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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ug 05. 2019

선행을 많이 해도, 보답으로 돌아 오진 않는다.

 나는 어릴 적부터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었다.

 돈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해 주는지 알기 때문에, 돈을 모으고 직접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만큼 늘 흘리는 경우도 많았다.

 버스 좌석.

 오락실 바닥.

 불량식품가게.

 문방구.

 분식점. 등


 그래서 생긴 버릇이 하나 있었다.

 버스에서 일어날 때에는 하차하기 전에 내가 앉은자리에 뭘 흘리지 않았나 살펴보는 것이었고, 언제나 지갑을 사용하면 바로 가방에 넣었고, 어떤 경우에는 지갑에서 카드 하나만 빼고 지갑은 가방에 넣어 다닐 때도 있었다. (일일이 지갑을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한 행동이, 결국 카드 딱 하나만 잃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일이기에 얼마나 속상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얼마나 잘 잃어버리는 줄 알기에 생긴 이 습관은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직장에 지갑을 두고 와서 퇴근길에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고 그냥 지갑을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엔 그만큼 자신의 소유물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속상한지 잘 알기에, 많은 습득물을 상대방에게 찾아주곤 했다.

 리조트에 놀러 가서는 지갑을 주워서 근처 파출소에 맡기기도 했고, 스키장에서 주운 최신 아이폰조차(당시 120만 원) 전화를 통해서 건네주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직접 찾아주려고 내용물을 참고해서 어떤 연락처에 직접 연락을 해 찾아주기도 했다. 그 사람들 중에서는 사례금을 주는 사람도 있었고 안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안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12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워도 사례금으로 2만 원을 받기도 했으니.



 그래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건, 결국 불행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내 것이 아닌 걸로 나를 위한 취득으로 이어지는 건 분명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엔 카페에서 지갑을 흘려버렸는데, 그걸 누군가가 주워가 버렸고 그 안에 있던 생활비까지 몽땅 날아가게 되었다. 그동안의 행동을 참고하자면, 결국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의 지갑을 주운 여자 2명은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바로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은 모습을 CCTV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지갑을 찾아주고 다닌 게 별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내가 살아오면서 선행만 해온 것도 아니고, 선행을 한다는 게 나의 이득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상황에서 도와주었던 만큼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건, 참으로 허무하고 씁쓸한 일이었다.


 만약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카페 직원에게 주운지갑을 맡겼거나, 주변 파출소에 맡겼거나, 아니면 그냥 두었으면 내가 찾았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때 그 안에 카페에는 손님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그 안에 돈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확 집어간 그 고등학생 두 명은 떨어진 지갑을 주워서 가져가는 게 '잘못'이라는 것은 알지라도 '범죄'라는 걸 모를 거다. 

 결국 간이 절도로 경찰에 신고 접수를 한 나는,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날은 정말.

 지나간 나의 선행이 참으로 무참하게 느껴진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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