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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ug 09. 2019

사실 경찰은 자잘한 일은 안 할 줄 알았다.



메인 픽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악운이 계속 겹쳤다.

 어머니가 새 차로 구매했던 팰리세이드를 잠시 주차해놨더니 누가 뺑소니를 치고 가기도 했었고, 얼마 전에는 내가 테이블 밑으로 흘린 지갑을 누가 주워가는 일도 있었다.

 차는 보험처리와 CCTV에 차번호가 다 찍힌 만큼 바로 해결이 되었지만, 지갑의 경우는 좀 달랐다. 지갑을 주운 두 여성은 현금결제를 하고 쿠폰 적립도 하지 않았기에 얼굴 말고는 신분조회를 할 수 없었다.

 신고를 한 나는 형사분에게서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세 달 정도."라는 말을 들었고, 그냥 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편이었다.



 그리고 딱 한 달이 지난 뒤 아침 일찍 휴대폰에서는 ㅇㅇ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고 담당 형사분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내용은 그러했다.

"그때 화면을 통해서 계속 추적을 하니까,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버스를 타더라고요. 그래서 버스 안에서 그 두 사람이 탄 시간대에 버스 안의 CCTV를 보고 조회를 해서 출두시켰습니다."

 나는 순간 놀라웠다.

 사실, 추적해서 찾아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 잡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선 나의 이 사건은 경찰들에겐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형사분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서에 오신 분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어요."

"네?"

"알고 보니까, 경찰서에 오신 분도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그 애들이 주운 카드로 교통카드를 찍은 모양이에요."


 즉 나의 지갑을 주워갔던 두 여성은, 어떤 경유로든 습득한 물품들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에 쓰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이 두 여성에게서 피해자가 연속적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상습범으로 전환되고 이 사건은 조금 더 커지고 말았다.


"아니..."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이럴 수가 있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주운 물건을 자기 것인 마냥 마음대로 쓸 수 있구나. 낭중에 얼마나 겁먹게 될지도 모르고.


 이미 한 가해자에게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시점에서, 또 다른 피해자는 물론 이미 다른 피해자들도 더 있을지 모르기에 형사분들도 반드시 잡아야 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이어 말했다.

"고생하십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

"아뇨. 저도 오늘 일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한숨을 쉬며), 죄송하네요."

 나는 사실 그 순간 그 찾아온 다른 여성이 가해자 녀석들을 숨겨주려고 연기하는 게 아닐까 했지만, 내가 그런 질문을 하는 건 경찰분들도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봐?' 하는 취급을 하는 것 같아서 그만두기도 했다.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아무리 국민들의 세금을 내고, 나도 세금을 내기에 당연스럽게 형사분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애초에 그 녀석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런 짓을 하는 시점에서 형사분들만 더 고생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그 애들이 얼마나 더 괘씸해지는지. 걔네들이 경찰서에서 겁먹는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꼭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실 경찰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다.

 그건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 거다. '치안을 책임지는 공무원', '도둑을 잡는 사람들' 말고는 자세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뚜렷하게 말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 같다. 실제 경찰서로 간 경우는 없고, 무엇보다 경찰이라는 사람들을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보는 것 말고는 없었다.


영화 베테랑 스틸컷


 영화 베테랑이 그랬다.

 그 안에서는 주인공 형사가 숨어 있는 커다란 사건을 쫓아가려고 하지만 상사는 '주부 도박단'이나 잡으라고 명령한다. 사실 그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주부도박단을 그저 '겨우'라고 생각했고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악질 같은 범죄자를 빨리 잡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내 입장이 그랬다.


 지금 경찰들은 다른 큰 사건들이 많을 것 같은데, 고작 내가 잃어버린 지갑, 즉 '간이 절도'의 두 여성을 잡으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저 내가 신고한 사건은 '자잘한 사건'이었고 후순위로 밀려나가서 "못 잡았습니다."라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경찰분들이 수사망을 넓히고 인력을 많이 쓰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CCTV가 없는 곳이 없었고 얼굴과 증거는 다 나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저 인력이 모자라서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이제 또 어떤 상황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 두 여성은 학생으로 보였었다. 그래서 초범이지 않을까 했지만, 이미 초범이 아닌 것도 밝혀졌기에 인력을 더 쓰고 빠른 시간 내에 잡으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해외를 나간 적이 얼마 없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치안이 좋은지는 알 수 없었다. 필리핀과 비교하자면 엄청나게 좋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치안에 익숙해져서 얼마나 좋은 치안에 살고 있는지도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어나는 게 범죄이고 그걸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 또한 경찰이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우리 시민에게는 결국 경찰들이 우리편이 되어주고, 우리 또한 경찰들을 응원하며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든든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신고한 사건을 떠나서, 그런 마음이 확실히 생기는 순간들이었다. 우리가 응원해야 그들도 계속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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