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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모르고 싶다

by 다재다능르코



엄마와 대학병원 통원을 하다보면 평상시에는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일만 미주알고주알 말하다가 갑자기 과거 어느 순간을 말할 때가 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이야기할 때는 특히나 왠지 찡해진다. 엄마는 막내였고,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외할머니가 4남매를 시장장사를 하시며 키우셨다. 살아생전 내가 기억하는 외할머니는 항상 좋은 분이였다.


엄마가 한창 일을 하셔야했을 때는 막내동생을 외할머니가 봐주셔서 엄마가 일할 수 있었고 언제 찾아가도 외할머니는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외할머니는 살아생전 자식을 2명이나 먼저 떠나보내시고 급격히 몸이 좋지 않아지셨고,외할머니가 좋지 않아지실 때 엄마는 본인도 겨우 돌보면서도 외할머니를 챙기셨다.


매일 10통이 넘는 전화를 하시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엄마는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그 전화를 받으셨다. 챙길 사람이 본인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이후 치매가 더 심해지시고 요양병원에서 몇 년을 보내시다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 한번도 울지않으셨다. 장례식 후 대학병원에 가서 보던 진료에서도 최근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의 조현병은 슬픔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던 엄마가 가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걸 보면 문득 마음속에서 눈물한방울이 뚝 떨어진다. 남들과 다른 생각과 마음이여도 엄마도 엄마가 보고싶구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보다 더 어린나이에 엄마는 치매진단을 받으셨다. 기억을 많이 잃고 감정을 많이 잃은 엄마지만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엄마 마음속 한켠에 떠나보내지지 않음을 만난다.


나는 아직 이 마음을 정확히 모른다. 엄마의 떠나보낼 수 없는 추억을 모른다. 이따끔씩 외할머니가 보고싶어 가슴이 미어지는 엄마의 마음을 나는 모른다. 언젠가 나에게도 닥쳐오겠지만 최대한 모르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이미 확인한 일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는 전화이다.


엄마와의 시간이 지금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최대한 모르고 싶다.


언젠가는 나도 엄마가 보고싶어서 가슴이 미어질때가 오겠지. 엄마의 저 마음을 마주할 때가 오겠지 하면서도 최대한 모르고 싶다. 그저 지금은 엄마와의 약속을 최대한 지키면서 지금뿐인 시간을 잘 지켜내고싶다.


(위 글은 효문화에세이로 효문화신문에 기재한 글을 브런치에 다시 올려본 내용입니다.기사는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기사출처링크 https://bit.ly/3L5e6eX )




나는 읽고 쓴다.

나는 듣고 쓴다.

나는 보고 쓴다.

나는 생각하고 쓴다.

나는 쓰므로 또 읽고, 듣고, 보고, 생각한다.


다재다능르코, 임지영

tvwk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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