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부터 글쓰기에 관한 여러 가지 책을 읽곤 했었다.
그게 한 두 권이 아니었고,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여러 권을 읽었던 결과 이렇게 읽기만 하는 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비슷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중에게 보이는 글인 만큼 일정한 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어느 작가에게든 기본적인 것으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인 것 같았다. 즉 여기서 알려주는 건 결국 기본기 같은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각자의 글쓰기에 일정한 특징은 어느 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그건 저마다 다른 문체나 리듬이나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작문서들에서 말하는 것들 중, 천재가 아닌 이상 90% 이상은 맞는 말이라고 하는 부분이 하나가 있었다. 그건 공감을 하기 떠나서 그만큼 맞다는 생각이었다.
소설을 쓰든 에세이를 쓰든, 여행기를 쓰든,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될 때가 있다.
그건 만화에서도 그렇고, 특히 주간으로 연재하는 경우에는 소재가 고갈되다 보니 스토리 진행이 엄청나게 느려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글이나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확실한 짜임새가 요구되곤 한다. 그리고 많은 글쓰기 작문서에는 글쓰기의 소재를 얻는 방법을 알려주곤 한다.
나는 특출 난 글쓴이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서술할 내용이 신용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어떤 작가들의 작문서에는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에 신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화나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큰 틀을 잡아 놓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랐지만, 단편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이나 에세이나, 필자가 브런치에서 쓰고 있는 단편 스타일의 '사랑'관련의 에피소드를 담은 글을 쓰기 위해선 확실한 소재가 필요하다. 매번 같은 소재를 쓰자면 결국 이전의 글을 쓰는 것과 다름없기에 늘 어떤 다른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재는 단순한 '사랑'이 아니다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어떤 사랑'이다.
달콤한 사랑에 대해서 쓸 수도 있고,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서 쓸 수도 있고,
사랑에 대한 배신도 쓸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소재는 그런 거다.
참고로 일부의 스토리텔링의 전문서적에는 이 부분을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나누곤 한다. 즉 필요한 건 콘셉트였다. '사랑'은 아이디어이며, '어떤'이 콘셉트다.
그러면 콘셉트를 언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 누구도 모른다.
필자의 브런치의 대표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여자 친구가 성폭행을 당했던 걸 알게 되는 글이 있다.
이 글을 포함해서 그 후편까지 몇십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글이 어떻게 나왔냐면, 우선적으론 실제 있었던 일을 글로서,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글도 있었다.
필자가 비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는 매거진에 32번째 글이었다.
조회수도 십 만단 위를 넘었었고 꽤나 많은 공감수를 얻었었다. 위클리 매거진을 운영하기 위해서 잠시 글을 잠그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글을 막 썼을 때에는 끙끙 앓기도 했다. 이미 30편 넘게 소재를 써서 글을 쓴 만큼 고갈되고 있었기에 신선한 글인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아이디어는 여전히 '사랑' 또는 '연애'에 관련되어 있었고, 콘서트는 '애인 사이에 연락의 의무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쓴 글은 십만 돌파를 가볍게 넘겼었고 상상 이상으로 많은 하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글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알려달라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늘 글쓰기에 대한 소재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고 이렇게 하면 좋을까. 어떤 등장인물을 저런 상황에 빠지면 어떻고 이런 상황에 빠지면 어떨까. 그런 식으로 경우의 수를 넣어보는 거죠. 그건 스토리텔링의 기법에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로 강력 추천하는 방식이다. 후에 기술한 참고자료 서적에도 나와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근데 중요한 건, 그렇게 연구를 한다고 한들 정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가 다음날에 보면 별로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거든요. 근데 웃긴 게 뭔 줄 아시나요? 사람이 정말 쓸데없는 일에 깜짝 놀라곤 하잖아요? 어이없어하기도 하고요. 휴대폰을 찾고 있었는데 자기 손에 있다거나, 돈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자기 안주머니에 있다던가."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그렇다.
"그 어떤 순간에 정답이 나오는지는 본인도 다른 누구도 모릅니다. 왜인 줄 아세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막 생각나거든요. 게임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오기도 하고, 잠자려고 눕는 순간 갑자기 생각나곤 합니다."
정말 이런 적이 많았다. 심지어 샤워를 해야겠다 하면서 샤워하는 도중에 뭔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서 글쓰기 작문서에는 그런 말을 한다.
평소와 다른 일들을 해 보라고.
평소에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면, 먹어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으로 다른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평소에 가지 않는 스타일의 장소를 가보면 평소에 느끼지 못한 느낌을 보고 느낄 수 있기에 머리 자체가 리프레쉬가 된다.
"에이, 겨우 이거야?"
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분명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바로 무언가 떠오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쌓여서 게임을 하다가도, 그저 TV를 보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잠자려고 누우려고 하다가도. 갑자기 문뜩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막 떠오른다.
심지어 이 글 조차도 이런 방식으로 10분 만에 뚝딱 나오기도 했다.
4개월 전에 스마트폰 화면 액정에 금이 갔지만 수리비가 한 두 푼이 아니기에 계속 쓰기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충전 포트에 문제가 생겨 충전을 할 수 없자 결국 수리를 받기로 했다. 마침 휴대폰 보험을 들어놨던 게 떠올랐다. 매월 4300원 내는 것의 결실을 이제야 사용할 수 있던 거였다. 근데 아쉬운 건 최소 자기 부담금을 2만 원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데 수리비용은 약 3만 원이 되지 않았다. 결국엔 이참에 액정도 교체를 받고 무료로 배터리도 교체받았다. 수리비는 약 22만 원이 나왔고 나는 약 18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나는 휴대폰 액정 교체, 배터리 교체, 충전 포트 교체에 총 4만 원 정도의 비용을 쓴 것이다. 나름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더워서 스타벅스에 와서 커피를 마시던 도중, 가지고 있던 맥북을 꺼내서 어떤 영화의 플롯을 정리해서 스토리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할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몇 년 전에 글쓰기 작문서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그 안에는 소설을 쓰는 방법에 관한 글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소재를 얻는 방법이 생각난 것이다. 나는 그 부분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는 것이었다.
정말 뜬금없다.
마른오징어를 쥐어짠다고 해서 물이 나오진 않는다.
탱탱한 오징어로 바꾸고 싶으면 물에 잠가놓으면 된다. 그 오징어는 짜지 않아도 물이 줄줄 샌다.
그런 차이다.
참고도서 : 소설쓰기의 모든 것 - 제임스 스콧 벨
특징 : 비쌈. 총 5권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