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알바형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목소리는 꽤나 짜증이 섞여 있었다.
"열심히 해주면 좋은 거지 뭐가 문제야."
"어떻게 보면 정직원도 저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장님한테 어필하는 것 같잖아요."
그 알바생은 나와 나이가 같아서 다른 직원이나 알바생들보다도 나이가 많았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오히려 깔끔하기도 했고 성실한 면도 있었다. 솔직히 더 앞서 나가서 말하자면 취직할 나이에 알바를 하고 있기에 얕보이지 않도록 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타인에게는 마냥 순수하게 보이는 건 아니었다.
"뭐야. 천장까지 닦아?" 나는 그 알바생에게 말했다.
"아. 응. 아까부터 좀 신경쓰여서."
"그래? 그래도 다들 퇴근하려고 하는데, 이제 그만하고 퇴근 준비하자."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그 또한 멈추나 싶었지만, 닦아낸 부분과 닦아내지 못한 부분의 차이를 살피더니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마저 닦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래? 조심해." 라고 나 또한 말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지만, 결국엔 나 또한 같이 빠르게 남은 부분을 닦아내고 같이 퇴근을 했다.
그는 주방에서 참 많은 힘이 되어주는 알바생이었다. 나 또한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저렇게 열심히 하고 깔끔하고 철저하고 사소한 것에도 노력을 하는 모습을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에 능숙해져 있는 만큼 해야 할 일들을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 것 만큼 편한 것도 없었다.
정직원으로 있는 우리로서 해야 할 일들을 먼저 앞서 해주면 좋기야 하지만, 그런 마음은 누군가에겐 마냥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알바는 결국엔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사람들이고, 저런 모습을 사장님한테 계속 보여주는 건 나중에 우리가 이어받아서 해야 하는 일 같잖아요." 라는 말.
"그게 싫으면 후임으로 들어오는 알바생들한테 네가 시켜."
"그걸 어떻게 시켜요? 누가 알바생한테 퇴근 직전에 천장을 닦으라고 해요?"
"닦으면 좋지. 누가 천장을 닦을 생각을 해?"
"닦고 깨끗하면 당연히 좋죠. 좋긴 한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 이거죠."
"야. 너 요리사 아니냐?"
"네? 그럼요."
"너는 네가 만든 요리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리라고 하더라도 간 보고 맛보고 안 그래?"
"그야... 하죠. 왜요?"
"근데 왜 그래? 애도 아니고 네가 좋은 것만 골라먹으려고만 해? 솔직히 말해서 정직원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사람들 아닌가?"
그 말에 그는 아무런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작작해라 작작. 성실하게 하려는 사람한테 무슨 실례냐? 창피한 줄 알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알바생과 나는 나이가 같은 만큼 아직 더욱 공부하려는 마음에 취직을 늦추고 있었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었다. 유학에도 욕심이 있었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기에 잠도 4시간밖에 못 자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걸 굳이 그 녀석에게 설명해서 이해하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걸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녀석이 알바생을 멋대로 평가하고 생각하는 것도 안될 일이었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했다.
자기 자신 또한 표현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만 앞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을 신경쓰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렇게 끝일 줄 알았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 홀의 손님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괜히 시선이 가는 테이블이 있다.
"파스타 돌돌 마는 집에 예쁘장한 남자 둘이서?"
라던가.
"저분은 혼자서 오셨네. 옆에 큰 캐리어는 뭐지?"
라던가.
"피자가 거뭇거뭇한 게 싫대요. 참나. 화덕피자는 원래 좀 탄 것처럼 보이는 건데, 뭘 모르시네."
라던가.
홀에서는 들리지 않는 주방의 말소리는 꽤나 무례하고 함부로 입 밖으로 나온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궁금해서 알려달라고 다가온다면 되려 기분 좋아서 가르쳐주곤 하지만, 가치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에게 들리지 않기에 함부로 말하는 것은 역시 같이 일할 사람으로서 마냥 지켜볼 수 없었다. 오히려 같이 일을 해 나가야 하기에 또다시 듣게 될까 봐 거북했다.
"야." 나는 주방에서 홀 쪽을 보면서 말했다.
"네?"
"너는 서양에서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 줄 아냐?"
"네? 뭐가 달라요?"
"유럽 쪽인가. 그곳은 설거지통에 물을 받아서 세제를 풀어낸 후 거기에 담갔다가 다시 물로 씻지 않아. 바로 행주로 닦아내고 말려."
"에? 왜 그런데요?"
"왜 그런 거 같아?"
"아니. 그거 아무리 행주로 잘 닦아내도 그릇에 세제 성분이 남을 텐데요? 물 아끼려고 그런 건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세제도 제대로 안 닦는다는 건 좀. 아니 거긴 여기처럼 영업용 식기세척기도 안 쓴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큭큭댔다.
"유럽이나 서양 쪽은 수돗물에 석회질이 많대. 그렇게 수돗물이 석회수라서 세제로 씻어서 마무리로 물로 헹궈내 봤자 마르면 그릇에 석회가루가 날린대. 무슨 말인지 알아?"
"아. 그래요?"
"수돗물 자체가 석회수니까. 수돗물로 헹구는 것 보다 그렇게 닦는 게 나은 거야. 네 말대로 그쪽 나라들은 수도세가 비싸서 그런 것도 있고. 식기세척기는 글쌔.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이 식기세척기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안 그래?"
"네... 에..."
그리고 주문이 들어왔다.
이상하게 기분이 그래서인지 주문서 기계가 오류가 나서 주방에 들어올 필요도 없는 주문서가 올라왔다.
"그 사람들에겐 그런 사정이 있는 거야. 그렇기에 자기들이 만들어낸 방법과 생각들이 있는 거고."
나는 주방으로 잘못 올라온 음료 주문을 홀에게 넘기고 다시 말했다.
"너는 그런 나라 사람들도 멍청하게 볼 거냐? 네가 뭐라고?"
그 말에 그 녀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람은 각자 다르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며 세상 자체를 보면 각자 문화도 다르기에 얼마든지 다 다를 수 있다.
"내가 저번에 말했지? 작작하라고. 세상이 네 생각 기준으로 돌아가?"
지금 테이블에 있는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남성 두 분이 성소수자일수도 있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레스토랑에 혼자 오실 수도 있다. 되려 감사할 일이다. 화덕피자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아 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게 창피하고 감춰야 하고 눈치 보고 타인을 가르쳐야 할 것들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모르는 것이 존재하고, 각자의 사정이 있고 상황이 있고 생각이 있고 조건도 다르다.
"한번 더 그딴 생각 입 밖으로 내보내기만 해 봐."
그 녀석은 세상이 흔히 말하는 '무례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저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판단하는. 타인에 대한 '존중'도 없이 자신의 입장만을 고려하는 그런 사람. 무례한 사람을 구별하는 데엔 그것만큼 확실한 기준은 없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런 입장을 내세우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결국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함부로 범하고 실례되는 일이다.
그 이후로 동갑내기 그 알바생은 모아둔 돈으로 독일로 유학을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전에는 설문조사가 필요해서 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던 게 괜스레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는 인스타그램에는 화덕피자가 거뭇거뭇하게 나온다는 것을 몰라서 항의했던 게 민망해했다는 손님의 글도 보게 되었다. 그건 역시 우리 레스토랑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남성 커플 또한 맛은 마음에 들었는지 우리 레스토랑에 해시태그를 걸어서 좋은 평가를 남겨주셨다.
단지 죄송할 뿐이었다.
그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못난 직원 한놈이 그런 무례함을 범하고 있었으니.
우연양의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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