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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20. 2020

나는 하얀 도화지에 하얀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00년대 초중반.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내가 살던 동네는 달동네나 다름없어서 별다른 학원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가 나중에 뭐를 하고 싶어 하고,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단과 공부는 시키되 예체능도 더해서 교육을 시켜보자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수학, 국어를 공부하는 동시에 미술, 피아노, 태권도 등 각각 다른 수업도 듣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들은 게 아니었다.

 미술을 가르치는 단과학원을 다녀보고 피아노를 가르치는 단과학원을 다녀보고, 태권도를 가르치는 단과학원도 다녀본 것이다.


 피아노 학원은 내가 흥미가 없었기에 매번 피아노 방에 들어가서 그 긴 의자에 누워서 시간을 때우기도 했으며, 태권도 학원은 도중에 사라졌었고, 미술을 병행하는 단과학원을 잘 다녔던 것 같았고, 같은 학교 친구에게도 소개해주기도 했었다.

 엄마는 미술학원 선생님의 한 마디를 계속 신경 쓰였다고 하셨다.

"조금 놀랐어요."

"네?"

"아이가 하얀 도화지를 주고 붓으로 그림 그려보라고 했더니, 하얀색 물감을 묻히고 하얀색 선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러면 그림이 보이나요?"

"보이지 않죠. 다만 아이는 보이겠죠."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을 몰랐다. 20대가 되어서야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을 가끔 하니깐 말이다.


출처 pngtree



 나 자신이 독특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애초에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연필처럼 밑그림을 그리거나 스케치를 하는데 검은색 선을 넣고 그리는 게 일반 상식이고 기본이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이렇게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 "이게 더 좋은걸?"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나대로의 느낌이나 나만의 느낌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자주 그리지 않는 그림을 그릴 때면, 바탕에는 색을 막 칠하고 그 위에다가 하얀색으로 선을 그려넣곤한다. 

 편견을 깨고 싶고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다르게도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런 부분은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글을 쓰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매 식사 100인분을 차리는 식당에 있었을 때에도, 먹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해 나트륨을 줄여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계란말이에 소금 말고 다른 맛으로 충분히 간이 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사고방식으로 상까지 받아낸 나만의 계란말이 레시피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타인들의 단순한 연애사를 보고 내 기준에서 '내가 저 여자라면, 내가 저 남자라면 어떻게 했었을까?' 하는 내 기준의 사고방식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서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하나의 연애소설을 만드는 것처럼.


 세상에는 무조건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맞이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있으며, 민법을 공부했을 때에도 매번 '예외의 경우'의 항목 때문에 문제를 푸는데 골치였다.



 바쁠수록 천천히라는 말이 있다.

 그건 좀 틀린 말인 것 같다.

 바쁠수록 바빠야 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편안하게 마음을 가져봐야 한다. 여유를 가져 보고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 어떤 돌발상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니 현명한 사람은 바쁠수록 천천히 할 줄 안다는 것뿐이지, 무조건 천천히 하라는 게 아닌 말인 것 같았다. 물론 갑작스러운 부정적인 일에 순간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좀 더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곤 한다.


 나는 여전히 하얀 도화지에 하얀색 물감으로 칠해보곤 한다.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이라고 합니다. ^^!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연재되었던 '사랑할 때와 사랑하고플 때'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으로 책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

브런치의 추천작품으로서, 또 연재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던 이야기가 책으로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

사랑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겠습니다.

단순한 연인들간의 사랑이 아닌 '사랑'이라는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많은 분에게 다가가 많은 사랑을 받을 책이 되길 바라며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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