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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Apr 26. 2020

사생활의 천재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천재들을 인터뷰하다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민 중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학생 or 직장인으로 살려면 인생이 참 바쁘다. 친구들과 뛰어놀며 꽁냥꽁냥 재미있는 날들도 많았지만 10대 시절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입시'였다. 내가 정한 목표도 아닌데 난 왜 그렇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못 갈까 봐,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을까. 사실 의문을 제기할 생각도 못하며 살았다. 그냥 그렇게 사는게 당연했다. 그렇게 입시를 거쳐 대학에 가서 술 먹고 소개팅하고 간간히 학점 챙기며 살다 보니 어느덧 '취업' 할 나이가 되었다. 남들보다 뒤처지긴 싫어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 재빨리 직장인이 되었지만, 작은 회사에 다니니 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왠지 멋있어보였다. 나도 '커리어'를 더 쌓아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빡세게 사는 게 무슨 훈장 같았다. 그렇게 커리어 챙기랴 눈치 챙기랴 정신없이 회사생활하다 보니 이번엔 '결혼'이라는 인생 과업을 만나는 나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슬슬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내 나름대로 능동적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인생의 뼈대가 '세상의 시선'을 중심으로 정해져 온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봤다.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도, 좋은 직장에 가려고 하는 것도,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 시선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벼운 대답밖에 할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꼭 대답이 무거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 걸 보니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가 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자기 삶의 명확한 의미를 가진 8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공통점과 공감을 던져주며 내 인생의 본질을 다독여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들의 깊이 있는 삶 덕분에 어떻게 살지에 대한 자기 연구가 좀 더 수월해질 것 같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가치 있는 8인의 천재들

이 책의 저자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자연다큐멘터리 감독 '박수용',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엄기호', 정치경제학가 '홍기빈', 천문인마을 천문대장 '정병호' 8명의 천재들을 인터뷰한다.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들이 자신의 직업을 갖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얻는 깨달음과 그들의 인생철학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의미와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짚어보게 한다.








주관적 책갈피


우리에겐 고독한 시간이 있다. 혼자 버려진 시간이 있다. 슬픔을 혼자 달래는 시간, 화를 혼자 푸는 시간이 있다.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공적인 삶이 있다. 대통령 선거나 비리 공무원의 이야기를 하고 복지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그 중간에 사생활이 있다. 작은 세계다. 사생활을 보여주는 데서 천재들이 아니라 사생활을 살아내는 데서 천재들이다. 즉 그들은 삶의 태도에서 천재다. 그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기 삶의 천재가 되는 것에 대해서

- 박수용(자연다큐멘터리 감독)


인간의 규칙과 자연의 규칙

그는 어릴 적 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를 따라 소몰이 일을 했다. 소몰이 일을 하며 걸었던 오솔길과 사람들이 가득한 시장길을 통해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법칙, 두 세계에 걸쳐있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우리는 인생에서 이룬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인생 전체가 중요하다는 것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인 그는 숲에서 죽은 사슴의 뼈를 보며 숲과 사슴의 역사를 가슴으로 느낀다. 살아생전 지녔을 사슴의 감성과 투쟁, 생애 마지막 고뇌를 외로운 유적처럼 뼈로 남겨놓은 생명체를 보며 삶의 의미를 본질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아 속의 소통이 없다면 노동만 하고 살게 되고 맙니다.



천재란 스스로의 절도를 창조해내는 반항이다.

자기에게 가장 좋은 일을 자기 스스로의 판단력으로 찾아내려는 자, 자신의 한계에도 장점에도 고통에도 행운에도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한계도 장점도 길을 내딛는 하나의 원료로 쓰는 거지요.





존재를 비추는 만남에 대해서

- 윤태호(만화가)



어려서부터 피해 의식 때문에 눈치 보느라 남을 많이 생각한 것이 스토리를 쓸 땐 어떤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에겐 아주 자연스럽게 마이너의 애달픈 시선이 있습니다.

피부병으로 자신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만화가 윤태호, 그에게 이런 병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박수용 감독의 말처럼 한계도 길을 내딛는 하나의 원료로 쓰는 사람이 바로 윤태호 만화가인 것 같다. 그는 본인의 약점과 애달픔을 만화의 원료로 잘 녹여낸다.



존재감을 갖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존재감을 얻기 위해 언제까지고 시시덕거리며 비위나 맞춰주고 있을 수만은 없단 걸요. 나도 내 말을 해야 하는구나. 그래야 상대방이 편안해하는구나. 내가 자존감을 갖고 있어야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진짜 기뻐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겠구나.



나보다 힘센 타인이 나를 마음대로 하는 한도 안에서만 우리는 유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묶여서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반항하는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의 서식지에 대해서

- 김산하(야생영장류학자)



하나의 생명은 그 서식지가 낳은 걸작입니다.

동물 한 종이 멸종한다는 것은 모나리자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매일매일 태워 없어버리는 것과 같다.



저에겐 삶의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삶의 디테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땅에서 살고 있단 점에서 이미 아주 커다란 한 식탁에 앉아있는 셈이라고요. 우린 옆에 같이 앉아 밥을 먹는 사이인 거죠.





보는 것에 대해서

- 조성주(청년운동가)



"일자리가 없다고?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런 거다. 공장 가면 일자리 많다." 등등..

저는 이 말에 이렇게 반응하곤 했죠.

눈높이를 낮춘다는 게 어떤 의미인 줄 아냐고, 일 좀 해보려다가 인간성도 삶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눈높이를 낮추는 게 아니라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고.



우리가 겪는 아픔은 통과의례가 아니고 구조의 문제입니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사람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그 문제를 발생시킨 구조는 어땠는지 원인에 대해서도 좀 더 넓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면 소리 질러라, 같이 소리 지르자

청년 운동가인 그는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로 확장시켜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자 하는 매우 능동적인 사람이었다.



어쩌면 우린 '요령'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서 뭔가 특별한 방법을 배우려는 시대. 어떻게 취업하는지, 어떻게 승진하는지, 어떻게 상사의 마음의 드는지. 하지만 이런 것들은 방법이 아니라 요령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린 찾고자 하는 것만 발견할 수 있단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찾으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는 영원히 무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제 필요한 질문은, 우리가 보지 않으려 했던 것에 그 세계와 삶에 어떤 중요한 비밀이 있을까 하는 것.



우리는 보여주기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한순간도 남의 눈에서 자유롭게 않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보여주느라 정신이 없는 시대,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 시대에 살면서 자기 스스로 끝없이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보여주기에 집중하다 보면 볼 수가 없게 됩니다.

남의 시선만 보다 정작 나 자신을 볼 수 없다. 자아 속에 소통이 없다면 노동만 하며 살게 된다.



우리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봅니다. 우리는 본다고 하지만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길 선택한 셈입니다.

세상은 끝없이 다르게 볼 것을 요구하며, 다르게 보기조차 나 자신이 얼마나 독창적인 인간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다르게 본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니다.






말하기와 듣기에 대해서

- 엄기호(사회학자)



경험과 체험의 차이, 희망과 기대의 차이, 동료와 동지의 차이, 공감과 동감의 차이

체험은 남과 나눌 것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경험이란 다른 사람과 소통 가능한 이야기.

기대는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면 발생하는 것, 희망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불가능을 꿈꾸는 것.



체험이 경험이 되지 못하고 소비가 되어버리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여행'입니다. 여행을 가면 너 나 할 것 없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그렇게 사진만 찍다 보면 나중엔 그곳이 어디였는지 설명도 못합니다.
제 눈으로 사물을 감상하고 제 입으로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자리에는 소비만 남습니다.

나의 여행은 경험 30%, 체험 70% 이었던 것 같다. 사진보다는 내 눈과 머리에 더 담아야겠다. 이야기와 주제가 있는 여행을 떠나야겠다.



경험하기 위해선 우리에게 시간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혹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걸 감내하는 용기 같은 것까지도 필요합니다.

보이는 게 없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건 진짜가 아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경험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더 많은 스토리를 꺼내올 수 있다.



지식은 암기하면 되지만 삶의 지혜는 경험이 아니면 얻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의 노하우는 절대 누출되지 않는다. 아무도 훔쳐갈 수 없다.



창의력은 경쟁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힘입니다.
상상력의 반대말은 '무시'입니다.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반대로 무시는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리더는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사람. 그와 함께 있으면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구나, 그것이 가능하겠구나'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다.



희망이나 명예란 말이 얼마나 오염되어 버렸는지..
희망퇴직, 명예퇴직. 그런 퇴직에 어떤 희망이나 명예가 있습니까?



가장 안쓰러운 말은 잉여입니다.
사실 남아도는 것, 과잉, 여분의 것, 철철 넘치는 것이 우리를 예술가로, 천재로 만들어 주는데요. 진짜 기쁜 것은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사는 게 아니라 해도 해도 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건데 말입니다.

지금 잉여란 말은 재기불능의 상황, 영원한 실업만을 말한다.



자신을 얼마나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쓸 수 있을까요?
유한한 나를 무한히 활용하고 싶습니다.



네가 누구인가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달려있지 않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지에 달려있다.

말하지 않으려는 그것에서 어쩌면 생각의 진짜 본질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불안에 대해서

- 홍기빈(정치경제학자)



신자유주의가 진행될수록 '안정'을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정성을 얻든지 먹이사슬 위에 올라가는 것. 이게 사람들의 꿈이 돼버렸습니다.



불안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걸 포기하면 난 경제적으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파산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표현이 흥미롭다. 어떤 가치와 목표를 획득하지 못하면 경제적 파산보다도 '인간적' 파산을 한다고 말한다.




돈 없이 품위 있게 사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오는 불편함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안을 없앨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불안이 많이 사라집니다. 인류 역사에 인간이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불안과 어떻게 친구가 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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