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브런치 작가의 합격기준?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브런치 작가 신청을 7번의 신청 끝에 응해주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1달이 넘어가고 얼마 전에는 브런치 무비 패스에 초대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 신청에 수락을 받고 글을 쓰고 일주일인가 열흘 정도는 독자 분들은 나의 글에 눈곱만큼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브런치에서 내가 억지를 부려서 승낙을 해 준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뜬금은 없겠지만 평창올림픽에 현장 경기를 챙겨보면서 느꼈다. 그곳은 윤성빈 선수가 출전하는 스켈레톤의 경기장이었다.
내가 있었던 곳은 선수 입장하고 달리는 관석에 있었는데, 그곳에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 캐나다 사람, 미국 사람, 자메이카 사람 등 다양하게 국적이 다른 사람이 섞여 있었고, 자국과 상관없이 똑같이 공감해 주며 응원하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 코치가 응원을 유도하고 한국 일본 사람들이 열심히 응원해 주기도 했다. (솔직히 윤성빈 선수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서 느낀 건 열기보다는 공감이었다.
혼자 쓰는 글은 나만의 자기만족이었다. 나 혼자, "이 글은 대단해! 이 글은 누구나 인정할 거야!" 이래 봤자, 결국 보는 건 나 혼자였다.
그것이 정말 훌륭했다고 하더라도, 그저 혼자만의 망각일지라도, 혼자 흙속에 묻혀있는 글은 어떤 싹이 틀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쓴다는 것은 제법 무서웠다.
사람이 욕심이 나게 만들었고, 좀 더 좋은 글,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글을 쓰도록 욕심이 나게 만들었다. 심지어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인 건지 모르겠지만 추상적으로 지적만 하고는, 지적을 하기 위해서 회원가입을 했던 모양인지, 지적 덧글을 쓰고 바로 탈퇴해 버렸다. 사실 그분에게 어디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묻고 싶고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감성과는 거리가 있는 이과 출신의 수학쟁이였으니까. (수학이 하도 좋아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좋아하다 보니 수능 수리 등급만 아주 좋은 등급을 받았다.)
그래서 한 번은 뒤로 돌아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읽었다. 어느 정도 수정은 했지만, 글 자체를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느낀 게 있다. 그리고 그런 과거의 글을 봐야 내가 계속 깔끔한 글을 쓰려고 할 것 같았다.
"이 인간은, 독자에게 뭘 이렇게 가르쳐 들려고 하는 거지?"
나는 나에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건 공감이 가는 글을 쓰는 게 아니었다.
또는 나 혼자만 감성에 젖어 혼자 공상에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쭉 늘어놓고 있었을 뿐이었다. 자기주장, 자신만의 이야기만 하는 글을 보고 좋아해 줄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기분 나빠할 가능성만 더 컸다.
그 점을 누가 지적해 주지 않아도,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나의 과거 글을 보고 느꼈다.
그게 바로 혼자 쓰는 것과 누군가에게 보여주면서 쓰는 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이 브런치의 '좋아요' 즉 '라이킷'을 눌러주지 않기 바라고 있었다. 그런 알림이 올 때마다 더 잘 써야겠다, 더 신경 써야겠다, 한 번 더 퇴고를 하고 올려야겠다. 하면서 나는 바로 쓰고 올린 글을 수번을 퇴고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소한 글이라도.
하지만 역시. 그러면서 많은 라이 킷이 눌러주면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그 말 그대로 그 글이 그 사람들에게는 좋았다는 표시였고, 또 보고 싶다는 기능을 사용한다는 거니까.
그리고 상상도 못해봤던 조회수가 뜨고, 메인에 뜬 화면에 내 글을 보고 기뻐서 스크랩을 하기도 했다.
자기만족과 공감.
그게 글을 혼자 쓰는 것과 보여주는 글을 쓰는 차이점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도 좋았고 그로 인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너무 강한 주장은 결국 혼자 고래고래 소리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볼 수 있길 바라는 것은, 나의 글에 따라오라가 아닌, 나의 글에 공감하고 같이 느껴주세요, 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사는 글은 책으로도 출판되고 돈으로 주고 사고 싶어졌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받는 입장에서,
브런치 팀은 그런 글을 써 주는 사람을 찾지 않을까?
많이 부족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노트북 자판에 이마를 찧을 정도로 고개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