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재다능르코 Oct 03. 2020

나는 다른 의미에서 절약을 하기로 했다

돈을 아끼는 게 절약일까?

[매주 금, 토, 일 브런치를 통해서 발행합니다]

이번 르코의 돈공부보고서는 #프로경험러실험보고서[https://brunch.co.kr/magazine/experiencepaper]의 결과물인 셈이요. 돈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아갈 예정인데요. 이 글을 읽어가시다 보면, 나는 왜 돈과 친해지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힌트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같이 실천해갈수 있고요. 돈. 알. 못이었다가 돈과 친해지고 있고, 최종 목표는 #경제적 자유예요. 함께 생각하고 나아가요! 잘 부탁드립니다!


#돈을 알아가는 시간


11. 나는 다른 의미에서 절약을 하기로 했다.

제 손으로 처음 벌었던 월급은 20만 원이었습니다. 통신비와 교통비를 제외하고 생활비를 쓰고도 저는 한 달에 5만 원을 남겼습니다. 대학생 때 제 생활비가 15만 원이었던 거죠. 옷이나 화장품 등 꾸미는 데에 돈을 쓰는 성향도 아니었고 (잘 몰라서 못 샀다고 합니다), 취미는 독서였기에 도서관에서 빌려보곤 했기에 돈이 들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너는 돈을 진짜 잘 안 쓰는구나라면서 절약을 잘한다고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사냐고 말이죠. 이렇게 절약하면서 살았던 제20대 초반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아낄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며 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걸 좋아하면서도 ‘돈이 안 드는 방법’을 항상 찾아야 했기에 저의 호기심은 오로지 인터넷으로 향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되 금액이 들지 않는 걸 선택했던 겁니다. 게임을 해도 흔하다는 현질 한번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돈이 안 드는 방법만 찾으려다 보니 항상 한계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걸 봐도 실패하면 돈이 아까우니까 이러면서 잘 시도하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갔습니다. 절약을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 아녔습니다. 현재를 억압받아야 했습니다.


이를 달라지게 한 건, 

크게 3가지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만 적어봅니다) 

첫 번째는 대학생 때, 스펙을 쌓겠다고 해본 경험들이었습니다. 

남들 다 스펙을 쌓는다고 하니, 

나도 뭐라도 해봐야 하는 생각에 시작했던 다양한 활동들은 제게 조금 더 넓은 선택을 주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과 홈페이지 관리를 통해 받은 돈
교내 경진대회를 통해서 받은 상장과 상금
봉사단체 대학교 총무가 되어 토론이나 회의 참석으로 받은 돈
서평단 활동을 통해 받은 책이나 문화상품권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한 곳에 활용하면서도 저는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번 돈들을 다시 더 대학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했습니다. 교통비를 아끼려고 타던 일찍 다니는 스쿨버스 대신 내가 조금 더 편한 시간을 선택해서 다닐 수 있는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점심을 토스트로 때우는 대신 1끼를 먹어도 든든하고 맛있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돈이 없어서 살 수 없었던 플래너를 경진대회 상금으로 사서 시간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쓰는 돈은 오히려 많아졌지만, 저는 경험도 쌓고, 이 활동에서 필요한 수익을 얻으면서 다시 저에게 투자를 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일에 투자를 하면서 다녔기에 조금씩 더 저는 학교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4.5만 점에 4.44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기도 합니다. 학생답게 보다는 효율적으로 살았던 셈이니까요.



두 번째는, 우연히 지인에게 들은 말이었습니다. 

직장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았던 생각 때문인지, 저에게는 여유롭지 않다와 절약하다는 항상 동의어처럼 따라다녔습니다. 학생 때보다는 더 버니까 썼지만, 그러면서도 몇만 원, 몇 십만 원 넘는 물건을 보면 결정하는데 기본이 몇 달씩 걸리거나 사지 않는 걸로 결정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치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월급을 받고 무엇이든 사는 걸 어려워하는 절 보면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월급의 10-20%는 나를 위해서 투자해.
단순히 자기 계발을 위한 게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나를 위해서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봐.
레고든, 장난감이든, 다시 성취를 하고 싶다면
이 방법이 좋아. 그래야 스스로한테 다음이 있는 법이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스스로를 위해서 산다라니, 이유 없이 무언가를 산다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돈을 벌고 절약하면서 ‘나’를 기준으로 살아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막연한 미래를 대비하고, 불안한 미래를 만들지 않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그게 불안한 현재를 겪는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처럼 느꼈던 겁니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저는 다음 달 월급을 받자마자, 바로 레고를 사러 갔습니다. 20대 중반이던 제가 레고를 사러 간 건 어릴 때 풀지 못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둘째였던 저는 언니가 쓰던 걸 그대로 물려받아서 놀거나 막내인 남동생에게 사준 장난감을 같이 놀았습니다. 제 것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자연스레 가져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 소박할 수도 있었지만, 이유도 없고 그냥 사고 싶어서라는 마음 하나로 레고를 사러 갔습니다. 10만 원이나 하는 레고를 사고 후회할 줄 알았는데, 조립하면서도 즐거웠고, 완성한 레고를 보는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누군가에게 나 이거 샀다라며 자랑하면서도 행복했습니다. 몇 달을 그렇게 월급을 받으면 저를 위한 선물을 하나씩 하기 시작하자, 일을 하는 순간이 즐거워졌고 힘든 순간도 그래, 나를 위해서 사는 거니까라고 생각하면 다시 생각 전환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레고를 산 저를 보면서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왜 그런 걸 사서 낭비하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나 저에게 레고는 제가 일한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고, 제가 저에게 하는 투자였습니다. 

이렇게 나아질 수 있고, 오히려 에너지가 생길 수 있는 일을 나는 왜 ‘절약’이라는 행동 아래에 모든 걸 두려고 했을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사람들마다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게 다르고, 각자 선택한 정의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다고 생각한다면 단순히 싼 것, 가성비 좋은 것만 소비하는 게 진짜 절약일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지금 싼 걸 사고 이후엔 비싼 걸 살 수 있게 되는 게 진짜 절약일까, 절약은 무엇일까, 많은 물음표를 떠올리다가 느끼게 된 건 제가 했던 건 절약이 아니라 단순히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한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다면 바로 구매 결정하기였습니다. 

저는 절약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원래 마트에서 1,000원 하는 물건을 900원에 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싼 걸 찾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하곤 했습니다. 이게 진짜 맞는 걸까라는 생각에 필요하다면 그냥 가격 보지 말고 구매하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2-3년 주기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변경하는 거였습니다. 누군가는 노트북을 사는 저를 보고,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매번 사는 저를 보면서 “부자네”라고 말하지만, 이는 저에게는 투자였습니다. 절약할 필요가 없는 투자인 셈이죠. 일하는 데 사양 좋은 노트북은 필수이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제게 좋은 카메라가 있는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득이었습니다. 그걸 절약해봐야 저는 더 좋은 효율을 낼 수 없는 사람이 될 뿐이었죠. 이런 경험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건 생활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아서였습니다.


돈과 관련하여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제가 소비를 하려고 할 때마다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익숙하거나 제한적인 것 만을 찾게 했었습니다. 익숙한 음식, 익숙한 물건 등을 소비하다 보니 새로운 경험은 잘하지 않게 되었죠. 이 가운데 저는 본질을 놓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돈을 벌고, 나는 왜 절약을 하고, 나는 왜 돈을 모으려고 했는지에 대한 걸 지우고 숫자에 집착했던 거죠.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소비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제게 성공을 가져오진 않았습니다. 하나 저는 그 과정 가운데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실패를 함으로써 최소한의 방어막을 항상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필요한 절약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사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몇 달씩 고민하지 않습니다. 소비에 대한 기준이 생기고 나니, 과소비나 충동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어졌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에는 절대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절약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닙니다. 100만 원 중 50만 원이 생활비인 사람이 49만 원을 써서 1만 원을 더 저축하는 게 아닙니다. 50만 원을 쓰든, 60만 원을 쓰든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필요한 순간에 소비를 하여 삶을 제대로 이끌어나가는 게 절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절약은 어떤 건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절약은 돈이라는 숫자만 줄이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가 절약해야 할 건 단순히 돈만이 아니지 않을까요?


▶ 더 많은 절약노하우가 궁금하시면, 르코에게 연락주세요!   https://bit.ly/2IkiqeM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적 여유를 만드는 돈의 흐름을 분석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