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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19. 2018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타임머신처럼 과거나 미래로 넘나들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하는 상상. 누구나 한 번 했을 법한 흔한 상상이다. 그만큼 인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많고 후회하고 있는 게 많다는 것이다.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시간을 뛰어 넘어서라도 그것을 바꾸고 싶어 하려 할고, 누군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고 싶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그것이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도전할 것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 인간은 시간을 뛰어넘는 사람이다. 영화 [타임 어바웃]의 남자가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문의 남자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게 바로 시간이동. 

 주인공 '팀'은 아버지가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말에 이렇게 말한다. 

"여자 친구를 가지고 싶어요."

"와우"

 정말 순수하다고 할까? 생각보다 능력에 비해 작은 스케일에 되려 놀랍다.

 시간을 계속 뒤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연애 선택지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뒤로 돌아가 알맞은 대응을 할 수 있는 '팀'은 자신의 집에 하숙을 하게 된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특별하게 배운 점이 하나 생긴다.

'안 될 놈은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꼬셔도, 결국 그 여자는 회피할 뿐, 처음부터 받아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아무리 시간을 돌리고 최고의 선택지를 고른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시간을 이동하는 게 완전히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이 알게 되었다.

 

 팀은 미래와 여자를 찾기 위해서 런던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블라인드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가게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인연을 만나게 된 팀. 그리고 후에 만남의 기약하기 위해 전화번호도 알게 된다. 그렇게 팀은 자신의 인연이라고 믿고 그녀와의 사랑에 확신을 가지게 되지만, 팀의 시간 이동은 그저 사랑을 위해 이용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의 괴로움에, 불행에 벗어 날 수 있도록 과거로 돌아가 도움을 주곤 하는데, 그것은 팀이 인연의 여자와 만날 시간에 다른 일을 해 버렸기에, 인연이 유지가 된 게 아니라 없었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안 될 놈은 역시 안 되는 걸까.'

 하지만 분명 그 연인은 팀에게 호감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스토커라고 부르기 딱 좋을 근성으로 여러 번 그녀에게 다가가는 팀. 분명 호감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했기에 다시 연인이 될 기회는 찾아왔다.



 시간을 되돌려 없었던 일을 만들어 창피한 일을 지우고 멋진 모습이나 상대에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게 되면 분명 호감도를 높일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클리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거나, 어떻게 해서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던가, 다 개인마다 사정은 다르다. 

 '팀'의 첫사랑과 현재의 연인은 그런 차이였다. 동시에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 셈이다. 그걸 확신하는 게, 세월이 흘러 연인을 가진 '팀' 앞에 이전에 어떤 방법을 써도 마음을 얻을 수 없었던 첫사랑의 여인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녀는 지금의 '팀'을 보고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이제 와서 왜 그런 소리를 하냐는 느낌일까? 아니면 되돌아보니 그것이 후회가 된 것이냐고 우스울까. 확실한 건 그녀의 입장은 현재의 '팀'에 입장에선 바라지 않던 호감이었다. 사람은 시간과 상관없이 누구의 마음도 자신의 마음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 '팀'은 그것을 느낀 게 아닐까?

 그 계기로 연인에게 확신을 가지고, 확신을 얻기 위해 청혼을 한다. 다행히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으면서 행복한 현재에 만족해 가며 살아가는 '팀'


 그리고 흔히 이런 상황을 시련이라고 하는 걸까? '팀'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문제가 많은 남자 친구를 사귀는 덕에 생활이 피폐해지고 있고,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팀'은 동생이 그렇게 된 것은 현재의 남자 친구를 만난 것이 문제라 여긴다. 

 여동생이 긴 시간 동안,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못하고 괴롭게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을 쭉 지켜봐 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동생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연인의 인연은 없도록 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그 결과 동생의 얼굴은 환하게 좋아졌고,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연인을 만나 마음을 놓이게 된다.

 아버지가 되어 있는 '팀' 현재로 돌아와, 집에 돌아와 안아 버리고 싶은 존재. 자신의 아이. '팀'은 자신의 아기를 들어 올리는 데.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 자신이 모르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팀'의 친자가 맞았다. 다만, 이전의 과거를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자가 그때의 정자가 아닌, 과거를 바뀐 후의 다른 정자였기 때문에 다른 모습의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정말 과학적인 설명이었다. 수억 마리라고 하는 정자의 확률, 그 순간이 아니라면 선택받지 않은 정자가, 앞의 시간이 뒤틀리면 분명 그 순서가 바뀔 수가 있었다.

 '팀'의 여동생은 아내의 입장에선 시동생이다. 그녀와의 관계가 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피폐해지던 동생과 환한 얼굴을 하는 동생, 분명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시간을 가질지 서로 다를 건 분명하다.

 '팀'은 자신의 아이임을 인지해도, 그동안 키어왔던 아이를 저버리고 새로운 모습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동생의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하고 동생의 회복을 돕는 현재를 고집하기로 한다.

 이미 '팀'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기존에 얻었던 것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고가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만약에 아이를 또 낳게 된다면, 그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어떤 일이 있어도. 분명 그 후엔 또 자신의 아이가 바뀌고 말 테니까.

 여동생의 회복을 돕는 동안, '팀'은 동생의 과거를 바꿨던 것처럼, 똑같이 화목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둘째도 가지게 되고, 분명 둘째를 가지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한 '팀'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의 길에 놓인다.

 그것은 아버지가 폐암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그건 시간을 돌린다고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주원인인 담배는 꾸준히 피워왔던 것이었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담배를 끊게 되면 아들과 딸을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팀'에게 자신만의 행복한 비법을 알려주게 된다.


"하루를 똑같이 두 번씩 살아라. 그러면 처음에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에 살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팀'은 아버지의 그 말을 따라 경험해 보고, 두 번째 삶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낀다. 바빠서 뛰어다니다 보니 주변에 보지 못한 아름다운 건물들, 옆쪽에서 세어 나오는 음악이 불편했던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에는 기타 치는 흉내를 낼 정도로 신이 났다. 

 또 하나의 장점이 있었다.

 '팀'에게서는 아버지는 자신을 낳은 부모님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바꿔준 은인이기도 했다. 시간을 이동해 아버지가 장례식을 치르기 전으로 돌아가 단 둘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탁구를 치기도 하면서.

 하지만 이게 또 시련인지, 아내는 셋째 아이를 갖기를 원해했고, 그것은 분명 아버지를 만나러 더 이상 과거로 올 수 없음을 알리게 된다.


 이 영화는 시간의 이동으로 인해 무엇이 잘못되었거나 반전을 전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러브스토리인 줄 알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굉장히 알려주는 게 많은 영화였다. 

'팀'은 언제나 현재를 선택했다. 첫사랑이 다시 나타났을 때에도, 동생이 크게 다쳐서 과거를 바꾸어 주려고 할 때도, 아내의 바람대로 셋째 아이를 위해서 아버지를 그만 만나러 가는 것도.

 그렇기에 아버지가 알려준 자신만의 행복한 비법을, '아버지의 행복한 비법'으로 남기고 '팀 자신만의 행복한 비법'을 찾아냈다. 

 그 비법은 무엇일까?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과거가 있고, 미래도 있고 지금 이 순간 현재도 있다. 

 현재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이 순간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과거는 어떨까? 사람마다 전부 다를 것이다. 미래는 어떨까? 사람 마다 그 사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는 자신만이 전부를 알 수 있고,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점, 그렇다면 현재는? 그저 아무런 특색 없는 그 순간일 뿐이다.

 '팀'의 아버지가 조언을 하는 것처럼, 분명 두 번째 삶을 살아보면서 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과거로 가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미래로 가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면 어떨까?' 이런 상상력을 추가할 수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환상적이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 현재는 어떨까?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매번 행복할 수도 없고 매번 괴로울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미래를 대처해야 할까?

'팀'은 이러한 답을 냈다.


하루를 위해서,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 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두 번째 삶고 첫 번째 삶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이미 앞에서 경험했기에 여유가 생겨서 좀 더 시야가 넓어졌다는 걸까? 그런 영향도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두 번째의 삶을 사는 것에는 자신이 미쳐 보지 못했던 다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하여였다. 즉 보고 싶었던 것이 달랐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팀'은 그것을 깨달았다.

 굳이 보려고 두 번 살 필요는 없다. 그저 보고 싶은 그것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게, 현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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