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그러니 내가 즐거울 것을 찾아보자.

by 우연양

예전에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주인공이 온갖 노력을 다 하면서 얻었던 것들 중, 제일 감동스러운 건 단 한마디의 칭찬이었다.

"더할 나위 없었다. yes."


중학생 2학년 때 갑자기 성적을 엄청나게 올린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각종 경시대회에 나가면서 상을 타기도 했었고 영어를 제외하곤 성적은 좋은 편이었지만, 중학생이 되어선 학업에 완전히 관심을 끊인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특히 좋았던 수학의 성적은 8점이라는 한자리 숫자의 성적을 처음 받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공부를 열심히 시작하면서 평균 30점대였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의 2학기 중간고사에는 평균 65점이라는 폭넓은 점수를 향상했고 그건 다음 기말고사까지 이어졌다.

그때,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언제든 할 수 있구나.'라는 자만감으로 이어졌었고,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다시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전의 성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낮은 성적에서 중위 성적에 오른 것에 만족하고 더 높은 상위권에 욕심내지도 않는, 그저 어중간한 학생으로 남아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성적은 계속 하락세만 탈뿐이었다.


그 이후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했지만, 지금 바라보면 또 '이 정도면 되겠지'라면서 적당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바랐던 게 아니었을까 하면서, 내가 얼마나 게으르게 살았던 건지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어중간한 사람이 되었었고,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비록 타고난 천재라도 노력을 하는데 말이다.




우리는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타고난 듯이 무언가에 앞서나 다는 것을 보면 '천재'라는 말을 쓰곤 한다. 분명 스포츠나 공부에서나 그 어떤 영역에서든 그에 맞는 재능이 더 있으면 유리할 것이다.

천부적으로 발이 빠른 사람, 보는 눈이 빠른 사람, 두뇌회전이 남다른 사람, 점프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 등등.

그런 재능들은 필요한 곳에서 발휘를 하지만, 그 필요한 곳에는 필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만큼 천재라고 불렸던 게 무색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천재라도 피나는 노력을 한다.

중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다는 과학고에는 자신보다 월등한 아이들은 차고 넘치는 것처럼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대학교에 가면서,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 후에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느샌가에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까지 가졌다.

그런 마음이 든 건 아주 간단했다.

그때는 그 일이 제일 재미있고 즐거웠다.

하지만 쉽게 포기했던 이유도 다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즐거워 보여서 시작했던 나와는 달리, 그 안에는 재능이 있든 없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또 널리고 널려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경쟁이 싫었다.

무엇보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국가고시 시험을 준비하면서 여전히 이 정도 공부를 하면 합격하겠지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서 그런 것인지, 매번 기대 이하의 성적을 얻어서 시험에서 떨어지곤 했다.

그래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싫어졌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경쟁 자체는 나를 더 실력이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하나를 받으려고 수십수백수천 시간을 보낸 것이 너무 힘들었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는 타인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보다 그들을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재미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는 결국엔 글을 쓰는 요리사가 되었다.

요리를 하고 손님에게 판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하면 할수록 즐거운 일이 되고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었는데 손님에게 대가를 받고 요리를 대접하며, 서비스를 하면서 대화를 시도해 보고 그러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도 했다.

12시간 이상 끓이고 숙성시켜 개발해낸 소스가 칭찬을 받고 정식 메뉴가 되면서 손님에게 칭찬을 받아 기쁘고, 그런 손님과 인연이 되어서 단골로 찾아와 주는 것에 기뻤다. 나의 노력의 결과가 새로운 인연을 낳는다는 게 신기했었다.

그렇기에 차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가 해내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일은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생업이 되든 취미가 되든 여가생활이 되었든.


요리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나의 요리를 먹고 즐겁고 행복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 위안이 되듯, 보고 있는 나 조차도 스스로를 위로하게 만드는 행복을 느끼곤 했다.

그렇기에 손님들이 계산을 하시면서,

"맛있었어요."라는 가벼운 한마디도 매우 행복하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그런 사소함에 보람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는 생각보다 아주 드물다.

그런 사소한 한마디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에 한 몫이 되는 거 같아 기쁨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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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셰프' 중에서



아마 쉽게 포기한 것은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았다. 나 또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낮추게 만들 자존감이 낮아졌던 것 같았다.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즐거워서 시작한 일은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중간한 사람만 되지 말자고 마음먹었던 거였다.

그렇기에 내가 잘할 수 있거나 내가 즐거울 일을 찾는 게 정말 큰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찾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제일 행복하고, 무엇을 할 때 제일 자신감 있고 더 노력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의외로 시작은 쉬울지도 모른다.

세상엔 수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은 끝도 없이 많지만 다른 사람보다 노력이 뒤쳐진다고 그 사람보다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즐기기 위해서라도 노력은 필요한 법이다. 타인과 인연을 맺을 노력, 타인을 즐겁게 해 줄 노력, 타인을 행복하게 해 줄 노력.

그 어떤 것에도 노력이 없이 가능한 건 없다.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입니다.

이번 글로 이렇게 만나 뵈어 기쁘고, 또 뵙게 되어 기쁩니다.


작년 2019년 12월. 독자분들이 '자신이 여태까지 [얼마나] [어떤] 사랑을 받아왔는지 되새겨 보게 될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이라는 책을 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책이 탄생하는 일을 맡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

부디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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