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이란 것은 없다.
요리사들의 면접이란 그렇다.
일반 회사처럼 자소서를 준비하고 이런저런 자격증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으리으리한 호텔이나 특정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단순히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 수준으로 정직원을 면접보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경력직이다.
일하던 곳마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편이었기 때문에, 지원하는 곳마다 잘할 자신이 있기에 지원 서류를 넣고 면접을 준비한다.
전날에 오전 11시 30분까지 레스토랑으로 찾아와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고 전날부터 준비를 한 뒤 다음날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그 레스토랑으로 출발했다. 기껏 세팅한 머리카락이 엉망이 될까 봐 버스를 타고 빙빙 돌아서 가다 보니 10분이면 갈 거리를 25분이나 걸리고 있었다.
그 레스토랑 주변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 5분이었다.
미리 일찍 도착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경험상 오전에는 점심의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시간에 도착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1층의 테이블은 4개 정도 있었고, 2층에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총 6개의 테이블이 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5분 정도가 더 지나서 11시 20분에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손님인 줄 알고 다가오는 직원에게.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라는 나의 말에 직원은 홀의 매니저를 부르더니 2층으로 올라가서 기다리고 계시면 될 거라는 말에 2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엔 무슨 말소리가 들렸는데 손님이 있었나 싶었지만,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이미 면접을 보고 있었다. 면접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보통 손님들이 사용하는 테이블에서 면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쪽 구석에 등을 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뭐, 이 정도면 괜찮겠네요.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기로 하죠."
그 말이 귀에 꽂아 들어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내가 말을 잘 못 들었나 싶었다.
정직원 모집 공고는 1명이고 오늘부터 면접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첫 번째 면접자 보고 바로 출근하라고 한다.
나는 어렵게 등을 돌리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엿듯게 되었다기보다는 그냥 같은 공간에서 대기하다 보니 들릴 수밖에 없는 목소리였다.
"오늘 끝나고 스케줄 있으세요?" 사장이 말했다.
"아. 네 있어요." 면접자가 말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그 뭐였지. 그거... 있는데."
"집에 가는 거요?" 사장은 웃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면접자는.
"하핳. 네."
그게 대체 무슨 스케줄인가 싶었다.
면접자는 조금 당황한 건지 이후에 보건증을 접수하러 갈 것이고 이것저것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사장도 개인 유니폼과 주방도구들을 준비해서 출근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는지 두 사람이 일어서면서 끌리는 의자 소리와 함께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사장 쪽으로 돌아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기로 한 김 우연 입니다."
그 모습에 그는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아마 나는 두 번째 면접자로 예상이 갔다. 하지만 이미 정직원은 첫 번째 면접자를 마주하자마자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고 했으며, 더 이상의 면접은 아마 의미가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우선 면접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장은 나를 면접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는 나보다 더 엉거주춤한 느낌이었고, 태연하게 면접을 시작했다.
면접의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애써 나에게 뭔가 위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나 말고도 다른 면접자들이 있다고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이미 채용할 사람은 정해져 있고 봐야 할 면접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려보내야 하는 것을.
그리고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다.
적어도 첫 번째 면접자에게 다음 주에 바로 출근하라는 말만 안 들었다면, 이렇게나 자존심이 상할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어디에 퍼트려서 고쳐내야 할 것도 아니었다. 결국엔 사람을 돈 주고 채용하는 건 고용인의 권한이니까. 하지만 면접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들킨 그 자체가, 그 사람은 스스로를 창피하게 여길까? 적어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생각이나 할까.
글쎄.
나에게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지나가고 있는 게 아닐지.
때때로는 당연하게 주어져야 할 공정함마저 되려 평범한 게 아니라 특별하다고 느껴지게 만든다.
저의 인스타에도 놀러와 주시길.
https://www.instagram.com/9xwy.yang/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입니다.
이번 글로 이렇게 만나 뵈어 기쁘고, 또 뵙게 되어 기쁩니다.
독자분들이 '자신이 여태까지 [얼마나] [어떤] 사랑을 받아왔는지 되새겨 보게 될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이라는 책을 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책이 탄생하는 일을 맡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
부디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