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이 되어서 제일 먼저 읽어본 책은 시립 도서관에 진열되어 있던 판타지 소설이었다.
그때는 책이라곤 교과서나 참고서와 동화밖에 몰랐다. 만화책이 있긴 했지만, 비디오 대여점이 활성화되어 있던 만큼 비디오를 빌려보는 게 더 좋아했지 만화책을 빌려본다는 생각도 잘 안 했었다.
무엇보다 어머니는 내가 만화책 같은 걸 보는 걸 싫어했고 판타지 소설을 본다고 하면 그것 또한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판타지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글을 배우려면 그 어떤 책이라도 읽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뒷받쳐졌기 때문이다.
지금에서 보면 그 판타지 소설은 정말 딱 중학생이 좋아할 법한 이야기였다. 친구들끼리도 책 한 권 빌리면 반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보기도 했으며 20권이 넘는 시리즈물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런 계기로 책이란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는 소설이나 인문학의 책을 주로 찾기도 했다.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를 해보고 싶고, 노래를 좋아하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글을 읽는 게 좋아해지다 보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분명 들었다.
어떨 때에는 머리가 번뜩거리더니
"이걸 소재로 소설 쓰면 분명 대박 날걸?" 하면서 나만의 상상을 글로 써가며 한 권의 책 분량을 써보기도 했다.
그건 아마 6~7년 전의 일쯤일 거다.
지금 그 글을 읽어보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XX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쓴 거지?'라고.
군대에 있었을 때에는 시간이 많이 남는 편이어서 볼펜으로 A4용지에 직접 써가면서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그때 그 소설은 재난 소설이었다.
많은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을 낸 작가들은 그런 말을 한다.
"일단 무작정이라도 글을 써라!"
그래야 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
작가들의 기준은 다 같은 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써보면서 느끼는 점이, 그것도 절대적인 게 하나가 있다.
그건 먼저 써놓은 글을 수정하면서 그 퀄리티가 정말 좋아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틀리고, 무엇을 추가하고, 무엇을 빼야 할지 알게 되면
찰흙으로 모형을 만드듯이 무엇을 어떻게 다듬고 모양새를 맞춰야 하는지, 하면 할수록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장편을 쓰고 싶다면 장편을 써다. 쓰고 싶은 글이 에세이거나 단편이라면, 그렇게 쓰면 된다. 장르에 상관없이 원하는 글을 써 보는 과정에서 그 장르가 가지는 특성을 배우게 된다. 당신은 점점 자기만의 기술과 기법을 만들어가고 이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 나탈리 골드버그
결국 글쓰기는 글을 쓰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사람도 계속 노래를 해야 더 성장하고
운동선수도 계속 운동해야 더 성장한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도, 분명 그림을 계속 그려왔고 그리기에 잘 그리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글을 써봐야 한다.
참고 도서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