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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21. 2020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자기자신을 잃지 않는 법



 친척 어르신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다. 

 마침 가족끼리 식사를 하던 도중, 나의 책발간 소식에 내 이야기를 하고 있던 도중에 내가 전화를 해서 신기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너는 연애소설같은 걸 쓰는 녀석이 왜 애인은 안 만드냐? 반푼이 마냥."

 딱히 기분나쁘지 않았다.

 연애하지 않는다는 말에 기분 나쁠 것도 없었고,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딱히 잔소리라고 듣지도 않았다.

 그렇게 신경에 날을 세울 말도 아니었다.


"그러게요. 잘 안생기네요."

"네가 자신이 없는 거 아냐? 충분히 연애할 사람 잘 찾아낼 것 같은데."라며 어르신은 그렇게 말씀하시곤 책의 발간을 축하한다며 전화통화를 끊었다.



 흔히 그런 말들을 본 적이 있었다.

 추석이나 설날에 친척이 와서 "너는 왜 연애를 안하냐?"라는 말을 하고 속으론 '왜 굳이 연애를 해야해?'라는 마음을 품고 그런 말을 기분나쁘게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 걸 연애할 권리를 참견당한다고 취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누구나 연애를 하든 말든 알아서 할 권리는 있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는다고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나는 엄연히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고 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러고 싶지 않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왜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싶었다.

 주변에는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거절을 했다.

 왠지 소개팅을 하는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고, 자신만만하게 누군가와 소개팅을 하고 싶다고, 누구든 소개팅을 해달라고 말 하면 괜히 마음에 안든다는 척 하면서 그런 자리를 회피하곤 했었다.


 이런게 자존감의 문제인걸까 싶었다.


 그런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확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이미 혼자인게 너무나도 익숙해져가고 있었고, 연애를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게 낯설고 어렵고 심지어 무서워진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혼자인게 익숙해지는 게 문제였다.

 혼자 있다보면 남을 신경쓸 일도 적어지고, 타인에게 시간을 투자할 의무감 같은 것도 없었으며, 편한 것도 많다. 연애를 하면 즐겁고 행복한 것도 있지만, 혼자 있을 때의 장점을 생각하면서 연애를 했을때의 단점을 더 상기시키는 나를 보면, 그만큼 혼자가 편하고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연애의 맛을 알아버린 이상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

 그것 역시 연애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던 것.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애정을 나누는게 당연스럽게 느껴지고 싶을 정도로.



그라폴리오 크리에이터 '유지별이'님 제공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감정을 주고 받고 공감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줄어들고 낯설게 되면, 다시 감정을 주고 받는 게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은 그만큼 환경과 조건에 익숙해져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고 싶지 않기에 하지 않는 것도 좋다.

 연애를 하고 싶기에 하는 것도 좋다.

 연애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데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너무 한쪽의 환경에 치우쳐져서 그게 너무 당연한거라고 익숙해져버리면 안될 일이다.

 그건 결국 타인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환경으로 치우쳐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다시 생각해 보자.


"연애를 왜 안해?" 라는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리는가?

 그렇다면 그건

 본인이 이미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기에 분한 마음에 그럴 수도 있고, 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왜 그런 식으로 강요해? 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서 기분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잔소리라고 여긴다면, 모든 잔소리에 그렇게 화를 낼것인가? 본인은 그런 사람인가?

 아닐것이다.

 사실 그냥 이러하니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받아들일 수도 있는 아주 문제될 것 없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 화를 낸다는 건,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받고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충분히 자각하고 있음에도 그런 말을 들어서 기분 나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마치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익숙해져 버릴것이다.

 그렇게 사랑을 주고받고 싶어하던 사람이었음에도, 지금의 익숙함에 속아 나는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버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든, 연애를 많이 하든. 익숙함이란 자신에게 많은 함정을 가져다 준다.



 애초에 누군가와 감정을 뒤섞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각자의 색깔을 가진 만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들 감정을 섞게되면 어떤 색인지 어떤 형태인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조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가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누군가는 원치 않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줄수도 있다.

 각자 그런 사람들이다.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고, 타인이 주는 감정에 거절하는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분명 자기 자신을 잃게 하는 일이 되어버리게 된다.

 그 누구든 타인에게서 언제든지 따뜻한 감정을 받을 지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런 인연 또한 마냥 흔한 일이 아니기에, 그 소중함을 잊으면 안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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