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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Sep 07. 2020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치장이 화려하다


 양쪽 방향을 합쳐서 총 6차선, 한쪽으로 3차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 사거리가 있다.

 한 승용차는 유턴을 하기 위해서 이미 1차선을 달리고 있었고, 슬리퍼를 신고 바람막이 옷을 펄럭이며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는 한 남자는 2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속도를 더 내어서 1차선의 승용차를 추월하고 1차선 쪽으로 꺾었고 그대로 유턴을 하려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1차선에서 달리고 있던 승용차를 의식하지 못한 것인지(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유턴하면서 이미 1차선에서 유턴을 하려고 달리고 있던 승용차에 놀라 그는 이렇게 외쳤다.

"야이씨- X발 새끼야!"

 그리고 그 자리에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거기에 따라 승용차도 오토바이 뒤에서 멈추었다.


 정말 놀란 거였으면 유턴하려는 길에 옆에 있던 승용차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건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애초부터 1차선에 조심스럽게 돌입하고 안전하게 유턴의 길을 잡는 게 중요했지만, 오토바이는 그저 자신의 길밖에 보지 않았다.

 그리고 승용차의 운전자는 그 욕에 화가 나 운전석에서 내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향했다.

 오토바이의 운전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그 사거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싸움 나겠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토바이의 남자는 생각보다 얌전했고 승용차의 운전자의 시선을 피하며 계속 자신의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척을 했다. 

 승용차에서 내린 운전자도 그렇게 무서워 보이는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되려 폭행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노년의 할아버지였다.

 오히려 승용차의 운전자가 오토바이의 운전자를 훈계하는 것처럼 보였고, 점점 목소리는 승용차의 운전자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곤 오토바이의 운전자는 원래 가려던 길인 유턴을 하지 않고, 반대로 직진을 하며 승용차에게서 멀어졌다.


 아마, 허세와 그 허세에 대한 습관이었을 것이다.

 강해 보이려고 욕을 크게 했고, 자연스럽게 나온 것을 보아 습관이었다. 그리고 정작 맞서니 꼬리를 내리며 도망가기 바빴다.

 그런 사람들이 꽤나 많다. 

 정작 아무런 용기도 없으면서 강하고 멋지고 화려한 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서.




 친척 어른들은 오랜만에 모이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반가움에 더 크게 이야기하곤 한다.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크게 포장하듯이 말이다.

 그중엔 유독 자식 자랑이 많은 친척이 있었다. 그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겪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랑을 마냥 '옳다구나~'하면서 호응해 주지 못하는 게, 내가 자랑할 거리가 있다면 거기에 질세라 자기 자식의 자랑을 더 키우려는 모습에 정말 안타까워하는 느낌이 많았다.


"대체 뭐가 불안하고, 뭐가 아쉬워서 남이 잘되는 거에 호응을 못해주는 걸까."


 그리고 자기 자랑이 이어지곤 했다. 

 아들이 해준 비싼 금반지, 딸이 해준 선물, 자랑이 될만한 자식들의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자랑거리를 덮고 싶어 보였다.


"얼마 전에 우리 애가 시험에 합격했어. 얼마나 고생해서 따낸 건지 내가 숨이 다 놓이더라고."

 라는 말에.

"어머 정말? 근데 그거 알아? 우리 애가 이번에 서울에서 큰 계약을 하나 따냈어."

 라며 마치 방어태세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으면 정말 대단하고 감탄사만 나올 것 만 같았지만,

 "아... 그래요?"라는 힘을 넣을 수 없는 목소리만 나왔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대단하고 자랑스러워 보이기는 커녕 안타까워 보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손에는 화려함을 나타내는 금빛 반지, 누가 안 보면 섭섭해할까 봐 팔을 더 올려 높게 보이려는 매끄러운 가방, 쓰지도 않을 거면서 머리 위에 얹혀 놓는 선글라스, 목에는 목이 아플 것 같이 무거워 보이는 주렁주렁 매달린 목걸이로 위풍당당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친척들끼리 모여서 한 회식에서 돈 한 푼 쓰지 않으려고 했다.



출처 PNGTREE


 오토바이의 남자도 그렇고, 그렇게 겉모습이나 말만 화려한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입에서 혹은 자세에서 나온 것을 주워 담지 못하고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10대들 사이에선 강해 보이고 당당해 보이기 위해서 혹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 허세를 부린다고 하지만, 그 허세에 이끌려서 다가온 사람들은 그 허세가 무너지면 다 떨어질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금반지니 금목걸이니 좋은 외제차로 치장을 하더라도 그것에 이끌린 것이라면, 그것이 없더라면 이끌려오지 않는다. 

 스스로를 껍데기로 만드는 게 허세다.


 자신에 대한 확신감도 적고 용기가 적으니 화려한 치장의 도움을 받는다. 자신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 입으로나 행동으로나 액세서리나 가진 것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만다.

 그건 나쁘진 않지만, 그게 곧 힘이라고 착각해 버린다.

 그건 '습관'이다. 허세에 대한 습관.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하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싶어서 나온 소개팅 자리에서, 자기 자랑만 주구 장창하는 이성이 얼마나 매력적일까?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아주 흔하다.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입니다.

이번 글로 이렇게 만나 뵈어 기쁘고, 또 뵙게 되어 기쁩니다.


작년 2019년 12월. 독자분들이 '자신이 여태까지 [얼마나] [어떤] 사랑을 받아왔는지 되새겨 보게 될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이라는 책을 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책이 탄생하는 일을 맡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

부디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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