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일하게 된 레스토랑에는 연령층이 대부분 비슷해서 친구들과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거기다가 사장님 또한 이제 막 서른 살이 되었기 때문에 말도 잘 통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농담도 하고 재미있게 일을 하는 편이었다.
나는 적응을 빨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도 일이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주방에는 사장님과 나를 제외하면 다른 여성이 두 명이 있었고, 홀에도 한 명을 제외하곤 총 5명 중 4명이 여성분들이었다. 나이는 대부분 나와 비슷하거나 그 아래였다. 그렇다고 해도 한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친해지는 데엔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그중에서 한 여자애와 마음이 잘 맞아서 대화도 곧잘 나누고 잘 웃고 같이 퇴근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남으면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기도 하며, 길거리 음식을 사 먹거나 잠시 여유를 가지며 헤어지곤 했다.
그 애 말고도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건 똑같았다. 하지만 유난히 나와 어울리고 싶지 않은 듯한 한 사람이 있었다.
"저기 이거 한잔..."
나는 출근하면서 직원들 숫자대로 커피 한잔을 사 왔었고, 그 사람이 좋아한다는 모카 라떼를 준비해서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커피 한잔과 나를 한 번 보더니.
"살쪄서요. 단 거 안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뭔가 나에게 선을 긋는 듯한 어투가 녹아져 있었다. 엊그제만 해도 모카라떼에 생크림까지 얹어서 마시는 걸 보았는데, 지금 내가 주는 건 안 먹겠다니.
그녀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주방 안에서 일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녀와 내가 일하는 파트가 다르다 보니 크게 영향을 서로 주는 것이 없었기에 가능했었지만, 단 둘이 주방에 있었을 땐 괜히 불편해서 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곤 했다.
그때면 그녀는 괜히 나에게 눈치를 주곤 했다.
내가 뭘 잘못했던 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텃세를 부리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 모습에 사장님은 괜히 피식 웃어 보였다.
"사장님 뭐, 짚이는 거 있으세요?"
나는 그렇게 물었다.
"뭘?"
"아니. 사현 씨가 저 싫어하는 거 같아서요"
그리고 사장님은 또다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진짜 눈치 없다."
"네? 눈치가 없어요? 사현 씨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음. 싫어한다고 보는 게 맞을지, 그냥 그런 쪽이라고 해야 할지, 뭐 너를 경계하고 있는 건 맞지."
"왜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답해주셨다.
"사현이는 네가 민지랑 친해지는 게 싫은 거야."
주방에서 나를 경계하는 사현.
내가 최근에 친하게 지냈던 민지.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기 싫어한다는 사현.
내가 눈치가 없다는 사장님.
나는 혹시나 했다.
진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사장님. 혹시 사현 씨가 저 좋아하는 거... 아니죠?"
난 그녀가 민지랑 친해지는 것 때문에 질투를 느끼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넌 진짜 눈치가 없다. 아니 어쩌면 눈치 못 채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
그 후에 나는 홀의 민지와 친해지는 행동을 하지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확실히 그런 점은 있었다. 내가 민지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사현은 민지에게 다가가 무언가 얘기를 곧 잘하기도 했었고, 그런 시기가 계속되자 사현도 나에게 말을 걸어줄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민지에게서 거리감을 두는 게 아니었다.
그저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적당히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했다.
그리고 사현은 퇴근하면서 교통사고를 당해 장기간 휴식을 취하게 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다시 사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현이가 저를 좋아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걸 이제 알았어?"
"근데 왜 그렇게 저를 미워했던 걸까요? 민지랑 친해진 것 때문에 질투한 건 줄 알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거지. 아니. 70% 정도는 맞은 건가?"
"70% 정도 맞은 건 뭐예요?"
"너를 싫어하고 질투한 건 맞다는 거지. 다만 상대가 다른 사람일 뿐."
"상대가 달라요?"
그녀는 나를 싫어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데 이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결국엔 찾아보면 진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싫은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이유 없이 건네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질투심을 품었지만, 나에게 질투를 느낀 게 아니다. 상대가 달랐다.
그녀는 민지를 좋아했다.
그렇기에 민지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친해지는 나에게 경계를 하고 미움을 주는 것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어. 너만 모르고 있던 거지."
"그걸 왜 안 알려줘요?"
"설마 모를까 싶은 거지. 다들 눈치채는 정도인데."
그리고 사장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진 건지 나에게 가까이 와서 말했다.
"혹시 '레즈비언'이라고 확실하게 다시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지?"
"이미 저 바보 취급하고 계시잖아요."
그녀는 이성애자였다.
여성이지만, 여성을 좋아했다.
그녀는 그럴지 몰라도, 민지는 그런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아니면 다른 사실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과 다른만큼 남성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기에, 내가 민지에게 접근하는 것이 불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였다.
그녀는 내가 아닌, 민지에게 질투하고 자신의 사랑을 방해한다고 생각한 나를 미워했다.
그날은, 생각도 못한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정말 나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며,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