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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Nov 20. 2019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걸까

영화 [더 킹 : 헨리 5세]

이 밑으로 이야기하게 될 [더킹 : 헨리 5세]는 과어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백년전쟁의 역사에 속해져 있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콘텐츠이며, 이 글은 역사 속의 헨리 5세가 아닌 영상화로 재구성된 [더킹 : 헨리 5세]의 인물을 중점으로 주관적인 이야기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결말까지 도달할 스포일러 또한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세계의 유명한 역사들 중에는 딱히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한들, 들어본 적이 있을 100년 전쟁이라는 역사가 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전쟁이었고, 이 콘텐츠의 내용은 그 전쟁 속의 전쟁 중 하나 '아쟁쿠르 전투'를 중심으로 잡고 있다.




[더 킹: 헨리 5세] 영화 속 헨리 5세는 왕권을 이어받고 싶지 않던 인물이었다. 그의 아버지 헨리 4세는 잉글랜드의 역병이라며 반군을 만들어 낼 정도로 피를 불러내는 왕이었고, 수많은 희생자와 수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헨리 5세는 그런 아버지가 싫었고, 나약해 보이는 헨리 5세를 헨리 4세 또한 마땅치 않아했다. 오히려 반란군의 중심에 있는 자가 자신의 아들 같았음을 바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헨리 5세는 왕의 곁을 떠나 빈민촌에서 지내고 있었다. (반대로 셰익스피어의 극에서 나오는 헨리 5세는 너무나도 뛰어나서 헨리 4세가 아무런 직위도 주지 않아서, 헨리 5세는 그냥 헨리 4세가 죽기를 기다렸다는 내용도 있다.)


헨리 4세는 헨리 5세를 불러내 왕위는 장남인 헨리 5세가 아닌 그 동생에 이어 줄 것임을 알렸고, 헨리 5세는 곧 반군과 전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왕위를 이어받으려는 동생은 전투를 준비하려고 하며, 뜬금없이 헨리 5세는 그 전투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여긴 왜 왔어?" 동생이 물었다.

"참사를 용인할 수 없어서 막으러 왔지."
"이건 내 전투야."

"내 방식으로 하면 싸우지 않아도 돼."

헨리 5세는 반란군의 중심에 있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병사들의 목숨을 소중히 할 줄 알고 최소한의 전투로 희생을 줄이려고 했다.

그렇게 헨리는 반군의 주도자에게 1:1 대결로 이 전투의 승부를 가리자고 요청했으며 결국 그 뜻을 승낙하며 1:1 대결이 성사가 된다.


그만큼 헨리 5세는 아무런 의미 없이 희생을 만들어내는 전투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그런 평화를 바라고 있는 자다.


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중


전투는 아주 투박하다.

실제로 검을 휘둘렀던 사람이었던 걸까 싶을 정도로 어리숙해 보이는 검격도 있어 보이지만, 그 무거워 보이는 갑옷과 휘둘리는 검의 무게, 그리고 착용자의 체형과 근육을 보면 충분히 이게 맞는 게 아닌가 스스로 납득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결코 검으로 서로 겨루고 있지만, 결코 검으로만 싸우지 않는 현실적인 결투다.


결국 그 전투에 승리하여 수많은 병사들 앞에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헨리 5세를, 헨리 4세로선 그가 왕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왕이 된 헨리 5세는 평화를 바랐지만 주변의 인물들은 프랑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 늘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을 강요했으며, 싸워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되려 묻지만, 그들은 왕을 비웃기만 한다.

"난 아버지가 아니오."

헨리 5세는 프랑스와 오랜 세월 동안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선왕의 아들이 되려 하고 싶었고, 백성을 위한 왕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한 길도 그러기 위한 길도 그리 찾기 쉬워 보이진 않는다.

결국엔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방해가 되는 자들은 명목을 만들어 배제시키기 시작한다.


더 킹 : 헨리 5세 중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싸워서 어떻게 평화를 차지해야 하는가.

백성을 위해서 어떻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 길을 찾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하기도 하고 수많은 싸움을 선택해야 하고,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헨리 5세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필자는 백년전쟁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아는 편은 아니다. 그저 그 사이에 속해 있는 잔 다르크의 존재의 역사를 조금 알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백년전쟁이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섬세하고 뛰어나다.

전쟁과 왕. 그 어떤 것도 일반 사람이 경험하지 않고 충분히 연기를 해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95년 생의 젊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왕이 과연 어떤 고뇌를 하고 어떤 분노를 하고 어떤 결정을 하는데 그 어떤 것도 어설픈 연기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모습은 한 장면에서 절정에 치르리기도 한다.


목숨이 위험한 악조건 속에서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곧 죽음이 이르렀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는 결국 왕. 지도자다. 헨리 5세를 연기하는 티모시 샬라메는 그렇게 외친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그리고 수많은 잉글랜드 병사들 사이사이 들어가면서 여전히 크게 외친다.

"짐도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너희가 그 하나 된 왕국이란 것이다."

 병사들은 그렇게 외치는 왕에 집중한다.

"너희 하나하나가 잉글랜드고, 잉글랜드는 너희다!"

"너희 사이의 공간도 그렇다. 자신이 아니라 그 공간을 위해서 싸워라!"

"그 공간을 메워라!"

"조직이 되고 덩어리가 되게 하라!"

"뚫을 수 없게 하라. 너희들의 것으로 만들어라!"

"잉글랜드로 만들어라!"


그는 목이 다 갈려버릴 정도로 감정과 이성을 앞세워 외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병사들 또한 그와 함께 고요하게 스스로를 격양시킨다. 결코 그 왕과 함께 크게 외치지 않는다.


뛰어난 왕에 이끌리는 백성들처럼. 그 모습은 뛰어난 배우를 따라 다른 배우들도 이끌리는 듯한 모습니다.




이 영화의 전투 장면은 환상적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현실감을 준다. 진짜 사람들이 싸우면 이럴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현실적이지만 그만큼 치열함을 보여준다.

필자가 처음 보았던 영상 속 전투 장면은 드라마 주몽이었다. 전쟁은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치르는 전투일 테인데, 드라마 주몽에서 연출되는 전투는 병사들 사이에서는 틈도 많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도 있으며 심지어 대화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이 영화는 중세시대다. 판금 갑옷을 입기에 걷는 것도 힘들고 그 갑옷을 돌파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싸워서 상대를 죽여야 할지 잘 아는 그 시대의 사람처럼, 영화 속 연기자들은 전투를 하고 있다. 절대로 화려하지 않다. 검으로 갑옷과 그 속의 사람까지 베어내는 강함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멀찍이서 화살을 쏘아 갑옷 틈으로 맞추는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다루는 핵심 전투는 아쟁쿠르 전투다.

한국의 역사로 비교를 하자면 헨리 5세를 이순신, 아쟁쿠르 전투를 지상 버전의 명량해전이라고 비유해도 좋을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어떤 방식으로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꾸어 전투의 승리를 가져왔는지, 헨리 5세의 전법 또한 그 시대에 맞는 고증을 잘 가져와 영상에 담아내고 있다.

그저 전쟁을 눈 앞에 두고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처참하고 현실성이 있게 전법의 고증이 잘되어 있다.


전쟁이란 결코 영상으로 보아도 멋있고 화려한 것이 아님까지를 알려주는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필자는 앞서 헨리 5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쟁을 일으켜 무의미한 희생을 만들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그런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고.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포로까지 모두 죽이면서 잉글랜드로 돌아온 헨리 5세에게는 프랑스의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프랑스에게 불리한 협약을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헨리 5세는 불리함을 이겨내 역사적으로 기록될 전쟁의 승리를 가져왔고 잉글랜드의 위대함을 앞세울 수 있는 왕임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아내로 맞이한 프랑스의 공주에게 프랑스어는 그만 하고 영어를 쓰라고 하지만, 공주는 영어를 쓸 줄 모른다고 한다. 그렇기에 배워야 한다고 헨리는 말하지만 공주는 앞으로의 혼인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공주는 헨리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이고 존중을 얻어야 할 것임을 경고한다. 

헨리는 그런 공주의 자세를 우습게 여기지만 하나하나 헨리를 조여들게 만드는 말들을 이어간다.

"왜 전쟁을 했나요?"

"그대의 아버지가 신뢰를 깼기 때문이오."

"어떻게요? 아버지가 어떻게 했죠?"

"암살자를 보냈소."

"암살자는 없었어요. 폐하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어요."

"그걸 어떻게 아오?"

"선전포고를 받으실 때 함께 있었으니까요. 아버지는 반응을 보일 때 너무나 솔직한 분이죠."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헨리 5세.

오히려 공주의 말을 부정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왕을 미치광이라고 하지만,

"미치광이일 순 있으나 진실하십니다. 그 광기 덕분에 진실하시니 믿는 대로만 말씀하시죠. 그래서 사랑받으시죠"


뭔가가 믿기지 않는 듯한 헨리 5세의 표정.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진다.

공주가 말하려고 하면 바로 반박하려고 하며 듣지 않으려고도 한다.

그런 모습에 공주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폐하가 행한 일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여요. 그렇게나 많은 그리스도인의 피를 보았는데도, 지금 제 앞에 있는 분은 너무나 쉽게 흥분하는 어리석고 허영심 많고 어리숙한 남자일 뿐이군요. 쉽게 기만당하는 남자요."


넷플릭스 [더 킹 : 헨리 5세] 중


헨리는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분명 아버지가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내고, 수많은 병사들에게 칭송받고, 그 악세의 조건에서 승리를 해낸 왕이었지만, 프랑스에서 온 공주에게선 그는 어리숙한 남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걸까.

뭐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백성들은 헨리 폐하를 칭송하고 있다.




역사적 헨리 5세는 잔혹한 인물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전투 이후 역습이나 그다음 전투를 대비해 잔혹하게 수천의 포로를 죽인 이야기도 있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기에 역사가들도 비난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민간인에 대한 약탈과 조직적인 학살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오죽하면 헨리 5세는 '불 없는 전쟁은 머스터드가 없는 소시지와 다름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작에 헨리 5세는 그럴 인물이라고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백생을 아끼고 싶어 했고, 위하고 싶어 했고 희생을 줄이려고 했었다. 

결국 이 이야기 도중에, 혹은 끝나고 헨리 5세는 그렇게 변모하는 걸까? 아니 정말로 어떻게 변모하긴 한 걸까?


그 모습을 영화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중세시대.

그리고 기사와 갑옷.

그것에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액션, 전쟁 영화처럼 피를 튀기고 화려한 액션을 즐길 생각이라면 실망감을 가질 것이다. 이 영화는 전쟁을 다루지만, 영화 속의 전쟁이 아닌 실제 전쟁을 담으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서 1:1로 싸우는 사람만 봐도 액션이 엄청나거나 감탄스럽지 않다. 땅에 뒹굴며 어떻게든 한대 더 때리려고 하는 모습이 전부다. 그런 식으로 보았을 땐, 이 영화는 충분히 루즈하게 느낄 수 있다. 

그 누구도 '야인시대'의 김두환 시라소니 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발차기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섬세한 연기와 실제와 같은 고증을 잘 담은 중세시대 영화를 찾는다면 [더 킹: 헨리 5세]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운동을 한다던가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이 영화를 동시에 보는 거라면 분명 실패된 시간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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