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생에서 그런 대사가 나왔던 게 기억난다.
상황은 그러했다. 오 과장이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고, 그 전날에 잠깐 졸도한 적이 있었기에 외근 나가서 무슨 사고가 생긴 게 아닌지 불안한 상태였다.
오 과장은 응급실에 실려가 있던 상태였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회사로 달려갔다.
"당신 뭐야? 종합검진받으라는 건 왜 안 받아?" 오 과장의 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예. 아니, 그게 저..."
"이게 다 고과에 반영되는 거 알잖아. 서류 채워지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아 몰라?"
"죄송합니다."
"첫째가 지금 몇 살이야?"
"예, 첫째가 지금, 열... 육 학년입니다."
그 순간 김 부장은 오 과장을 노려보았다.
"나 당신 애들 돌잡이까지 다 본 사람이야. 솔직히 우리 업무 특성상 가정에 시간을 할애하라는 소리는 못하겠어. 그런데! 애비가 돼서 건강관리 못하는 건 인정 못해! 열심히 일한다는 건 당신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거라고."
그리고 김 부장은 건강 챙기라면서 말린 장어 선물 세트를 오 과장에게 선물로 주었다.
가끔 길을 가다 보면 헬스장의 안내 포스터가 달려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말은 트레이너 지인 중에서도 그런 말을 하곤 했다.
나 또한 운동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게 실천이 잘되지 않는 편이다. 제일 큰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동으로 인해 체력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주방에서 일하다가 잔 실수가 급증할 때였다.
"리조또는 포크로 떴을 때 숟가락으로 뜬 것처럼 점도가 있어야 해. 지금 이것 봐봐. 다 흘러내리잖아."
나는 그렇게 후임을 가르치곤 했었지만, 반대로 내가 그런 실수를 하곤 했다.
리조또를 조리하는 밥알을 휘젓는 과정이 더 필요한데, 내가 힘들다 보니 그 과정이 줄어들어 완성돼야 할 음식이 미완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바쁘다 보면 그게 그대로 손님에게 나가는 경우도 있고, 손님이 다시 해달라고 하거나 그냥 드시거나. 그 이전에 홀에서 다시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올 때도 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 6일 일을 하고 하루를 쉬거나 사장의 경우는 매일 일을 하거나 한 달에 한두 번 쉬는 게 전부일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 피로는 누적이 되고 회복돼야 할 체력은 계속 방전 상태에 머물곤 한다.
그럴 때 일 수록 운동을 해서 피로도 풀고 더 건강해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미 피로에 절어버린 이상 그게 실천이 잘 안 되곤 한다.
"봐봐 이거. 이 봉골레 파스타 소스가 완전히 물이잖아. 이래선 면에 소스가 달라붙지도 않아서 맛도 잘 나지 않아. 먹어봐."
어찌 보면 어떤 직장이든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레스토랑의 경우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한 편이다. 같은 요리를 계속 똑같이 만들어 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체력이 방전이 되면 똑같이 해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미 체력관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건강하고 체력관리가 되지 못한다면 100%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 주방에선 만원이나 넘는 돈을 주고 파스타를 먹으러 오는 손님에게 그런 실수를 하게 할 수 없었다.
운동은 역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독자님들. 코로나 조심하셔야 해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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