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서 박물관을 많이 다녀요. 변하지 않는 것, 한결같은 것들이 있어서 좋아요. 올해 목표는 13개의 국립 박물관중 아직 가지 못한 4개의 박물관을 다녀오는 거예요.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록인 역사를 보다보면 유물이 궁금하고, 그러다보면 박물관을 가고싶고... 박물관과 역사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 다 '덕후'아닌 '덕후'가 되어있네요. #워커홀릭도 사실 비슷한 부분인데요.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내가 한 선택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이 일을 부르고, 사람이 사람을 부르다 보니 일에 쏟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일을 잘하게 되고 사람들은 더 모이고 워커홀릭이 되더라고요. 업무나 일상이나 둘 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일상에서도 호기심에 의해서 질병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고 유행하는 병이 있으면 어떤 메커니즘인지, 역학조사는 어떻게 되는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공부를 자주 해요. (웃음) 키워드 3가지가 어떻게 보니 자연스럽게 되어 있네요.... "인생의 흐름"이에요.
Q.책을 언제부터 읽게 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가장 처음 기억에 나는 건, 아주 어린 시절인데 처음에는 그림을 보다가, 뜯어먹다가 자연스럽게 가까이 두다가 글씨를 알게 되면서 읽게 된 것 같아요. 옛날에 전집이 집에 있었는데 한번 시작하면 다 읽어야 하는 성향이다 보니 읽었고, 딱히 어릴 때 이렇다 할 다른 부분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Q.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꼭 얻고자 생각해서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늘보다 더 수월한 내일을 살 수 있으니까요.
Q. 요즘 어떤 책 읽고 계세요?
저는 읽는 책을 업무와 관련된 책과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읽는 책을 나눠서 읽는데요.
업무를 위해서 읽는 책은 <림프종 바로알기>,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는 여러 권을 돌려 읽고 있는데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근대 독립단체를 소개하는<한국의 레지스탕스> , 인문학 책으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있고,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는 책으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읽고 있어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세 가지를 돌려서 읽고 있어요. <림프종 바로알기>는 환자분들이 읽고 있어서 저도 내용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해드리고 싶어서 읽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드릴 수 있게 되어서 좋았어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는 한국에 몇 안 되는 부검의가 쓴 책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쉽게 삶에서 마주하지 않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데 저는 직업이 '암','호스피스'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사실 일상처럼 가깝거든요. 이 책은 '죽음'에 대하여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잘 풀어내었더라고요. 저도 접근하고 풀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했어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제 삶을 전반적으로 스스로 인격적으로 다질 수 있도록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에요. <한국의 레지스탕스>은 독립운동단체들을 시기별, 인물별로 정리를 아주 쉽게, 재미난 사건 위주로 정리해놔서 흥미로운 책이에요.
Q.평소 책은 어떤 방법으로 선정하여 보시나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직관적'으로 끌리는 것을 고르는 거예요. <한국의 레지스탕스>처럼 말이죠. 표지만 봐도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끌릴 책이다라고 생각하고 골랐어요. (웃음)
두 번째는 직관적으로 끌리지 않으면 '내용'을 살펴보는 편이에요. 책의 내용을 훑어봤을 때 30% 이상 모르면 선택해서 읽는 편이에요. 70%를 기준으로 잡은 것은 그 이상 제가 아는 내용이 많이 나오면 지루하더라고요. 그러면 중간에 포기하게 돼서, 구입을 하지 않아요.
Q.본인만의 독서법이 있으신가요?
제 독서법은 '책의 분야'에 따라 달라요. 인격적 수양을 위해서 읽는 책은 정리를 해가면서 읽는 편이에요. 역사 관련 책은 제가 머리를 식힐 때 읽는 거라 가볍게 즐기면서 읽고요. 저는 평상시에는 책에 밑줄을 긋지 않아요. 하지만 공부를 위해서 읽는 책에는 형광펜으로 쳐가면서 읽는 편이에요. 저는 사실 메모를 많이 하면서 읽는 편은 아니에요. 보통 머릿속에 분야별로 메모를 하거든요. 에세이는 감정을, 소설은 기-승-전-결 구조나 등장인물이 많으면 인물관계도로, 역사는 구축되어 있는 데이터 베이스에 살을 붙여 넣는 형태로 머리에 기록해요.
Q.나의 삶에 영향을 크게 준 책은?
나에게 크게 영향을 준 책이라.... (고민)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검색해봐야 할지 고민되네요. 아, <동물농장>이요. 동물농장은 초등학교 때 처음 읽고,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때마다 다시 읽었는데요. 읽을 때마다 다르더라고요. 내가 어떤 위치에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는지에 따라서 내용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는 그냥 재미있는 동물들의 이야기였었는데요. 중-고등학교 때는 사회적 상황이랑 대입해보면서 봤던 것 같아요. 돼지는 누구이지 않을까라면서?, 이후 직장인이 되어서 읽고 나니 먼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구나. 나는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는 나의 현재 위치는 어디일까라며 나를 되짚어보게 되는 책이었어요. 저는 동물농장에 나오는 말처럼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진짜 열심히만 하면 되는 걸까?', '내가 열심 내는 방향이 맞는 방향일까?'에 대한 성찰을 해보게 된 책이었어요.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른 후 읽으면 또 다르겠죠?
Q.책읽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저는 사실 그런 생각을 해요. 책을 읽는다는 게 특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꼭 읽기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권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해요. 저는 SNS를 안 하거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SNS 하라고 권하진 않아요. 그런 것처럼 무언가 하는 행위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권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지나친 관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청년들이 삶을 살다가 힘이 들 때 방법을 찾다가 책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만 이야기드리고 싶어요. 꼭 책이 아니어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보세요. 독서를 억지로 권하고 싶진 않아요. 한정된 인생에서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각자가 지어야 하기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에요.
Q.나에게 책은 네모다
나에게 책은 '구름판'이다. 뜀틀을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구름판처럼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내가 인생에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 앞에서 주저하고 있을 때,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구름판이 되어서 그 어려움이라는 뜀틀을 넘게 해주는 역할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