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Oct 05. 2021

작은 인연은 좋은 인연으로 이끈다.

만남의 대부분은 우연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고 받는 감정 혹은 노력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설령 레스토랑에서 만나 같이 일하게 된 직원들이나 찾아주시는 손님은 물론.

단순한 만남에서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레스토랑의 손님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의 인연은, 나로선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손님의 입장에선 대부분 계획에서 비롯된다. 결코 드라마 같은 인연이 아니라 소개팅 같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운영자의 목표는 손님에게 맛있는 요리를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다음에도 또 다시 방문해줄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레스토랑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다시 확실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입장에서의 손님은 에프터를 신청하는 소개팅의 인연이다.


매달 마지막주에 근접하면 매번 찾아오시는 노부부가 있었다. 한분은 꽤나 호탕해서인지 맛에 감탄할때마다 주방을 찾아와서 맛에 대해 직접 극찬을 하기도 했으며, 반대로 아내의 분은 매우 정숙해보이시는 분이라 그런 남편의 뒤에서 미소를 보이시기도 한다.

“미안해요. 매번 이렇게 늦게 찾아와서. 우리 때문에 늦게 퇴근하는 것 같아서 더 미안하네요.”

 그 노부부 분들은 라스트오더인 9시 직전에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으셨고, 그만큼 직원들이 늦게 퇴근하게 되는 것에 죄송해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와 주신것만으로도 어디인가.

 마침 마지막 손님까지 대접하기 위해서 남아있던 나는 카운터에서 계산하면서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미안해 하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나는 카운터 밑에 있는 바카스 두병을 건네면서 다시 말했다. “여기까지 오시는데 피곤하셨을 텐데. 한잔 마시고 안전운전하세요.”

 노부부 손님들은 손을 저으면서 거절했지만, 나는 기어이 두분에게 한병씩 건네드렸다. 남편분은 “허허허”하고 웃으시더니 바로 마시고 빈병을 나에게 주셨고, 아내분은 뚜껑도 열지 않고 품에 안고서 레스토랑을 나갔다.

 장장 이 레스토랑의 음식을 먹기 위해서 1시간 30분을 달려오시는 분이시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것도 매달 마지막 주 주말에.


 그 노부부가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에는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이 많을텐데 그 중에서도 꼬박꼬박 이 레스토랑을 찾아오시는 건, 그저 아내분이 우리 레스토랑의 음식을 매우 좋아하셨기에 그런 아내를 위해서 1시간이나 넘는 운전대를 잡고 이쪽으로 오신다. 대부분의 노부부의 경우는 서로 미묘한 거리를 두고 접촉도 없이 나란히 걷는 뒷모습을 보았는데, 그렇게 수수하고 뜨뜻미지근한 노부부는 처음 보았다.

 나는 그 모습에 괜히 나의 엄마아빠를 떠올리곤하며, 좀 더 신경써 드리곤 했었다.



 그런 작은 인연은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좋은 것은 자신만 알고 싶은 법이기도 하지만, 입이라는 건은 말을 주고받기 위해서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는 것 마냥 다른 손님들과 함께 방문하시기도 했다.

 손님 한분한분은 소중하다.

 그렇게 한분한분 소중하게 대접해야, 다음에 재방문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문할 확률이 높아진다. 흔히 말하는 입소문의 효과다.



 한달이 또 지나서 그 노부부는 또 다시 방문해 주었다. 마침 주방에서 홀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방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노부부 두분이서가 아닌 딸로 보이는 분과 셋이서 방문했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주고받았고, 주문이 들어오자 신경을 더 쓰며 요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마침 새로 들어왔던 홀 아르바이트생은 노부부 손님의 테이블에 잘못 서빙을 했고, 잘못 주문이 된것임을 알면서도 아내분은 식사를 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원래의 주문했던 로제파스타를 다시 해서 건네주라는 말에 나는 직접 서빙을 하여 사과를 전했다.

“아, 그냥 괜찮아서 이거 먹은 건데.”

“아뇨. 처음부터 잘못해서 다른 테이블로 간것이니까요.”

“그래도. 그냥 이것도 괜찮아서 그냥 먹은건데, 이렇게 또 가져다주고 미안해서 어떻게해요.”

“괜찮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실수로 서빙한 것을 다른 손님에게 드릴 수도 없으니까요. 애초에 저희 잘못이니 미안해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서로 사과를 하고 있었지만 서로 웃는 얼굴로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했다.

 마무리는 확실히해야하는 법이었다. 나는 그 분들이 식사를 끝내고 계산하려고 하자, 직접 서빙을 했던 만큼 주방에서 나와 카운터에서 계산을 도왔다.

“우리 딸도 여긴 처음오는데 맛있었다고 하더라고.” 남편분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말했다.

 나는 대답보다는 "아~"하는 표정으로 대답해드렸다. 그리고 계산처리를 위해서 결제 금약을 확인하려고 하는 사이에 나에게 질문이 도달했다.

"주말에 일을 하시면 언제 쉬는거에요?"

"저희 같은 요식업 종사자들은 평일날 쉬죠. 각각 식당마다 다르긴한데, 주말에 쉬는 사람도 있고 말이죠. 하지만 저처럼 대부분 평일에 쉴거에요."

"에그. 우리 딸도 일반 회사원인데 출장도 잦고 주말에 출근하고 그래요."

"어휴, 힘드시겠는데요."

 계속 그런 대화가 이어지다보니 계산하기가 뻘줌해졌다.

 그러다가 뭔가 망설이듯이 아내분은 뭔가를 나에게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뒤로 따님이 아빠의 팔을 붙잡고 식당 밖으로 억지로 끌고 나가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다시 확인한 아내분은 나를 보며 말했다.

“사실은 우리 남편이 여기 남자직원한테 우리 딸 소개시켜주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이렇게 데려온거에요.”

 나는 그 말에 살짝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 정말요? 우리 레스토랑에 남자직원은 둘 뿐이긴 한데...”

 한분은 사장님이었고 한 사람은 나였다.

“여기 사장님은 이미 애인이 있는 거 얼아요. 매니저 분이 여자친구이시잖아요.”

 나는 좋게 회피하려고 했지만, 피할 수 없게 되받쳐졌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뭔가 통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내분은 말씀하셨다.

"그냥. 우리 딸이 일만 하고 남자 만나는 건 본 적이 없어서요. 괜찮으면 소개시켜주는 게 어떨까 했어요."

"그런가요."

"낯설기도 하지만, 인연이라는 게 이어질려면 어떻게든 이어지기도 하니까. 서로 모르는 만큼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고. 적어도 우리 부부에게선 여기 이 식당은 물론, 요리사님도 인상적이어서. 그래서 도전해봤는데, 틀린 모양이네요."

"엄청 싫어하시던 거 같은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워낙에 이성에 대해 낯설고 어려워해서 그래요. 그래서 도와주려고 한 거죠."

 조금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곤란했다.

 나로선 갑작스럽기도 했고,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싫다는 듯 아빠의 팔을 붙잡고 나가는 모습에 괜히 아주 약간의 상처를 받는 기분 같기도 했다.

"작은 인연이 크고 좋은 인연으로 이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래봤어요."

 그렇게 아내분은 살짝 어색한 웃음 소리로 얼버무렸다.

 그래도 감사함은 느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찾아주고 우리가 만드는 음식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에 고마워서 보답했던 것들 뿐이다. 애초에 모든 손님에게 그럴테지만, 그 노부부의 마음을 아는 만큼 좀 더 배려를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내분은 확실하게 말씀하셨다.

"다음에 확실히 자리 잡는 거 어때요?" 라고 말이다.

 가끔은 일을 하다가 이런 질문을 하는 어르신이라던가, 직원에게 작업을 거려는 손님이라던가 있기 마련이긴 했는데, 나에게도 이런 말이 전해져 올지는 몰랐다.

 나는 거짓없이 진심을 담아 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라고.

"어머나. 내가 그것도 모르고."

"그럴 수 있죠."

"애인은 없다고 하길래. 그런 생각은 못해봤네요."

 나는 갑자기 그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바로 내 뒤에서 와인잔을 닦고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대화하다가 다른 분이 계산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급하게 계산을 끝마쳤다.

 그리고 그 분은 돌아가시면서 그렇게 말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요." 라고.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드리고 보내드렸다.

 하지만 그 결과를 알려드릴 일은 돌아오지 않았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 어떤 '처음'이란 누구나 무엇이든 힘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