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이라는 게 있다.
그 안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어기면 안 되는지.
어떠한 그룹을 창조하지 않는 이상, 사회에 뛰어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그 룰이 장착된 곳에 포함된다.
일정 인간관계에서의 선, 직장에서의 규칙, 한 나라에서 지켜야 할 '법'.
더욱 포괄적으로 나가서는 인간성.
그 지켜야 할 것에는 저마다 '기준'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그 어떤 그룹에 들어갈 신입은 그 기준을 찾기 위해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그게 일반적이다.
나는 후배에게 일을 잘 가르쳐 주는 선배가 아니다. 그건 어떤 레스토랑을 가든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상냥하게 가르쳐주고, 확실히 하나하나 짚어 나갈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보다는.
아니다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럴 생각할 틈도 없다.
애초에 사람이 필요하기에 사람을 더 뽑았고, 그만큼 바쁜데 그 신입에게 신경을 써야 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니 나는 말한다.
"별로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사람들 어떻게 움직이는지 왜 저렇게 하는지 보고 적응부터 해."라는 식으로 말하고 내버려 두는 편이었다.
그건 나의 처지가 그러기도 했지만, 차라리 그게 서로서로에게 낫기 때문이었다.
온 지 몇 분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은 신입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문제다.
누구나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건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바뀌면 그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따로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눈치를 보게 되기 마련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말이다.
무엇보다 뭘 해 놓고, 분명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음에도,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칼질을 잘하는 요리사라고 해도, 동선과 자신이 사용했던 것과 다른 기기들을 앞에 두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이어나가면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더 심한 악영향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서 군대 이야기를 하면 싫어할 사람도 있겠지만, 확실히 비교할 수 있는 게 하나가 있다.
1년 이상 군대생활을 한 상병은 웬만하면 한 분대의 실세에 가깝다. 그 분대의 중심에 있기에 그 안에서 보고돼야 할 것이 모르는 경우도 없고 몰라서도 안된다.
그만큼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막 들어온 신병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냥 문제 일으키지 말고 눈치를 봐가면서 알아서 적응해주면 최고의 후임 생활의 시작이다. 오자마자 큰 전력이 될 거라곤 결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치 하나만 있어도 A급 취급을 받는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이제 막 들어온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긴 어렵다.
그건 결국 그가 들어온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그 환경속의 '기준' 또는 '룰'이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가 이곳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다시 다른 사람을 뽑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마냥 매정하진 않다. 자신들도 '처음'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기 마련이다. 정말 못돼먹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형태가 잡힌 그룹에 녹아들어야 하는 건 새로 들어온 사람이지 새로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긴 어렵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하고 그러는 것도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진 못한다.
텃세를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의 기준에선,
어린 새에겐 커다란 걸 바라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이 만든 방식을 잘 따라와 주길 바랄 뿐이다.
요리사의 경우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조건이 맞지 않아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 공부하고 싶어서 아예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직장을 바꿀 때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곤 했다.
그 어떤 환경이든 그 환경에 만들어진 방식은 제각각이기에 내가 한 일이 이곳에서 실수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에 일했던 곳에서 이랬었는데."라고 말할 필요 없이. "그런가요." 하고 그러지 않으면 그만이다.
아주 심플하다.
지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내가 할 일을 하고 예상대로 지적이 오면 그거에 맞춰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어기면 안 되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어겨버려 지적을 받고 인식하는 것이 더 몸과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어차피 신입이 실수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선임들은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마음 편히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