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중에서도 처음이었다.
새롭게 출근하게 되는 직장.
그리고 그 직장은 새롭게 오픈을 하게 된 레스토랑에다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상권이었다.
주로 번화가 쪽에서 일을 하던 나로서는 하루하루 스트레스로 가득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의 투자에 회답을 해야 한다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컸다.
애초에 사람의 입맛은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음식은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만족시킬 순 없다곤 하지만, 완전히 비우지 않은 음식의 그릇을 보면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법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나 대신 책임감을 가져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수많은 평가와 맞닥뜨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처음'이란 이렇게 늘 어느 때나 다가온다.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무언가 바뀔 때마다 '처음'은 늘 존재했다.
하지만 처음이기에 설레기만 하는 연애 같은 게 아니라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결혼'을 하는 것 마냥 두근두근 설렘 보단 긴장감이 더 가득한 현실을 마주하는 '처음'이기에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남았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실망은 시키지 말아야 하기에, 내가 내놓은 음식의 가격에 아쉬움은 없도록 기본부터 잘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요식업을 시작한다면 제일 큰 걱정거리가 있다.
나로선 가장 큰 것이 음식값을 정하는 것이었다.
가성비를 앞세우고 싶어서 8000원대에 파는 파스타는 7000원대로 팔고 싶었지만, 레스토랑의 매장은 신축 건물이었던 만큼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음식값을 낮추긴 어려웠다. 우선 손님이라도 많이 받아들여야 낮은 마진율이더라도 팔 것이 늘어나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음식값을 낮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음식값이 낮으면 소비자 입장에선 기쁜 소식이라는 건 틀림없긴 했다.
그렇기에 홍보겸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전단지를 지참해서 오면 할인해준다는 말에 홍보 대비 1.5배 이상은 손님이 늘어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손님을 늘려봤자 우리에겐 좋지도 않았다.
그렇게 뿌린 수천 장의 홍보지는 '처음'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에겐 오히려 독이 되었다.
처음이었던 만큼 경험이 없던 직원들이 적응을 하지 못해 실수가 잦았고, 익숙하지 못한 만큼 주문 접수의 실수가 그대로 주방에도 영향을 끼쳐 1시간이 지나도록 음식을 받지 못하는 손님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 손님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직원을 두고 소리쳤다.
"생각을 해봐요! 지금 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고요! 이제부터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점심은 이렇게 굶고!"
손님이 화가 난 것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충분히 화가 날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했다.
회사원이 가득한 오피스텔 상권에서, 점심장사를 한다는 것은 손님들이 1시간 혹은 1시간 30분이라는 제한시간을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기대에 충족을 시켜야 했는데, 오히려 1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음식조차 내어주지 못했으니 화가 나는 건 당연했고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그 손님은 자신이 많은 손님들 앞에서 너무 큰소리로 화를 내었다고 미안하다며 저녁 식사시간에 찾아와 주면서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하기며 되려 사과하러 오셨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죄송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손님들의 보내는 시선을 무시하며 그 손님에게 90도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나 같았으면 다시는 이런 식당에는 오지 않았을 거라며 화를 냈었을 텐데, 오히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혼자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고,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실수 없고 물 흐르듯이 운영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곳이기에,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했다.
즉, 나 혼자로서의 '처음'이 아닌 우리 직원 모두 함께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적응을 해나가며 기본적인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이란 아무리 익숙해져도 어렵고 낯설다.
처음으로 하는 연애.
처음으로 하는 직장생활.
처음으로 맞는 이별.
처음으로 마주치는 수많은 감정들은 말 그대로 처음이기에 상당히 충격적으로 머릿속에 남아서 오랫동안 기억을 하게 만든다. 마치 첫사랑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으로 주방의 책임자가 되었을 때에는 뭔가 기대감이 컸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적응했고 어린 나이에 시작했던 만큼 이제 와서 생각하면 정말 어리숙한 행동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역시 '처음'이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 아무리 모의고사를 잘 치고 연습하고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전이 되면 어떤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게 어떤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처음 치는 수능시험에서 주관식을 찍어서 맞추는 바람에 그 하나의 차이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에 입학을 하는 행운처럼 말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처음들이 있다.
처음으로 요리사로서 직장을 구했던 곳.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느끼게 했던 이성.
처음으로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했을 때의 슬픔.
처음으로 자존심을 내려 앉히고 배움을 선택했을 때의 순간.
'처음'이란 생각보다 수많은 순간에 자신에게 찾아오는 법이었고, 앞으로도 수많이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처음 방문인 손님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손님들이 더 이상 처음이 아니라 수번의 재방문으로 익숙하고 계속 찾고 싶게 만드는 식당이 되어가도록.
나는 물론이고 모두가 그렇게 '처음'을 적응하고 버티며 나아간다.
그렇죠?
버티고 버티는 양식당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