다더니 책 속 고양이도 아이를 고양이로 본다. 두발로 만 걷고, 털도 듬성듬성하고,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그런 고양이.
고양이는 밖으로 나가는 아이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문이 닫히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서서 물을 먹고, 용변을 보고, 낮잠을 잔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아이가 들어오는 문소리에 고양이는 반갑게 뛰어나간다. 그 모습에 우리 집 고양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우리 집 고양이도 내가 외출 준비를 하면 내 뒤를 따라다니며 운다. 마치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어떤 때는 그 울음소리가 애처로워서 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 쓰다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미룰 수 없을 때는 닫힌 중문 앞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양이를 두고 나가야만 한다. 그런 날이면 마음이 쓰여 집에 설치된 홈 카메라를 켜보기도 하는데 그림책에서처럼 뒤돌아서 제 할 일을 하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
“엄마가 이렇게 고양이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
가끔 가족들에게 듣는 소리다. 나 자신도 이런 나를 보면 놀랄 때가 있다. 나는 동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라대도 눈도 꿈적하지 않았는데 강아지도 아닌 고양이를 키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애지중지.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6월이었다. 그때 작은 딸의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 소식에 딸은 무척 힘들어했다. 그것이 마음이 쓰여 시댁 식구들 모임에서 딸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고양이 한번 키워볼래. 내 동생 집이 전원주택인데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왔대. 키울 형편이 안 된다고 키울 사람 찾던데.”
작은형님이 보여준 고양이 사진을 딸에게 보냈다.
“딸, 이 고양이 한번 볼래?”
“뭐야, 엄마? 혹시 이 고양이 키울 거야?”
“네가 끝까지 책임진다면.”
고양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딸의 약속을 받고 그날 고양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딸은 그사이 고양이 화장실이며 장난감, 사료, 그리고 고양이 이름까지 준비해 두고 있었다.
딸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체리’를 고양이 이름으로 하겠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먼 훗날 고양이가 고양이별에 가고 난 후에 제일 좋아하는 과일을 못 먹게 될 수도 있다며 딸을 말렸다. 고집을 피우던 딸을 겨우 설득해 ‘체리’를 줄여서 ‘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쩌면 이런 사연 때문에 훗날 체리는 못 먹는 과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첼은 우리 가족이 되었고, 나는 고양이 엄마가 되었다.
처음 첼을 데려온 날. 고양이에게 푹 빠져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내 마음은 복잡했다. 내 생활이 불편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너무 쉽게 결정했나 하는 후회도 됐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는 순한 눈망울과,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새근새근 잠을 자는 모습에 그런 마음은 서서히 사라졌다.
고양이와의 동거가 쉽지는 않았다. 커튼에 매달리기도 하고, 벽지를 발톱으로 긁어 찢어놓기도 했다. 가죽 소파도 흠집을 만들어 놓을까 봐 겁이 나서 보호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 놓아야 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습성이 있어서 얹어둔 물건이 떨어져 깨지는 일도 있었다. 열심히 청소해도 집안에는 첼의 털이 날렸고, 검은 옷이나 진한 색의 옷은 늘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며 구매도 망설이게 되었다.
상자를 좋아하는 첼을 위해 택배 상자도 바로 버리지 못하고 거실에 두었다가 버리게 되니 집은 늘 너저분해 보였다. 거기에 딸이 사오는 첼의 장난감이며 물건들로 집도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쉽게 갔던 여행도 혼자 있게 될 첼 걱정에 망설여졌고, 여행을 가게 되면 누군가에게 첼을 부탁해야만했다.
첼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후회하느냐고. 그럴 때면 나는《사랑은, 달아》(박세연/난다/2023)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달씨에게 갈 곳 없는 개 한 마리가 찾아온다. 달씨는 사소한 규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당분간 머물러도 좋다고 개에게 말하지만, 개는 달씨의 규칙을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개는 달씨의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달씨가 개와 함께 산책을 다녀온 날, 신기하게도 개는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 그날부터 달씨는 매일 개와 함께 걸으며, 나와 다른 너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것이 관계 맺기가 힘든 이유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속도에 맞출 줄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을 닮아가기도 해야 한다. 가끔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잃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달씨는 그의 완벽한 일상을 잃었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것을 얻었다.
매일의 햇살,
건강,
미소,
그리고
너.
첼과 함께 하며 나도 나의 완벽한 일상을 잃었다. 그러나 미소, 행복, 딸의 안정.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우리 첼을 얻었다.
누군가 고양이를 키울지를 고민한다면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말해줄 것이다. 쉽게 결정하지 말라는 말도 할 것이다. 그러나 5년 전 그날로 돌아간다면 첼을 데려 오겠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당연히 데려와야지.”
가족들은 말한다. 첼은 엄마를 제일 좋아한다고. 나도 안다. 첼은 강아지처럼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내가 머무는 방에 늘 함께 있다. 내가 책만 보면 자기 좀 봐달라고 내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댄다. TV를 보면 그 앞에 드러누워 버린다.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만,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올 것이다.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아프지만 그 순간에 나는 떠나는 첼을 꼭 안고 이야기해 줄 것이다. 많이 사랑했다고, 그동안 행복했다고, 우리 곁에 머물러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