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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19. 2018

이별을 하면서도 바라는 마지막 한 마디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은...
늑대인간이었습니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하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 두 개로 해결하는 어느 한 여대생. 그녀는 대학교에서 늘어난 옷을 입고 교과서도 없이 그저 한결같이 필기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고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평소엔 어떻게 하고 놀아? 어떤 음식을 좋아해?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좋아했어?"

 남자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

"네 이름은 왜 '하나'야?"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고, 남자는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추었던 비밀. 그는 늑대인간이었다는 것. 그저 전설이나, 허구에서 존재하는 이야기가, '하나'의 앞에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이야기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늑대인간이니 허구의 존재가 등장하는 게 위화감이 느끼지 않는 건 당연했다. 말 그대로 만화에서 늑대인간이 나왔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만화인데? 이런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하나는,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써부터 고민을 하게 된다. 미래에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하게 아이를 키워 내야 할 엄마의 모습을 그려낸 [늑대 아이 : 아메와 유키] 그 이야기다.


 앞날을 고민했지만, 그래도 남편이 있기에 행복했을 거라 여겼던 '하나'. 아이를 임신하고 걱정이 많았지만, 역시 남편이 있었기에 힘들지만은 않다. 무덤덤히 옆을 지켜주는 남편이 존재한다는 건 아내로서 더없이 든든하다. 아이를 낳는 과정도 평범하지 않다. 혹시 아이가 나오면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병원에 가지도 않고, 오직 두 사람이서 아이를 낳고 받아내며 이름을 지어준다. 처음 있는 일은 힘들지만, 익숙해지니 무서움은 덜한다. 첫째 아이에 이어 둘째까지 낳게 되었지만, 어느 날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마중을 나갔지만, 마을에서는 한 늑대의 시체가 발견하게 된다. 마을 한 복판에 늑대라니, 그건 분명 남편이다!

 아내 '하나'는 처리반에 실려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두 아이를 키워내야 되는 '하나' 어떻게든 이겨내 보겠다고, 남편의 사진이 붙어 있는 운전면허를 영정사진 삼아 맹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숨기듯이, 정말 혼자서 키워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여 줄 수 없는 이유. 인간의 모습이지만,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기에, 자신이 모두 감당해야만 했다.

 자식이 아픈데, 일반 병원을 데려가야 할지, 동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을까?

 애완동물 금지의 아파트 주변 이웃에게는 동물을 키우는 것 같다고 의심을 받고,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에 찾아오지 않자 아동학대로 의심받기도 하고, 엄마 '하나'는 두 아이가 인간의 길을 걷든, 늑대의 길을 걷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연과 인간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산속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툭하면 늑대로 변신하는 첫째 딸, 낯을 가리고 겁이 많은 둘째 아들.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딸 유키는 늑대의 성향이 강했다.

"늑대 주제에 약해 보이니까 찍히는 거야!"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늑대로 변신했고, 왜 변신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알려주지만, 금방 잊고 마음껏 변신한다. 산에서 짐승들과 뛰어다니기도 좋아하고 뱀을 한 손으로 잡아채 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늑대로 변신해 엄마가 키운 밭을 지키기도 한다.

 아들 아메는 늑대를 싫어한다.

 산도 싫어하고 뛰어다니는 것도 싫어한다. 심지어 늑대이면서 고양이에게 당하기도 한다.

 동화 속에서 늑대들은 미움을 받고,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에 스스로 또한 실망한다.

"하지만 엄마는 늑대의 편이야" 아메는 엄마의 그 말에 위로를 받는다.


 '하나'는 비 오는 날이면 수십 개의 양동이가 필요할 정도로 비가 새는 집을 수선하고, 멀리 떨어진 마을 주민들과 교류를 피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환경에 혼자서 해내겠다는 '하나'는 설령 늑대든 사람이든, 타인과 교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특징. 그것은 늑대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과 똑같았다.

 

 늑대든 인간인 든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한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늑대로 변신할 수 있다는 걸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늑대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건 아니었지만, 엄마 '하나'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자식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엄마 '하나'는 어떤 날엔 야생동물인 늑대에게 말을 걸면서 까지 아이들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드러낸다.


 딸 유키는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일반적인 또래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그 후로 더 인간으로 살기를 다짐하고,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지고, 만족해한다. 하지만 묘하게 감이 좋은 전학생에게 늑대로 의심받는다는 의식하게 되고 동급생 남자아이에게 늑대의 모습을 하고 상처를 낸다,

"다치게 한 건 늑대니까. 그러니까 유키가 잘못한 건 없어요."

 동급생 남자아이의 그 한마디는, 딸 유키가 인간으로서 더 이상 늑대로 변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게 된다.


 그 반대로, 인간과 어울리지 못한 아들 아메는 산을 향하게 된다.

 학교에선 괴롭힘을 당하고, 늘 창문 밖을 바라보고 어떤 날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러다가 늙은 늑대와 교류하기 시작하고, 산속에 있는 여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늑대로서 야생의 본능에 대해 배우게 된다.

 야생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야생을 좋아하게 되고 더 높은 산을 향한다.

 반대로 야생을 좋아하던 딸은 되려 늑대를 싫어할 정도다.

"됐으니까 학교에나 나와"  

"싫어, 늑대니까."

"인간이야."

"늑대잖아."

 서로의 입장은 반대가 되었다. 딸 유키는 인간이고 싶고, 아들 아메는 이젠 늑대이고 싶다. 그 의견차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엄마 '하나'는 두 자식이 정체성 때문에 일어난 싸움을 바라만 볼 수 없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분명 두 아이에게 늑대와 인간,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마련한 방법이었지만, 불안함만 가득 찬다.

"비록 늑대로선 10살이면 충분한 어른 일지 모르지만. 너는!"

 분명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엄마의 입장에선 어린 아들을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는 건 두려움이 가득했을 것 같았다. 결국 그런 마음은 솔직하게, 더 이상 산으로 가지 말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두 아이가 어떤 결정을 하기 이 전에, 그 아이들은 엄마 '하나'의 자식이었다.

 어린 아들을 위험 가득한 산속으로 보낸다는 건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닐 거다. 그러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부탁을 하고도, 가지 못하게 강요도 한다.

 하지만 아들 아메는 늑대의 본능을 앞세워, 산속의 위험을 알아차려 그 산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늑대로 변신한다.

 혼자 산속으로 들어간 어린 아들을 찾기 위해서 비옷을 걸쳐 산속으로 들어가는 '하나'

 아들 아메는 산속을 지키는 어엿한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작은 몸이라도 엄마를 안아 업어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놓는다. 아메는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커버렸다. 늘 자신의 그늘 아래에 있었고, 아직 해줘야 할 게 많은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엄만, 너한테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그 한마디가 얼마나 애처로운지 눈물은 강제적이라도 나오는 것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남편 없이, 키워낸 아들을, 10살 남짓밖에 안된 아들을 늑대든 인간이든 상관없이, 험한 산속으로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해주고 싶어도, 해주어도 해준 게 없다고 느끼는 게 부모의 마음일까.

 그 말은 완전히 늑대로 살기로 한 아들 아메에게 눈물겨운 이별을 예고한다.

 멀어지는 아들 아메, 하나는 아메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애처롭게 부른다. 하지만 아들 아메는 늑대의 모습으로 힘차게 산을 오르는 것을 보여주며, 정상에서 강인한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그 모습에, 늠름한 늑대의 그 모습에, 더 이상 엄마 '하나'는 더 이상 인간의 아이로 자신의 곁에 있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건강히... 잘 살아야 한다!

 결국 이별을 하면서 바라는 마지막 한 마디.


 특별히 다른 건 없었다.

 엄마가 물론 아빠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부모든 똑같다. 물론 이 이야기는 늑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늑대인간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남매간에 싸우기도 하고, 더 이상 서로의 입장에 개입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살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다. 그저 서로 공감하는 것이 달랐다.

 아이가 늑대든 인간이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결국 엄마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 많은 걸 해 주고 싶고, 해 줬는지도 모르고 더 해주고 싶고, 해주어도 모자란 줄 안다. 하지만, 어린 유아기를 보면서 나이가 아닌 개월 수로 부르는 것처럼, 자식은 한 달마다, 매주, 하루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건 부모도 잘 모르기도 하고, 자식 자신들도 모르기도 한다.

 엄마의 품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

 늑대가 되어 산속을 지키는 아들.

 모두 어느새인가 자식들은 훌쩍 커가며 그렇게 자기의 길을 걷고 있다.

 부모든 자식이든 서로에게 바라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 이 글은 영화의 이야기를 주제로 쓴 글 입니다.

* 눈의 피로가 오지 않도록 밝기 조절을 주의하시길.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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