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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r 20. 2022

그럼요! 당신도 감정쓰레기통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여성 손님이 음식값을 계산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다른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 치즈가 왜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런 말로 시작해서 전통 이탈리아 알리오 올리오에는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다느니, 대한민국에서 어느 이탈리안 식당에서 알리오 올리오에 치즈를 넣느니, 왜 바게트에는 아무것도 발라져 있지 않고 나오는 것인지, 어쩌구저쩌구 나름 상냥한 듯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상냥한 목소리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저 위에서 아래로 보듯 누군가를 가르치는 듯한 목소리였죠. 

 사장님은 그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통이 그런지 몰라도, 각자 방식이 있습니다. 저희 알리오 올리오 좋아해 주시는 손님도 계셔요."

"그런 사람이 있다고요?"

"네. 그거 찾아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죠."

 손님은 어이가 없다는 것인지 마냥 자신이 이해하겠다는 듯한 입고리를 보이며 퇴장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진상이었습니다.

 물론 손님으로서 음식값을 낸 이상 지적을 할 수도 있고 불만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불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죠.

"애초에 카페 사장인 거랑 음식 지적하는 거랑 뭔 상관이야?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탈리아 전통을 왜 찾아? 전통이 맛이 없으니까 변화하는 거 모르면서 어디서 어쭙잖게 유튜브만 보고 와서는."

 그렇게 가끔씩 그렇게 타인을 폄하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저 쉬워 보이는 대상에게 쓰레기통으로 대하듯 자신이 쌓고 있던 나쁜 감정들을 버리고 말죠.

 그렇습니다!

 누구나 감정 쓰레기통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식으로든 말이죠.



 그런 일을 당하고 상담을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건 이전의 저의 고용주였죠.

 그 사장님은 80평 가까이 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한 번화가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며 자리 잡은 맛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있던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었죠.

 그 사장님은 말했습니다.
"나는 좀, 그런 스트레스는 없어. 별로."

"네? 진짜요? 여기는 좀 그런 사람들이 없나 봐요?"

"아니? 번화가인 만큼 더했으면 더해. 물론 오피스텔 상권이라던가 학생가라던가 일부 특정층만 몰려있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근데 왜 스트레스가 없어요?"

"그야... 감정쓰레기통을 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 우리 홀의 직원들이니까."

 그랬습니다.

 주방과 홀은 역할이 다릅니다.

 주방은 손님이 주문하신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고, 홀의 직원들은 그런 음식이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와 함께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서로 역할이 다릅니다. 그리고 홀의 직원들의 역할들 중 하나. 그건 바로 주방 직원들이 밀려오는 음식의 주문들에 신경 쓸 수 있도록 홀에서 마무리를 짓는 것입니다.

 홀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 생도 모든 홀을 관리하는 매니저도, 컴플레인이 있으면 주방에 알릴 정도가 아니라면 자신들이 감당을 하면서 주방 직원들은 주방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그래.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냥 쉽게만 보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듯 막대하기도 해. 너도 그런 적 있었잖아."

"네? 저는 다른 사람들한테 그렇게 함부로 안 해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너 예전에 나 없을 때 음식 먹으면서 홀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진상을 부리던 거, 그냥 네가 직접 주방에서 나와서 그냥 다 받아주고 그랬다면서. 다른 알바생들이나 직원애들한테 함부로 하지 못하게."

"뭐, 그만큼 그 애들이 그렇게 당하는 게 싫었으니까요."

"너도 싫었을 거 아냐."

"저도 싫지만 그게 더 싫었거든요."

"세상엔 별 거지 같은 사람들이 많아. 다 싹싹 그릇 비워놓고 환불해달라는 사람도 있고, 전문가 마냥 지적질 훈수질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무런 지식도 없으면서 그렇게 나불대는 사람도 있고. 뭐 그런 법이지."

 사회생활을 하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듯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면 여러 손님들을 만나는 법이었습니다. 

 이미 충분히 겪어봤던 일이기에 말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사장님은 한마디 더 붙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짜증 나긴 한데, 그 사람들 말고도 고맙고 친절한 손님들도 많아.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지."

"그렇...죠."

"오히려 더 많아. 정말로. 다만 수십 번 잘해도 한번 실수하면 그 실수가 크게 기억이 남는 것처럼. 그냥 그런 차이야. 그냥 네가 그 사람들과 똑같이 똑같은 짓만 하지 않으면 돼.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또 안 와."

 저는 그러다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건 무슨 일일까요?"

"뭐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오는 손님이 있거든요?"

"그럼 단골이지."

"근데 맨날 매번 불평불만을 하고 가세요."

"그래?"

"그리고 다음 주에 또 와요."

"아. 그래?"

"그건 뭐예요?"

 사장님은 잔에 담긴 술을 다 마시면서 말했습니다.

"또라이아냐?"

 남의 손님이라 이런 말을 미안하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있는 만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있으면 소극적인 사람도 있는 법이겠죠. 그리고 타인의 실수에 영향을 받는다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해하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사람에게 다독여 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은 많고 그만큼 비정상적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깔보며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말이죠.

 그만큼 살아가는 것에는 용기가 꽤나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계속 마주치게 될 겁니다. 좋든 실든 말이죠. 

 용기는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자와 맞서기 위해서보단, 자신을 응원하고 함께해주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 더 강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나쁜 사람들보단 좋은 사람들은 세상에 훨씬 더 많습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인만큼 좋은 사람들은 더 주변에 머물게 될 거예요.

 그러니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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