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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Aug 01. 2024

Bologna : 볼로냐의 주말은 축제

4월 15일 (15일차)

여유로운 아침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재미있게 걷고, 보고, 먹고, 하다 보니 벌써 내일이면 볼로냐를 떠나는 날이었다. 4박 5일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걸 보면 우리와 볼로냐는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 게 틀림없었다. 창문을 열자 역시나 엄청난 햇살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는데, 다른 화창한 날보다도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 호텔의 매력 중에 하나가 밤에 잘 때 무거운 ‘천하장사 블라인드’를 내리면 빛이 완전 차단돼서 아침에 일어나 다시 올리기 전까지는 밖의 날씨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매력이냐고? 열기 직전이 마치 무슨 선물상자라도 여는 것 같은 설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처럼 화창한 날은 올리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여튼, 우리는 햇살을 즐기며 기분 좋게 씻고, 계단을 통해 호텔 밖으로 빠져나왔다. 보통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만 우리 방이 3층 밖에 안되기도 했고, 속도도 느릴뿐더러 크기가 매우 작아서 다른 사람이 이용 중이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궁금해서. 어이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회와 중년생에게는 오래된 호텔의 계단 통로가 갑자기 궁금해지는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오랜 세월을 견뎌 온 호텔 계단 통로의 민낯이 궁금했던 어느 날 아침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평범한 계단 통로 벽. 하지만 벽 높이의 절반 정도를 가로지르는 에메랄드빛나무 몰딩과 클래식한 복도 등이 더해져서인지 묘하게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호텔 건물 밖으로 나오자 창을 통해 방 안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햇살이 강했다. 햇살에 얻어맞는 느낌이 들 정도로 눈이 부셔서 반사적으로 선글라스에 손이 갔을 정도니까. 시간이 10시 정도였는데 이탈리아에 온 뒤로 매일 아침 마시다 보니 이젠 자동적으로 커피가 당겼다. 급할 것 없으니 오늘은 바에서 서서 말고 테이블에 느긋하게 앉아서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찾아보자며 큰길 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동시에 사회와 중년생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 대박이다!!! 이게 다 뭐야?” 차가 다녀야 할 대로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코너 쪽에 있는 카페는 아예 도로 한복판까지 테이블을 깔아 놓았다. “무슨 기념일 같지는 않은데?” “아! 토요일이라서 그런가?” “차 없는 도로 같은 거 시행하나 보다!” 우리의 예감은 적중했다. 볼로냐의 주말에는 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아 사람들도 가게들도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였다.

원래는 차가 다니는 대로 한복판에 펼쳐진 카페 테이블 (feat. 저 멀리 두개의 탑)

우리는 신이 나 코너 쪽 카페에서 도로에 펼쳐 놓은 테이블에 앉았다. 도로 한복판에 앉아서 바라본 길 끝에는 눈부신 햇살을 가르듯 ‘두 개의 탑’이 우뚝 서 있었다. 정말 비현실적으로 멋진 광경이었다. 우연히 앉은 카페의 비현실적인 점은 또 하나 있었다. 카푸치노와 꼬르네또(각 2개씩 총 10유로)의 맛이 아무래도 범상치 않아서 찾아보니 1921년부터 문을 연 가게였고, 볼로냐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로 여기저기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정말 정보 하나 없이 몸과 마음에 이끌린 대로 선택했는데 이런 행운이라니. 너무나 비현실적인, 하지만 너무나 생생한 기쁨이 차올랐다. 사회와 중년생은 햇살 속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흡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주말에 볼로냐에 들르셨다면 스칼렛또 카페(Antico Caffe Scaletto)에서 여유를!

충분한 휴식 후, 우리는 일어나 자연스럽게 메인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텔과 가깝기도 했고 살라보르사 도서관과 포데스타 궁전, 산 페트로니오 대성당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라 아침에 나오면 일단 인사하듯 들러서 한 바퀴 휘- 둘러보게 된다. 넵튠 분수(Fontana del Nettuno)의 당당함을 잠깐 올려다보다가 들려오는 현악기 소리에 마죠레 광장으로 들어가니 긴 곱슬머리의 멋들어진 남성 첼로 연주자의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멜로디를 따라서 코로 흥얼거리며 산 페트로니오 대성당 앞 돌계단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앉아 잠시 연주를 감상했다. 로마나 베네치아만큼 우리가 잘 아는 유적지나 관광지는 적지만, 그만큼 복잡하지 않아 여유롭고 행복했다. 유명한 대학교가 있고 박람회가 자주 열리는 미식의 천국. 문득 볼로냐에 살고 싶어졌다. 그와 동시에, 로마에서는 역사를 보고, 베네치아에서는 경치를 보고, 볼로냐에선 문화를 보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말에 동의하는 사회. 앞으로 만날 도시는 우리에게 또 무엇을 보여 줄까? 하고 상상하니 두 사람의 가슴이 은근히 설렜다.

주말 볼로냐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버스킹

사회와 중년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내를 어슬렁 거렸다. 아까 광장의 첼로 연주자 말고도 시내 곳곳에서는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그것도 만나는 버스커들마다 연주 종목이 다 달랐다. 트럼펫과 아코디언의 조합이 있는가 하면, 신나는 타악기와 기타의 조합까지 각양각색이라 어디를 가도 귀가 즐거웠다. 우리는 걷는 김에 볼로냐 기차역 너머 쪽으로 펼쳐진 시내까지 가보기로 했다. 시내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오각형 외각 도로의 북쪽 끝에 있는 볼로냐 기차역. 그 위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지도를 검색하다 보니 상당히 붐비는 곳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가보고 오자!” 가는 길에 기차역 앞에 있는 상당히 큰 규모의 기념품 상점에 들러 쇼핑도 했다. 두 개의 탑과 토르텔리니 등 볼로냐의 유명한 상징물이나 요리를 형상화 한 품질 좋은 마그넷 4개에 12유로. 여행지 마그넷 사는 것이 취미인 두 사람에게는 소소하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걷기 운동 잘했다.” 사회가 가라앉은 마음을 위로하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차역 건너에는 우리가 기대할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말이라선지 아니면 아직 낮이라선지 대부분의 가게 철문은 내려가 있었고, 그 문 위로는 그래피티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우리의 시내’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중년생이 외쳤다. “어? 풀앤베어다!” PULL&BEAR는 예전에 태국 여행 때 처음 보고 옷을 사서 잘 입었던 해외 브랜드였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이어서 만족했었는데, 그 이후 한국에도 입점해서 두 사람이 몇 번 쇼핑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한국에는 매장이 거의 없는데!” 사회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매장을 찾기 힘들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웠다. 그리고 10여 분 후, 반가움에 대한 값으로 우리는 풀앤베어 카운터에 40유로를 지불하고 있었다. 사회에게 잘 어울리는 노란색 재킷을 데려가는 비용이었다. 사회의 기분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배고프지 않아? 저기 파니니 같은 거 하나 먹을까?” 탄력 받은 사회가 가리킨 곳은 대로변에 테이크 아웃으로 띠젤리(Tigelle)를 파는 가게로 서너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이 때는 배가 고파서 줄 서는데만 집중하느라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우리가 종종 가던 맛집에서 파는 메뉴가 바로 띠젤리였다. 그리고 알고 보니 이 띠젤리는 볼로냐의 전통 빵이었다. 볼로냐가 원조인 음식이 왜 이리 많은지. 정말 알면 알수록 미식의 도시, 뚱보의 도시다웠다. 여튼, 띠젤리 사이에 살루미와 치즈, 야채 등을 끼워서 파는데 단짠고소해서 누구라도 싫어할 수가 없는 맛이었다. 하나 사서(5.5유로) 나눠 먹으니 몇 걸음 못 가 포장지만 남았다. “아,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두 개 살 걸!” 중년생이 탄식하며 뒤를 돌아 아까 그 가게를 봤지만, 이미 줄은 한참 길어져 다시 사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다리 아파, 그냥 가.” 사회가 말했다. 배고프지 않다고, 하나만 사자고 했던 아까의 자신을 원망하며 중년생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에 혹시 가게 된다면 2개 아니, 3개는 먹기로 마음먹은 띠젤리의 그리운 자태

다시 마죠레 광장(Piazza Maggiore)으로 돌아온 사회와 중년생은 오랜 걷기로 완전히 지쳐있었다. 광장 계단이나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거나 누워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지금은 좀 더 편한 의자에 앉아서 목이라도 축이며 쉬고 싶었다. “스프리츠 마실까?” 중년생이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를 가득 펼쳐놓은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아페리티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한테 딱이네, 가자!” 앉자마자 직원이 다가왔다. 우리는 아페롤 스프리츠를 주문했는데, 하나는 과일이 들어간 것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한입거리로 바게트 위에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 허브 등이 올려진 브루스케타(Bruschetta)를 추가했다(총 27유로). 곧 나오는 메뉴들. 아페리티보에 빠질 수 없는 감자칩도 같이 내주셨다. 작렬하는 태양 바로 아래였지만 아무도 피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도 선글라스를 쓰고 해를 온몸으로 즐기며 입으로는 시원 달달한 스프리츠를 먹었다. 특히 과일(딸기, 오렌지, 파인애플)이 함께 들어있는 스프리츠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스프리츠에 피로 회복 부스터를 단 느낌이랄까? 우리는 손님을 기다리는 시티 투어 차량과 이슬람 법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도와달라는 사회단체의 피켓을 눈으로 번갈아 좇으며 잠시 늘어져 있었다. 서로 별 말은 없었지만 체력이 회복될수록 두 사람의 기분은 점점 좋아졌다. 마치 충전기에 꽂힌 배터리가 된 것 같았다.

광장 한 켠의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의 스프리츠와 브루스케타, 그리고 여유로운 쉼

불이 꺼졌던 배터리가 10퍼센트 정도를 넘겨 간신히 움직일 힘이 생기자 우리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중간에 구입한 기념품과 옷도 놓을 겸, 태양이 해도 해도 너무 뜨거워서 피할 겸이었다. 한숨 잠부터 자고 저녁 먹으러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복귀하는 동안, 중심 광장과 묵는 호텔이 가까워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시 좀 넘어 방에 들어갔나? 침대에서 잠깐 쉰다는 생각에 누웠는데 눈을 뜬 중년생이 시계를 확인하니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사회는 눈을 뜬 채로 무언가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검색한 내용은 역시나 저녁 식당 후보에 관한 것들로, 두 사람은 사회의 검색을 토대로 열심히 의견을 모았다. 최종 결론은 구글맵에서 제법 평점이 높은 5분 거리의 근처 리스토란테. 볼로냐에 와서 시도한 모든 음식에서 성공만을 거둬왔기에 어디를 가도 볼로냐는 맛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붙은 참에 모든 코스를 1인 1 메뉴로 즐겨 볼 생각이었다. 그제 저녁 갔었던 트라토리아는 너무 맛있었지만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오늘은 돈이 좀 들더라도 모자람 없이 먹고 싶었던 탓도 컸다.

설레는 맘과 더 설레는 배를 이끌고 식당으로 향하는 사회와 중년생의 그림자

목표 식당 앞에 도착하니 6시 58분. 배고픔에 빨리 걸어왔더니 오픈 2분 전이었다. 문 앞에 서 있을까 하는 중년생을 사회가 저지했다. “너무 딱 맞춰 들어가면 좀 부끄럽다. 한 바퀴 돌고 들어가자!” 중년생도 동의했다. 하지만, 이미 배고픈 두 사람이 식당 의자에 앉은 시각은 7시 5분. 주변을 걷는다고 걸었지만 기껏해야 10분도 채 못 기다린 셈이었다. 웃음이 났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리스토란테 안은 밖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근사했다. 고급스러운 조명과 테이블 세팅에 깔끔한 턱시도를 차려입은 직원들까지. 우리의 기대감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우선 레드 와인 한 잔씩과 물 한병, 그리고 살루미 플레이트(Selezione di Salumi)를 주문했고, 프리미로는 이제는 익숙한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와 라구소스 파스타(Tagliatelle Ragu)를, 세콘도로는 자른 소고기 스테이크(Tagliata Manzo al Sale di Cervia)와 튀긴 양고기 요리(Scottadito di Agnello Fritto)까지 정말 가득 주문했다. 먼저, 직원이 보조 테이블을 옆에 놓더니 물병과 식전빵을 그리로 옮기고는 살루미 플레이트를 내왔다. 다른 곳에선 본 적 없는 많은 양에 식지 않도록 아래는 알코올램프를 놓아주는 섬세함까지. 감동이었다. 구성도 완벽했다 쫀득한 튀긴 빵에 모르타델라(볼로냐에서 만들기 시작한 연분홍색 햄)와 프로슈토 등 각종 살루미와 치즈가 가득했다. 맛도 환상이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나머지는 얼마나 더 맛있을까?” 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은 이제 한계치를 넘어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보조 테이블에 옮겨진 생수와 빵과 중년생(좌), 역대급 푸짐한 살루미 플레이트와 사회(우)

잠시 후, 토르텔리니와 파스타가 함께 나왔다. 신나서 한 입씩 먹은 사회와 중년생의 얼굴에 갑자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기대가 컸을까? 분명히 토르텔리니는 살짝 퍼석했고 파스타는 너무 짰다. “여기 입맛이 좀 짜지, 아마?” 위안 아닌 위안의 멘트를 나누며 프리미를 어찌어찌 먹은 다음 세콘도를 기다렸다. 드디어 나온 대망의 세콘도 메뉴 두 개. ‘제발 맛있어라.’ 마음의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지. 철판 위의 소고기는 음... 그냥 소고기 맛이었고, 튀긴 양고기 요리는 감히 말하건대 최악이었다. 신선하지도 않을뿐더러 튀김옷도 너무 두꺼워 안에 있는 고기가 양인지 뭔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살루미를 한 입 먹고 천정을 뚫었던 설렘과 기대감은 이제 반대로 바닥을 뚫고 사라져 있었다. 양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음식이 마음에 들면 항상 디저트와 에스프레소까지 마셔왔던 우리지만 오늘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여기서 어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식사비를 빨리 지불하고(총 110유로)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성큼성큼 문 쪽으로 향하던 우리를 불러 세운 것은 담당 직원이었다. 우리가 너무 빨리 나가는 모습이 맘에 걸려서 온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음식이 맘에 들지 않았냐는 뉘앙스로 묻는 직원에게 차마 맛이 없다는 말은 나오지 않아서 괜찮다고,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원은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우리를 야외 테이블로 안내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이름 모를 술 한 병을 가져와서 작은 잔에 한 잔씩 따라주었다. 미안하다고, 천천히 마시고 가라는 말과 함께. 술은 색도 맛도 우리의 레몬 소주 같은데 훨씬 독했다. 검색해 보니 리몬첼로(Limoncello)라는, 레몬 껍질로 만드는 도수가 상당히 높은(보통 24~30도) 이탈리아의 전통주였다. 소화에 도움이 되어 식후주로 많이 마신다는 정보도 있었다.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사회는 일어나 거리의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대인배처럼 멘트를 허공에 던졌다. 나올 때 보니 리스토란테의 자리는 거의 만석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이탈리아 사람과 우리의 입맛 차이가 커서 그렇다고 위안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두 사람 다 너무 기대했던 저녁 만찬에 대한 씁쓸함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만석인 자리 거의 대부분이 먹고 있던 메뉴가 ‘피자’였다는 것도 우리의 아쉬움에 불을 지폈다. 중년생은 다시 피어오르는 마음의 불길을 꾹- 누르며 말했다. “그래, 좋은 경험이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오늘 저녁 상황이 갑자기 재미있게 느껴져서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밤을 위로해주는 볼로냐의 축제같았던 주말 밤의 풍경

사회와 중년생은 이후에도 한참 동안 너무 부른 배를 부여잡고 웃으며 붐비는 밤거리를 산책했다. 어디선가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이 흘러나왔다. 음악 소리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자 건물 사이에 ‘... There’s no heaven’이라는 글자가 불이 켜진 채로 매달려 있었다. 그 뒤로 걸어갈수록 계속 이어져 반짝이는 ‘Imagine’의 다음 가사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별빛 축제를 즐긴 기분이었다.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볼로냐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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