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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19. 2020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만큼 어려운 건 없다.



 파스타에는 소스가 대표적으로 세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빨간색의 토마토.

 하얀색의 크림.

 번들번들한 오일.

 한국에선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분간하자면, 토마토 파스타(스파게티) 까르보나라 (크림파스타) 봉골레파스타 (혹은 알리오올리오)으로.


 그 중 오일파스타는 세가지중 제일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다른 두가지 보다도 기술이 더 필요한 파스타이기도 하며, 오일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조리하는 과정도 다르며 세심하게 살피고 다뤄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오일파스타의 기본으로 알려져 있는 알리오올리오에는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얇게 썰어낸 것을 은은하게 여유를 주면서 볶아야한다. 마늘이 약간 황금빛이 날 정도로 볶아야 하는데, 단순히 마늘을 그렇게 볶아낸다고 해서 오일 자체에 맛이 나는 게 아니다. 충분히 몇분간 은은한 불에 볶아야 마늘 향이 오일에 베어나게 되는 것이고, 그 과정이 과하게 진행이 되면 오히려 쓴맛이 나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을 잴 줄 아는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내가 새롭게 배운 것들 중에는 올리브오일 대신에 고추기름을 넣고 추가적으로 다른 채소들이 들어가고 거기에 쭈구미를 넣는 '쭈꾸미 오일 파스타'였다. 나는 배운대로 그대로 했었고, 몇주가 지났을 때 쯤 하나의 컴플레인(불만사항)이 들어왔다.

 바로 쭈꾸미 오일 파스타에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었다.


 음식에서 해산물의 맛이 아닌 비린내가 난다는 것은 분명 내가 조리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서 누구에겐 짠 것이 누구에겐 알맞을 수 있다. 그렇게 핑계를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동안엔 그렇게 손님의 불만사항이 들어오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처음 배웠을 때와 다름없이 같은 방식으로 요리를 했었다. 그렇기에 손님에게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바뀌었다.

 손님이 직접 카운터까지 가져와 먹어보라며 항의한 만큼 주방안에서 그 쭈구미 오일 파스타를 맛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그 레시피를 가르쳐 준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너 여태 이렇게 요리를 해왔냐?"

 그말에 겁도 났고 무섭기도 했다.

 나는 그래 해 왔다고 말을 한다면, 그저 손님에게만 안맞는 게 아니라면 나는 그동안 잘못된 음식을 내보내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실수를 한 모양이라고 하기엔 배운 그대로 해왔기에 그것 또한 억울했다.

 나의 조리과정에는 알려준 것에서 어긋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에서 불만사항을 가지자면, 그는 나에게 레시피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요리하는 것을 옆에서 살펴보았었고 그걸 그대로 따라했을 뿐이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게 맞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으며, 맞다고 끄덕여주기도 했다.

 애초에 '교육'이라고 할만한 확실한 과정은 없었던 시스템이었다.

 사장은 이 조리과정의 잘못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 부분을 부정하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반성해라."

 그건 그저 반성하길 바라는 나의 자세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죄인으로 내모는 것 같은 기분만 들게 만들었다.



 물론 확실하게 내가 조리과정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도 있겠지만, 나는 나대로 조리실장에게 확인을 거쳤다고 판단했었으며,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리실장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지 사장에게 그런 사실을 부정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고, 사장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그냥 나의 레시피를 다시 바로 잡을 뿐이었다.

 그때 부터였다. 조리실장과 나 사이에 불편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



 나로선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마냥 쉽진 않았다.

 그건 억울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같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회피만 하려는 모습에 화도 나기도 했었다. 정말 비겁한 인간이 실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무엇보다 아직도 그말에 너무나도 분했다.

"그냥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반성해라."

 나는 대체 어떤 부분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한 걸까? 억울함을 가진 점? 제대로 된 교육을 요구하지 않은 점? 아니면 그저 요리를 잘 못했다는 점?

 그걸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 분명 확인을 맡았을 때에는 정말 올바른 방법으로 요리를 했었는데, 내가 착각을 하고 변화를 준 게 아니었을지. 분명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정말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나 했었는지 말이다.





 우리집의 아빠는 어린아이들이 예능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육아 프로그램을 특히 좋아하셨는데, 나도 따라 시청하기도 했다.

 마침 그 내용은 축구선수 이동국과 그의 어린 아들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아들 시안이는 같은 또래들끼리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시합이 끝나고 울상인 아들 시안이에게 아빠 이동국은 물었다.


"이렇게 친구들하고 (축구를) 하니까 느낌점 있어?"

"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시안이는 입을 열었다.

"내가 못하는 걸요..."

 그렇게 말하는 어린 아들의 모습에 아빠 이동국은 살짝 놀라며 마음 아파하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렇게나 열심히 뛰었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이 활약하는 모습에 스스로 실력에 차이가 크다고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어린 아이가.

방송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중에서


 무엇보다 그 어린 아이가 아빠가 축구선수라서 자존심도 있을 법도 한데, 스스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기도 한 동시에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 어린 아이가 남들보다 못한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는 게 얼마나 대견스러웠다. 다 큰 어른들도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워서 그러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분명 그날 이후로 어린 아이 시안이는 여러의미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다 큰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서로가 어떻게 다르고 서로가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고, 서로가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계속 배워나가면서 계속 성장하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사람은 몸이 성장하면서 '자존심'을 배우기도 한다.

 좌절감을 느껴보기도 하고, 모멸감을 느껴보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받는 다는게 얼마나 싫은지 않기에 자존심으로 방어를 하면서 그로 인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외면하기도 한다.


 나도 그게 어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빨리 성장하는 건, 다 큰 어른들이 그렇게 스스로를 방어하기 보다는, 스스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배우기 때문인 것 같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에게 혼이나고 그러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선생님에게 배우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입장이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곤 한다. 그렇게 배워가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잊었던 것을 다시 떠올리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이라고 합니다. ^^!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연재되었던 '사랑할 때와 사랑하고플 때'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으로 책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

브런치의 추천작품으로서, 또 연재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던 이야기가 책으로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

사랑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겠습니다.

단순한 연인들간의 사랑이 아닌 '사랑'이라는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많은 분에게 다가가 많은 사랑을 받을 책이 되길 바라며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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