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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un 10. 2021

바람피우는 건 안 들키면 그만이라 하더라고.

죄책감은 숨기지 못해


 레스토랑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바뀌는 편입니다.

 음식을 손님에게 전달하는 서빙부는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이며, 음식을 하는 주방에서는 음식에 대한 지식과 정보 기술도 없는 사람들도 입문을 하기 위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기에 쉽게 들어오는 만큼 쉽게 그만두면서 직장 동료가 바뀌는 경우가 많죠.


 무엇보다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는 쉽게 접하고 적응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종목 중에 하나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합니다. 방학시즌이 되면 1명을 뽑기 위해서 공고 한 번에 10명은 가볍고 2,30명까지 큰 번화가 쪽에는 100명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죠. 특히나 19살에서 20살이 되는 예비 대학생들이 말이죠.


 그렇기에 주방에 정직원으로 있다면 새로운 사람을 참 자주 만나게 됩니다. 

 빠르면 한 달, 더 빠르면 1주나 2주. 심하면 하루 만에 말이죠.

 그렇게 빨리 그만두는 것을 보면 직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학생들은 첫 경험이기에 버티지 못하거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가벼운 사유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군필자를 선호하는 만큼 여성도 남성의 군필자만큼의 나이대를 선호하곤 하죠.

 하지만 그렇게 짧은 주기 동안 바뀌게 되면 아르바이트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 교류도 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에 크고 오랫동안 교류하고 인상에 남는 동료들도 있는 법입니다.


 그녀는 정말로 술을 좋아하는 여성이었습니다. 목소리는 꽤나 허스키했고, 숏컷에 가까운 단발까지 카리스마가 있는 여성의 느낌을 주는 편이었죠. 레스토랑의 서빙부에 들어오기 전에는 생과일을 직접 갈고 제조하는 카페에서 일을 했다고 바에서 커피나 음료를 제조하는 것이나 서빙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며, 사장님이 15명 중 한 명으로 뽑은 아르바이트생이었죠.

 하지만 기대와는 꽤나 달랐습니다.

 일주일에 5번 출근하는 그녀는 일주일에 2잔에서 3잔은 설거지를 하면서 와인잔을 깨 먹기 일수였는데, 본인도 왜 와인잔을 계속 깨버리게 되는지 이해를 못하는 편이었죠.

 어떤 때에는 몰래 깨진 유리를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 함에 유리잔을 몰래 버리려다가 들통나는 경우도 있었고, 혹시 몰라서 퇴근 전에 쓰레기통을 살펴보면 깨진 와인잔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죠.

"이해가 안된다고 말을 할 게 아니라, 설거지나 컵을 닦을 때마다 깨진다는 건 그만큼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거잖아. 좀 와인잔에게 상냥하게 대해줘 봐."

 저와 사장님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야 그냥 가볍게 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레스토랑의 물품 하나하나가 재산으로 여기는 사장님은 속으론 열불이 나고 있었을 겁니다.

 그만큼 예의 주시하는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죠.

 그러다가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출근을 하던 그녀였습니다. 오후 5시에 말이죠.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그녀는 새벽엔 친구들과 놀기 바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죠.

 그날도 새벽 4시까지 남사친들과 술을 마셨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제가 말했습니다.

"너 남자 친구 없구나?" 나는 그렇게 말했다.

"있는데요?" 하지만 살짝 정색을 하면서 말이죠.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어제 친구랑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면서. 남자랑."

"맞아요."

"남자 친구 있는 애가 그래도 된다고?"

"그게 뭐가요?"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들이랑 새벽까지 술을 마신다는데, 남자 친구가 그걸 허락한다고?"

 저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저는 그렇게 나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니면 4살 차이라는 게 그만큼 세대차이를 벌리는 간격인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다시 말했죠.

"안 들키면 그만이에요."

"..." 

 저는 나중에 다른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몰라서 그런 건지 묻는 건데. 요새 그래? 내가 너무 꼰대 같은 거야?"

 그러자 옆에 있는 다른 여자애는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말이되요? 그냥 사고방식이 다른 거지."

"그치 그런 거지?"

 저는 그렇게 재차 확인했습니다.

 제가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묻는 것을 들은 모양인지 그녀는 마치 제 발이 저린 것 마냥 저에게 다가와서 다시 말했습니다.

"왜?"

"그러니까요.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 안 들키면 되는 거예요."

 그녀의 사고방식은 그렇게 뚜렷했다.

"그래. 알았다니까. 네 생각이 그렇다는 거잖아."

 내가 그녀의 인생을 책임져주거나 간섭할 일은 없었기에 그저 그런 생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변명하듯 다시 말했다.

"제가 다른 남사친들이랑 술 먹고 있는 걸 남자 친구가 알면 싫어하고 화낼 걸 아니까 비밀로 하는 거죠. 무슨 말인지 말죠?"

"...?"

 이 애는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결론만 따지면 자기가 잘못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이 모르면 그만이다. 이거인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저는 혹시나 해서 물었습니다.

"혹시 나한테 말한 게 남자 친구 귀에 들어갈까 봐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잖아요."

"내가 네 남자 친구 얼굴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말하고 뭐하러 말해?"

 원하는 건 갖고 싶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 비밀로 해야한다니.

 아마 본인도 죄책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겠죠.

 자신의 욕구가 결국 잘못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말 그대로 상대방, 즉 남자 친구가 모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그 감정에서 도망가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죠.


웹툰 작가 유지별이님 제공



 물을 끓이기 위해서 한참 화로에 불을 올리는 주방에서는 생각보다 로맨스가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날에는 재고 확인하려고 냉동창고에 들어가려 했더니 그 안에서 불도 켜지 않아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직장동료 둘이 서로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적도 있었죠. 자그마치 영상 5도의 공간에서.

 제 딴에는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키지 않고 연애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사내연애라는 게 결국 다 보이는 법이었죠.

 문제는. 그러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거였죠.

 남자 쪽은 이미 여자 친구가 있었고, 냉장창고에서 같이 불태우고 있던 여자도 그걸 알고 있었다는 거죠.

 아마 둘 다 나쁜 놈 나쁜 년이라는 인식을 받게 될 것 같아서 숨기고 모르게 하려던 모양이었겠지만, 그렇게 들키고 말았죠. 그 둘은 너무 앞선 욕정 때문에 들켰다고 생각을 했지만 드러나는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저 모른 척을 했을 뿐이었죠.

 그리고 그 모른 척 속에서 두 사람은 안 들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죠. 

"그게 당연히 그런 눈으로 볼 법하다는 건 알지만. 결국 보이는 게 다니까."

"뭐가?"

"바람을 피워도 안 보이고 안 들키면 그만인 거지."

"썸을 타는 것도 아니고, 애인이 있는 사람이 그런 말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안 피워도 오해받을 사람은 오해도 받아."

"무슨 개 같은 논리야?"

"그냥 걔한테 말하지만 말아달라고. 뭐가 그렇게 어려워. 그냥 그래 주기만 하면 되는데."

 오히려 저에게 화를 냈었죠.

 애초에 그놈의 여자 친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 녀석도 그녀도 결국엔 당당한 척을 할 뿐이지, 죄책감을 외면하지 못하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겠죠. 스스로 잘못된 것은 알기에 모르게 하면 된다고 앞뒤 안 맞는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애초에 죄책감이란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느끼는 감정이에요.

 비상식적인 짓을 하면서 죄책감도 느끼면서 괜히 그런 마음이 불편하고 도망가고 싶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불과할 겁니다.

"잘못을 해도 상대가 모르면 그만이다."

 이런 말과 다름없으니까요.


 자신이 잘못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 됩니다.

 말 그대로 피해자가 생겼다는 말이 되는데, 과연 상대가 모를 수가 있을까요?





우연양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9xwy.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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