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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ug 08. 2019

어차피 마냥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없기 마련이다.


"공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오지 않는다."

 이 말은 노벨 문학상은 받은 프랑스의 한 철학자 '알베르 카뮈'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얻은 교훈이었다.

 그는 가난했었지만 청소년 시절에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 할 정도로 축구에 열정을 가지고 좋아했으며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그의 말이 맞다.

 골키퍼의 입장에서 공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날아오는지 알 수 있다면, 모든 공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공을 막을 수 없는 것이고, 승부차기에서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했다고 해서 그 공을 반드시 막아내는 것 또한 아니다.


 안 그래도 어떻게 다가오는지도 모르는데, 막상 다가와도 해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2019년 6~7월 기준.

 "계획"이라는 단어와 이야기를 하는 글들이나 영상을 보면 대부분 영화 '기생충'의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넌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가 영화를 끝까지 다 본 사람들에겐 파급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생충 스틸컷 (네이버 영화)


 그 외에도 모든 일에 계획을 먼저 세우고 생활하는 '플랜맨'이라는 영화도 존재하기도 하며, 초등학교 시절에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 방학 동안 어떻게 생활을 할 것인 계획표를 짜보라고 숙제를 내 준 것도 기억이 난다.

 과학적으로도 신체리듬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신체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고도 한다.


 굳이 그런 것만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취직을 위한 계획.

 지겨운 일상에서 즐거운 휴가를 즐길 계획.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돈을 모으거나 집을 살 계획.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서 세우는 계획.

 계획의 동기는 셀 수가 없다. 그 어떤 것도 계획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한 것이나, 과거를 위한 것이나, 지금을 위한 것이나.


 하지만,

 누구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계획을 짜 놓고, 그대로 한다고 한들 모두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기 위해서 시간도 아끼고 돈도 모으며 미래를 바랐지만, 결혼할 애인과 헤어질 수도 있고,

 가족의 안정을 위해서 돈을 모았건만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인해 다른 곳에 돈을 써야 할 수도 있고,

 취직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한다고 해서 취직이 마냥 되는 것도 아니다.

 사업 계획을 잘 세우고 시장 조사도 했건만, 그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휴가를 즐길 계획을 세웠건만, 폭우로 인해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할 수도 있다. 




영화 플랜맨 스틸컷 (네이버 영화)


 섬세한 루틴을 중요로 하는 야구선수들에겐 '계획'이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에서는 일주일에 6일 동안 경기를 하는 편인데, 일주일에 한 번 경기하는 축구와는 좀 다르다. (리그 외의 대회 참여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매일 같이 잘하려면 어제 경기를 뛰고도 다음날에도 경기를 뛰면서 잘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패턴과 같은 행동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한다. 심지어 수염을 깎으면 진다라는 징크스를 스스로 만들면서 까지 예민한 선수도 있고, 자신의 루틴 때문에 팬들에게 서비스를 거부하는 선수도 있다.

 투수는 더 심하다. 5일에 한 번씩 던지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4일 동안 아주 계획적인 활동을 한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고 한들, 그 날의 경기는 이상하게 안 풀리고 운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자신보다 더 컨디션이 좋은 상대를 만나서 패배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짜임새 있게 계획을 세우고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한들, 결과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안타까운 건,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놨는데 실패했다고 하면, 더 이상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체 뭘! 얼마나 더 열심히 하라는 거야?"


 나의 주변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여럿 있다.

 최근에 막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3년 차 5년 차 공시생 또한 있다. 그중 5년 차 공시생은 0.5점 때문에 서울직에서 떨어졌다고 하는데, 오히려 정말 아쉽게 떨어졌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이어져 지방직에서 또한 떨어지고 말았다. 더 어려운 서울직에서 0.5점으로 떨어졌으니 지방직에는 반드시 붙어야만 한다는 지배적인 생각이, '이것도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계속 시험 준비할 거야?" 나는 물었다.

"해야지 어쩔 수 없어."

 그리고 나는 좀 더 조심스럽게 물었다.

"포기할 생각은 없고?"

"이젠 집에서도 그만하자는 눈치더라."

 언제 붙을지도 모르는 공무원 말고 다른 걸 배워서 길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주변 생각들이 많이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5년은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공부를 해도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건 그만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주변의 생각들이었다.

"그 말이 맞긴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만 두면 지난 시간이 아까워서 후회가 들 것 같고, 딱히 보상심리가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계속해서 후에 떨어지면 그땐 후회 안 할 것 같애?"

"적어도 아쉽긴 해도 후회는 않겠지. 그땐 정말 할 만큼 다 한 거니까. 그것도 만족의 문제야."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이 정도면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런 만족의 선이 그의 공부의 기준이 되고 있었다.

 만약에 이번에 떨어지면서 지난 시간이 아쉬워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봤을 것이다. 아직 승복할 것이 없다는 거였다.


 분명 이 순간에는 이 친구와는 달리, 더 짧은 시간을 공부했음에도 합격을 하고 웃으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운이 따랐든 어떻든.

 그 어떤 결과든 마냥 원하는 대로 얻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억울할 수도 있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세상을 사는 게 어렵고 힘들다.

 근데 마냥 힘들다고 있을 순 없으니까. 또 마냥 계획을 세우고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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