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느 나라의 식사 문화라던가, 그 식사 자체에 호불호를 가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건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해 경험이 없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에 좋아하는 다른 나라의 식사를 선택하라고 하면 일본식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나는 따끈하게 나오는 면 종류와 덮밥류를 좋아했고, 닭고기 튀김이 올려져 있는 가라아게 덮밥을 특히나 더 좋아했다. 비빔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
그리고 부산에서 줄곧 살다 보니, 지역마다 같은 음식이라도 요리하는 데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경험해서야 알았다. 부산에도 충분히 일본식 식당은 많다. 일본식 카레도 있고, 일본식 돈가스로부터 시작해 어떤 동네에는 일본식 식당 주위로 펼쳐져 있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는 조금 놀랐다. 내가 부산에서 즐겨가는 일본식 가게에는 일본 피규어가 진열되거나 일본 만화가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가게처럼 일본 느낌을 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가서 이틀 연속으로 일본식 가게를 갔는데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가게 안에 흘려보내는 음악들은 전부 일본 노래였다. 심지어 일본 만화 주제가 위주로 나오는 곳도 있었다. 그건 일반적으로 그저 라멘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 안에 있는 손님들은 스마트폰의 앱으로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알아내려고 폰을 높이 들어 노래를 인식시키고 있었다. 오히려 낯설 수 있는 명확한 콘셉트가 호감을 얻고 있었다.
그 노래를 알면 흔히 말하는 '덕밍아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노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아주 밝고 상큼함을 유도하는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멜로디를 이루는 그런 노래였다.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느꼈지만, 생각보다 분위기도 좋았고 흥미로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중국집에 중국 음악을 틀지 않는 것처럼, 일본 음식점에 일본 노래가 나올 거라곤, 상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다른 홍대의 맛집이라고 유명한 일본 라멘집을 갔는데, 그곳은 앞 옆으로 칸막이를 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 그대로,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곳 또한 일본 노래까지 틀어주면서 일본식 인테리어는 정말 이 가게 안에서 만큼은 내가 일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혼자 오는 손님을 위한 식당의 디자인 치고는 그 당시에 혼자 오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고, 모두 여성들이 친구들이랑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왠지 칸막이를 펼칠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 식당을 가면 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있는 테이블의 가로넓이만큼의 쟁반 안에 음식을 담아서 나에게 건네준다. 그 쟁반 안에는 밥이든 반찬이든, 있을 건 다 있었고, 혼자임에도 물을 떠 갈 필요도 없이 물 한 통을 남겨두고 주방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았다.
나에게 일본식은 그 점이 좋았다. 혼자 먹더라도 늘 쟁반에 반찬이나 국물 메인 음식과 가득 담겨서 오는데, 그 쟁반 안에 있는 음식들은, 쟁반 안에 꽉 차 있다 보니 뭔가 보는 맛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타인과 함께 할 때는 조금 역효과를 느끼기도 했다. 커다란 한 테이블에 앉더라도 각자의 쟁반을 두고 각자의 식사를 하는 일본식의 식사가 있었다.
그건 좀 쓸쓸했다.
물론 그런 쟁반이 서로의 선을 긋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만, 커다란 한 테이블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기 것만 따로 담겨있는 식사를 한다니. 같이 식사를 하는데, 같이 식사를 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일본 음악을 틀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알아들을 수 없듯이, 일본의 디자인에 일본 음식에 일본 음악, 일본에 온 것처럼 언어의 장벽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 할 수 없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게 되는 것 처럼.
그래서 흘러나오는 일본음악이 더 귀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스타일의 일본식 식당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음악을 트는 게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도 그런 곳이 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