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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통원 에피소드 #01

by 다재다능르코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엄마를 모시고 한달 많으면 3-4번, 적어도 1번이상을 외부통원을 한다. 학창시절 우리집은 희노애락 에피소드가 매일 쌓였다. 3남매가 서로 먹겠다고, 서로 안치우겠다고 내기하고 하느라 엄마는 옆에서 보면서 맨날 웃고 계셨다. 어릴 때는 엄마에게 뭘 물어본 적이 별로 없다. 어린이였던 나는 질문이 별로 없는 어린이였다. 혼자 생각하고 답찾는 스타일이라. 어른이 될수록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조현병이 심해진 후론 엄마와의 대화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말을 해도 집중을 못하거나 엄마가 하고싶은 말만 하셨으니까. 요양병원 입원후 당뇨가 잡히고 컨디션이 조금 좋아지시면서 간단한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 엄마랑 대화가 많아지니 엄마와의 에피소드가 쌓여간다. 그래서 조금씩 기록해두고자 한다.




#엄마와 김밥

병원 통원날마다

"엄마, 점심 뭐 먹고싶어?" 묻는 나에게

엄마는 매일 빠짐없이

말하는 음식이 있다


"김밥먹고싶다"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아이가 3명,

김밥을 자주 쌌다. 소풍, 견학 등등

김밥을 싸면 쪼르르 달려가 꼬다리를 먹던 아이 3명

(나머진 싸서줘야하니 엄마가 꼬다리는 허용했다)

엄마에게 김밥은 뭘까 궁금해서

"엄마 음식많은데, 왜 김밥이 좋아?"

"김밥은 맛있잖아"

ㅋㅋㅋㅋㅋㅋ

맞네, 맛있으면 되었지뭐 >_<




#다리아프니 천천히가야하는 자동차

엄마는 두번의 골절과 수술로 다리가 불편하시다. ( 5-10분 움직이면 힘들어하시고, 최대 30분이상은 거의 어렵다. 자주 앉으시고 쉬셔야한다) 그래도 휠체어만 타고다니실 때보단 훨씬 나으신데, 오늘도 통원하면서 조금 걸으시다가 차에 탔고


"엄마, 안과가려면 시간이 빠듯하겠다. 빨리가자"

그랬더니 엄마가 날보면서

"안돼, 천천히가 엄마 다리아파~"


내가 어리둥절해하며,

"엄마, 엄마 다리가 아파서 차타고 가는거고, 병원까진 차가 움직이는 건데?"





잠깐의 정적 후 엄마가 갑자기 막 웃는다.

"그렇넼ㅋㅋㅋ. 왜 다리가 아프다고 생각했지"

그걸듣고 나도 웃는다 ㅋㅋㅋ


그러다 엄마왈,

" 엄마, 재밌지? 웃기지?"

"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엄마 재밌어...ㅋㅋㅋㅋㅋ"

(엄마....사실은 뛸줄 아는거아냐?ㅋㅋㅋ)




#엄마의 외모부심

통장 재발급하려고 엄마랑 병원에서 기다리는데,

엄마 신분증을 한참 엄마가 보시더니

"어우, 엄마 이쁘게 나왔어. 그치?

이사진 참 마음에 들어"


"엄마, 그거 내가 엄마랑 스튜디오 가서

찍어준거잖아"


"응? 그랬나? 아닐걸?"

(잘나온 본인만 기억하고... 돈 낸 난 잊혀졌...�)

+

은행업무 후

차를 탄 엄마.. 갑자기

"그래도 엄마 얼굴이 괜찮지?"

(��) "어, 엄마 귀여웤ㅋㅋㅋㅋ"




엄마 곧 또 만나!

엄마가 오늘 "우리 딸이 봐서 기분이 좋네"라고 해줬지!

나도 통원이 힘들긴 하지만, 엄마를 볼 때마다 좋아.





지나가기엔 아까운 소소한 일상

어쩌면, 이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우리를 비범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오늘도 기록한다


다재다능르코, 임지영

https://www.instagram.com/re_elephant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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