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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25. 2019

오래전에 싸운 친구와 화해하는 방법.


 10년 전 학생 시절, 한 친구와 싸운 적이 있었다.

 싸운 이유는 휴대폰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왜 싸웠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별 감정은 없었다.

 그 친구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들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실 이젠 친구도 아니었다.

 그저 동창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동창생을 다시 만나게 된 일이 있었다.

 그건 다른 친구의 할머니의 장례식장이었다.


 같은 학교 출신이다 보니 그 동창생과 나 사이에는 서로가 아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예전부터 나와 그 동창생은 싸웠다는 사실을 때문에 함께 어울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동창생을 빼거나 나를 빼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럴 필요는 없었고, 굳이 불편하다면 어색함이 남을 것 같은 것뿐이었다. 그것 자체가 다른 친구들이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도 있는 장례식에서, 그것도 추모를 하는 곳에서 마주하니 분위기가 아주 묘했다.


 그 자리에 친구들은 많았다.

 술을 엄청 좋아해서 취해서 목소리도 크고 시끄럽게 만드는 친구도 있었고, 분위기를 띄워줄 친구도 있었다. 그 속에서 그저 웃기만 하는 친구도 있었고, 빨리 장례식장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와 그 동창은 그저 즐거운 척하면서 웃고 있는 게 최선이었다.


 그건 서로가 어색함을 감지하고 있었고, 그 어색함을 나타내고 싶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우리 둘 사이의 관계를 이번 기회에 회복시키기 위해서 서로에게 술을 마시게 하기도 했고, 속마음을 풀어내며 속 시원해지기를 바랐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근데, 진짜. 그때 왜 싸웠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나도."

 하지만 그때는 정말 미웠던 감정이 있었다.

 그렇기에 서로가 싸웠고 미워했고, 싫어했고 거리가 멀어졌던 것이었다.

 그 점만큼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건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었다.

  분명 답은 있겠지만, 풀 수 없는 문제를 앞에 둔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미 화해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던 것이다.



출처 pngtree


 결국 그는 나와 다시 친구가 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이젠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한들.

 왜 싸웠고, 왜 서로를 싫어했었는지, 그 기억이 남은 이상, 다시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게 사람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관계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다시 친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이처럼 새로운 친구가 되어야 그 어색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전의 기억이 있었던 만큼 그것이 결코 쉬울 거라고, 그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필요한 건 회복이 아니었다.

 관계 회복이라는 단계라고 하기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 둘 사이에 껴서 불편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다시 친해지는 건 무리일 것 같더라."

"안 그래도 그놈도 그 말하고 갔어.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라던데."

"나도 그래. 나도 그게 왜 안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 관계가 뭐 마음대로 되나. 안되면 안 되는 데로 또 지내야지."

"그런가."

 그 이후로 또다시 그 동창생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오래전에 싸웠던 친구는, 이제 친구도 아닌 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오랫동안 시간이 지났고,

 이미 화해를 해도 나아질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했다.

 잔혹하게 말하자면, 내 인생에 없어도 되는 친구라는 말이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많던데,

 타이밍은 여기저기 펙트인 게 한 둘이 아닌가 보다.

 화해도 타이밍이었다.

 화해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느끼고 지나갈 땐, 늦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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