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Apr 20. 2019

퇴사를 한다고 해도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어떤 사람들은 퇴사를 하면 속이 후련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짜증 나게 하는 상사와 매번 귀찮고 능숙하게 따라주지 못하는 후배. 퇴근하려면 붙잡는 회사.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을 그만두고 속이 후련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진심으로 그렇게 후련하다면 정말 묻고 싶었던 말들이 있었다.


"정말로 후련해요? 진짜?"




 입사를 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제일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었고, 너무나도 고지식한 상사의 아래에서 버틸 수가 없다는 게 사유였다.


 아무리 자존심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참고 또 참는다고 해도, 버티면 버틸수록 괴로운 건 자신 뿐이었다. 주변에는 상사의 비위를 다 맞춰주며 웃는 얼굴을 하는 동료들도 돌아서면 얼굴이 싹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아무리 자신에게 잘해주는 직장 상사가 있다고 한들, 위아래가 확실하게 나뉘어 있는 이상 충돌은 없을 수가 없다.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 줄 알고 상사가 상사처럼 보이지도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네가 그깟 일 좀 한다고 나한테 그딴 말을 하는 거야?"

 나에겐 어느 정도 직급이 내려주었다는 건, 그만큼 힘이 주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직원들의 불만을 전했다는 이유로 총대를 맨 것처럼, 상사에게 대들었다는 듯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단지 그 한 마디로 인해서.


 무엇보다 내가 맡아서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는 그런 말은 그 어떤 상처보다도 컸다.



 그 이후로 나는 내 할 일만 착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고, 조금 더 개인주의적인 편으로 변했다.


리틀 포레스트 中



 그렇게 상사들로 인해서 나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부하직원들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는 상사로 인해서, 상사와는 그다지 말을 섞지 않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개인주의적이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평균적으로 일이 해결되게끔 수행능력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문제없을 정도까지만.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것저것 눈치 보고 신경을 써야지 중간이라도 갔다. 눈에 띄지 않고 잘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 스트레스를 풀자고 마시지도 않던 술을 마시게 되고,

 내 기분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나 스스로가 사회로 인해서 변해간다는 게 너무 서글펐다.


 결국엔 그것을 버티지 못해서 선택한 것은, 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도 그리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그저 포기를 했다는 것뿐이지, 무언가가 해결이 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고, 분명 다른 곳을 찾는다고 해도 마냥 평탄하기만 할 건 아니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퇴사라는 게 결국엔 답이 되는 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도 있기만, 그건 이미 구식이다 못해 헛된 말이었다.

 그건 가기 싫었던 군대를 가면서, 2년의 군대 시간을 즐기라는 말로 비유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말은 진즉에 헛된 말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뭐가 답이었을까?

 퇴사를 해도 불편하고,

 퇴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편하고,

 여전히 마음은 불편하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분명 먼 미래에도 이런 심정이 수도 없이 다가오기 도 할 텐데.



 퍼즐이라는 게 그렇다. 완벽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각각 서로가 맞는 모양을 끼워 맞춰야 하고, 맞지 않다면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동그라미 모양을 접어서 세모 모양으로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아니면 동그라미 모양이 필요한 그림을 찾아야겠지.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되는데, 현실적으론 그런 방법들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걱정이 많은 건지, 내년의 나는 또 무엇을 하고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전에 싸운 친구와 화해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