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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y 19. 2021

어린 여자만 채용하는 면접관

행동에는 이유가 따른다.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주방은 어느샌가 한번 나간 주문서의 메뉴 음식을 또다시 만들기 시작하는 것에 화가 나다 못해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음식을 서빙하는 홀에서 실수가 너무 잦아지고 있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서빙하는 신입 아르바이트생들의 너무 자주 바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면접을 보고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 3일 채 지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바를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은 어디 가나 흔하게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동안 줄곧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미 1년을 넘게 알바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6개월은 물론 3개월도 충분히 꾸준히 알바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난히 새로 들어오는 알바생들이 그것도 연속으로 4명째 1주일을 채우지도 못하고 잠적하듯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오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오면 어떤 경우엔 그 신입이 없는 게 더 나을 경우도 있다. 일은 해야 하지 신입을 가르쳐야 하지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효율적이진 않다. 미숙한 홀의 알바생들이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고, 기존에 있던 알바생이나 직원들은 계속 새로운 알바생을 가르쳐야 하는 상태는 한 달이 계속 지속되다 보니 A테이블에 가야 할 A음식이 B테이블에 가거나 애초부터 주문을 잘못받는다거나 실수가 이어지다 보니 그것을 그대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주방 파트의 직원들이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는 사장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대체 문제인지, 정확하게 홀에서 알바생들이 왜 자꾸 일을 하다가 도망을 가는지 알아야 했다.

"아르바이트 면접은 사장님이 보시는 거 아닌가요? 왜 자꾸 도망가는 애들만 뽑으시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알바생들은 홀 매니저가 면접을 보면서 뽑았어. 그래. 그렇게 맡겨봤었는데."

"홀 매니저가 문제인 거예요?"

"글쎄. 줄곧 홀 알바생들은 홀 매니저가 면접을 보고 뽑았어. 지금 일하고 있는 애들도 말이야. 요즘 유독 이상하게 꼬이네."

 나는 사장님에게 그동안 면접을 본 아르바이트생들의 이력서를 보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그러라고 했고 보고 난 뒤에는 폐기시켜달라고 말했다.

 면접을 본 사람들은 많았다. 면접에 합격을 해서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들도 그다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점은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걸리는 게 하나가 있었다.

"알바생 애들이 죄다 스무 살이나 스물한 살 애들이네."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동안 면접에 합격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 그 외에도 19살에서 27살까지 지원자의 연령대는 폭이 있었음에도 '굳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통점으로 겹쳐있었다.

 


 나는 그 이후로 사장님에게 24살 이상부터 뽑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고, 그대로 25살의 신입 알바생을 뽑았다. 

 일은 잘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이밍도 참 묘하게 흘러가는 게 어린 학생들을 뽑는 게 문제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새로운 알바생은 잘 적응하고 좋은 관계로 남았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사장님은 직접 아는 지인을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으로 데려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봐요."

"네. 저도 잘 부탁해요."

 그녀는 첫인상이 참 좋았다. 서비스업에 경력이 있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인상을 남기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그럴만한 게 그녀는 이 레스토랑의 오픈 멤버였기에 사장님이 직접 다시 데려왔던 것이었다.

 정말로 일을 참 잘해서 혼자서 2인분을 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활동량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그녀는 어느 순간 나에게 말했다.

"의외네요. 그래도 여기 알바나 직원들은 연령대가 저보다 어릴 줄 알았는데."

"왜요?" 그녀는 24살이었다.

"아무래도... 매니저님이 계시 다 보니까요."

"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 모르셨던 거구나. 물어보니까 홀 직원들은 알고 있던데."

 내가 모르는 게 있었다는 게 뭔가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 레스토랑의 고참인데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말했다.

"매니저님, 다른 곳에서 있었을 때도 그렇고 어린 여자 알바생들만 뽑잖아요."

"그게 왜요? 그런 이유가 있어요?"

 나는 순간 한 달 전에 알바생들이 겹쳐 있던 공통점이 떠올랐다. 분명 스무 살이나 스물한 살의 지원자들이었다. 그때는 분명 대학교 방학시기이기도 했기에 그만큼 그 나이대의 지원자가 많아서 그런 확률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여자 친구로 삼으려고 취향에 맞는 알바생을 뽑는 거니까요."

 할 말을 잃었다. 

 홀 매니저와 그렇게 살갑게 지내는 건 아니지만, 서른네 살의 남성이 스무 살 스물한 살 정도 되는 여자애들을 노린다는 게, 안 믿긴다기보다는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삼촌 뻘인데?" 나는 혼잣말하듯 건넸다. 그리고 이어서 "사장님은 알아요?"라고 말했다.

"그게 해고사유 같은 게 되는 게 아니지 않을까요? 애초에 사장님이 그렇게 강단있는 분도 아니고."

"아니, 자기가 그런다고 그게 사귀어지나?"

"나이가 있어도 오히려 나이가 있어도 경제력 있는 남자 친구 좋아하는 애들, 생각보다 많아요. 작은 가게라도 사장이라고 하면 더 그렇죠. '내 남자 친구는 레스토랑 매니저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에이. 그게 무슨. 에이~" 

 나는 그녀가 참 장난을 잘 치는 면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말했다. 

"모든 여자애들이 그런 게 아니니까, 그런 매니저가 부담스러워서 도망가는 거죠."

 나는 그 말에 납득을 해버렸다.

 이미 그녀는 경험자였던 모양이었다. 목격자로든 상대로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애들이 삼촌뻘의 남자와 사귈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삼촌뻘 되는 남자가 그 정도 어린 여자만 노린다는 게. 

 징그러웠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장내의 권한을 저렇게 자기 인간관계에 써먹는 사람도 있구나." 

 내 나이 스물여덟. 

 내가 지금 이 시대의 트렌드에 뒤쳐지고 있는 건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순간이었다.

"그다지 따라해서 좋을 거 없는 거 알죠?"라며 그녀는 손사래했다. "저런 건, 자기 자신한테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고요."

 의도치 않게 뒷담화로 이어지는 것 같은 이야기.

 마냥 잘못된 일이라거나 부정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

 하지만 왜 그 사람 주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보이는지, 1년 가까이 같이 일한 나 조차도 친근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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