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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Sep 06. 2020

좋은 글의 기준은 뭘까?


 2018년 2월.

 나는 처음으로 인터넷에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그건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

 읽는 사람이 존재하고 독자를 고려하다 보니 스스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피드백을 받는 게 가장 컸다.

 어떤 글에 반응을 하고 어떻게 글을 쓰면 공감대가 나오고 어떻게 시작하는 글을 쓰면 호기심을 가질지, 말 그대로 공부가 되었다.

 그게 계속되었기에, 출판사에서 좋은 제안을 받기도 했고, 이쁜 그림을 그리시는 작가님도 만나게 되고, 내 생에 꿈이었던 책을 낼 수 있던 것에 너무 기뻤다.

 그래서 항상 브런치에 감사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독자분들은 물론 모든 독자분들에게 감사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글을 쓴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플랫폼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유지별이'님 제공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는, TV에서 (앱 부분) 올해의 상을 받았다는 광고를 보고 나서였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독자가 생긴다는 게 내심 무서웠기에 도전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었다. 더군다나 심사도 4번인가 5번인가 떨어지기도 했기에 '내가 글을 못쓰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글을 잘 쓰더라도 글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심사에 떨어지는 건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결국엔 심사를 받는 브런치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글을 올려줄 수 있는지를 원하지, 얼마나 잘 배우고 잘 공부해서 글을 올리는 사람인가가 아니었다.

 문법이니 그런 것을 따지기 보단, 얼마나 화재성을 만들 수 있는 글을 만들 수 있을지, 즉 컨텐츠 능력을 보는 것 같아 보였다. (2018년 초반 기준)


 그리고 애초에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심사가 있다보니 접근성 자체에 제한이 걸리는 건 당연한 거였고, 그 후의 컨텐츠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브런치에도 ♡모양의 '좋아요'의 기능이 있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그것을 눌러주는 사람도 비교적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흔히 '맞팔'이라는 불문율 같은 게 있는데, '좋아요 반사' '좋반'이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즉 내가 어떤 사람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 사람도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줘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브런치는 접근성이 쉬운 플랫폼도 아닌 데다가 그런 이유로 초기에 구독자를 끌어 모으기도 힘들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내가 구독을 해주면 상대방도 구독을 해줘야 하고, 내가 좋아요를 눌러주면 상대방도 좋아요를 눌러줘야 한다.

 읽지 않고, 읽기 싫더라도 말이다.




 나는 그다지 독자분들과 소통하는 글쓴이는 아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독자분이 덧글에 글을 남겨주시면 '혹시나 악평을 단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읽어보는 것을 미루곤 한다. 아예 못 보는 경우도 있지만, 보게 되면 답글을 달아주려고 한다. 

 그리고 사실상 구독자에 비하면 좋아요의 수와 덧글의 수는 매우 적은 편이기도 하다.

 그러면 나는 좋지 않은 글을 쓰는 걸까?


 나는 브런치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려고 이용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분명 조회수나 좋아요 수에 기대감을 품고 있었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읽어준다는 건 큰 기쁨이고 감사함이 따른다.

 무엇보다 보람이 따르곤 한다.


 나는 내가 글을 쓰고, 그 글에 내가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서 독자에게 잘 전달된 글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는 편이다.

 설상 조회수나 좋아요나 덧글이 적어도 말이다.

 좋은 글의 기준은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좋은 글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글은, 굳이 브런치의 덧글이나 좋아요에 따르지 않고 개인적으로 메일을 주기도 한다.)




 이미 경험해서 깨달은 건데, 좋아요의 수가 조회수를 결정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수십만의 조회수가 있는 글이 좋아요 100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덧글이 많이 달린다고 해서 무조건 인기 있는 글로 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좋아요'와 '덧글'이 많은 글이 '좋은 글'일 것 같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그건 결국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증거가 되니 말이다. 


 

 물론 브런치가 나쁜 건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 관심을 가지려는 브런치의 글쓴이 분들도 나쁜 건 아니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그런 친목질 같은 행위로 좋은 글들이 가려진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건 없다.

 아마 브런치의 특성상 조회수나 좋아요 수는 인기글 선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부디,

 좋아요 수가 적다고,

 덧글이 잘 달리지 않는다고,

 조회수가 낮다고 하더라도,

 내가 쓰는 글이 좋은 글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하시는 글쓴이 분들은 그 마음을 조금 접어두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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