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Apr 10. 2018

'대게'를 먹는 데엔 어떤 맛이 부족하다.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감각으로 그 음식을 느낀다.

 눈으로 보는 맛.

 코로 냄새를 맡는 맛.

 입으로 음식 자체를 느끼는 맛.

 귀로 씹는 소리를 듣는 맛,

 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손맛이다.

 시각, 후각, 미각, 청각, 그다음으로 촉각. 말 그대로 오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촉각과는 좀 다른 것을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이 손맛이 김치를 맨손으로 먹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다.


 바로 편의성.


 나는 위의 네 가지의 맛을 여유롭고 충분히 느끼게 하는 데에는 한 가지 맛, 편의성의 맛이 필수불가결이라 고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의 중요성은 식사에 집중하고 그 맛 자체를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식사는 혼자서 조용히 먹거나, 티비를 보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음식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무런 방해 없이.

 또는 누군가와 식사를 할 때도 있다. 가족 간이나 친구나 어떤 지인이라던가 애인이라던가.

 누군가가 앞에 있다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식탁에 있는 음식들의 맛을 서로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먹을 수도 있고 외식할 수도 있는 것이고,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특별한 장소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즐기는 데에는 음식이 함께하고 분위기와 즐거움의 지수를 보태기도 한다. 그건 역시 그 상황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편의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식 앞에 놓인 편의성은 맛과 또 다른 무언가를 즐기게 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난다. 그건 자연스럽게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외식의 경우엔 서비스의 부족으로 느낄 수도 있고, 음식 자체에서도 그럴 수가 있었다.


 외식을 나가 서비스나 환경이 불편했다면, 그곳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세상엔, 우리나라에는 맛있고, 같은 음식이라도 색다른 맛을 내는 음식점을 널리고 널렸다.




 누구나 음식에 호불호가 있다. 단순히 맛의 차원에서.

 아무리 진미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정말 흔하고 어디에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라도 정말 맛있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

 호불호가 있다기보다는 각자의 혀는 다 제각각이기에 절대적으로 맛있다고 할 수 있는 음식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 그런 글을 보고 혼자 킥킥 대며 웃은 적이 있었다.

[나는 푸아그라 보다는 처갓집 양념통닭이 더 맛있더라]

 물론 그 사람이 정말 푸아그라를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비싼 음식 중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먹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게를 선택하겠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대게.

 나는 이 대게의 맛 자체는 좋아하지만 싫어한다. 아니, 그 다지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그 막대기 같은 게 껍질을 손을 이리저리 해야 하고,  가위질도 해야 하고, 젓가락질해야 몇 분을 발라내고 먹는 데에는 10초도 안 걸린다.


'대게 먹기' 만 검색하여도 대게를 먹는 방법이 동영상으로도 수두룩 나온다.


 그 과정이 재미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 과정이 몹시 귀찮고 짜증이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누군가가 발라주고 먹기만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물론 이런 과정을 데이트하듯이 즐긴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즐겨야 할 때에 살을 발라낸다고 짜증 나다가 비로소 게살을 먹고 잠시 행복해졌다가 다시 짜증이 나야하는 게, 내가 정말 대게를 맛있게 먹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만 또한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기에, 눈코입귀뿐만 아니라 손으로 편히 먹을 수 있는 맛을 추구한다.


 그건 내가 무엇을 씹는 데에 걸리적거리는 게 싫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일이 대게 껍질을 발라내는 게 싫어서 대게를 안 먹는 사람도 마냥 없진 않았다.

 먹을 때에는 그저 먹기만, 대화하고 먹는 것도 좋지만, 대화하면서 살을 발라내야 하는 작업을 일일이 해 가면서 게 살을 먹고 나면 허무하기만 할 때도 분명 있었다.


대게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안 좋아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인기 음식인 닭은 그래도 안쪽에 있는 뼈만 남기고 먹으면 되기에 수월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편하게 먹고 싶은, 먹이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순살 치킨이 나오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순살 치킨 또한 인기는 상당하다. 돈 몇천 원을 내고도 그렇게 먹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래서 초밥 무한 리필 집 같은 곳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초밥을 무제한적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옆에 다양한 종류의 초밥들이 돌아다니고, 테이블마다 옆에 주어져 있는 화면에 주문만 넣으면 요리를 바로 전해져 오니까. 그렇게 먹는 게 편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과 시간을 나누는 게 좋다. 전혀 방해도 받지 않는다.


 편하게 먹는다는 건, 당연할 수도 있으면서도 항상 주어지는 게 아닌, 음식의 본연을 즐기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에 어느 곳에서도 음식이 식지 않도록 하는 우리나라의 배달문화는, 그래서 상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다에 놀러 와서 어디 들어가기도 귀찮고, 해변에 누군가가 맛있는 음식을 배달해 주면, 그것만큼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