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에는 아르바이트생은 평일엔 오후 5시에 출근하는 편이다.
저녁을 챙겨 먹기에도 점심을 챙겨 먹기에도 아주 애매한 시간이었다.
직원들은 4시나 3시 사이에서 점심겸 저녁을 챙겨먹는 편이었고, 그 사이에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애초부터 식사를 제공해준다는 조항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아르바이트생은 알아서 위장을 채우거나 비우거나 직장에선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르바이트생들은 항상 배고파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같이 일하는 사람이 배고파하는 것을 보는 게 싫었다. 무엇보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 배고파하는 사람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나는 잘 먹이고 열심히 일을 해 달라는 나만의 뜻을 표하면서 음식을 내주려고 제일 싸게 먹히는 알리오 올리오를 해주곤했다.
파스타의 기본중의 기본이며, 생크림이 들어간 것 보다는 칼로리도 낮기에 간단하게 끼니를 채워주는 데에 아주 효율적이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렇게 챙겨주다보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르바이트 애들은 늘 그렇게 파스타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차려주곤 했었다. 그것을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가 있곤 하다.
“그런 말이 있잖아.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안다고.”
익숙해지다 보니, 평소에 밥을 먹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불만을 내려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픈 것인지, 아르바이트생에게 식사를 차려주는 것을 자제하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저녁을 챙겨줘야 하는 게 나의 책임인 것도 아니었고, 한창 바쁠 때 아르바이트생이 밥 달라고 하면 짜증이 날 때도 있긴 했다. 물론 그런 상황을 굳이 그 아이들이 만들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식사제공을 해주는 것을 허락을 받고 하는 일이긴 했지만, 사장의 입장에선 예상에도 없던 지출이 계속 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안된다고 하기엔 스스로가 너무 박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저녁을 챙겨주는 일의 빈도는 줄기 시작했고, 일부러 밥을 먹지 않고 오던 아르바이트생들도 이젠 매번은 아니더라도 끼니를 알아서 챙겨 먹고 오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건 더 이상 식사제공이 안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장님이 눈치를 주는 게 한몫을 하고 있었다.
누가 눈칫밥을 먹고 싶어하려나.
그러다가 알바생들은 자기들이 음식을 제공받았던게 기분나빳었다는 사장님의 마음을 듣게 되고, 그래서 나온 불만들 또한 사장님이 듣게 되곤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이고쌓였다.
각자의 악감정들이.
어느날 너무나도 바쁜 날, 한 아르바이트생은 어느 날 사장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옆 가게에 파는 덮밥, 배달 주문해도 돼요?"
그 한마디가 오해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오해가 쌓였던 만큼 그 말 한마디는 기분이 나쁜 한 마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음식점을 하는 매장에서 다른 음식을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사장님은 기분 나빠해 했고, 그 동안 그렇게 식사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기분나빠라고 하는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순전히 배가고프고 그 집 덮밥이 먹고싶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순수하게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각자 자기 마음속에 악감정을 계속 쌓아두고 있다보니 본심아닌 말에 본심이 섞여 나온게 아닐까 싶었다.
결국 화가 난 점주는 “그래 많이 먹어라.”라는 비꼬는 듯한 심정으로 되려 비싼 재료로(갈비) 아르바이트생들의 저녁을 챙겨주었다.
아마 그것 또한 심적으로는 부담을 느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게 만들 심정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나에게 와선 서운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그냥 가라아게가 먹고 싶어서, 가라아게 덮밥을 시켜먹고 싶었던 것 뿐인데. 기분 나쁘게 할거면 허락도 안받고 그냥 시켰겠지."
내가 양쪽의 모든 심정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서로가 쌓인 악감정은 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오해를 얻을 수도 있었다.
다시 잘 생각해 보면,
아르바이트생들은 그저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했을 뿐, 밥을 얻어먹고자 음식점에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일하는 곳에서 밥을 챙겨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호의가 당연한 게 아니었다.
반면에 점주 또한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싫어서 생긴 반감으로 인해, 그저 덮밥이 먹고 싶은 거구나 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따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압도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 일지도 모른다.
오해는 한순간에 바로 생기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반감과 편견이 생기면서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하려 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서로 좋은쪽,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런 주문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기다려봐. 그냥 내가 파스타나 피자 한판 해 줄께."라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럴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지 못하는 건 그만큼 반감이 생기고 편견이 남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