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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Sep 07. 2021

양식당에 불륜커플이 왔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손님 (1)


직장동료의 어머니는 잠시 미역국 집 장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드문드문 손님이 찾아오곤 했는데 아침 일찍의 남녀 커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때마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딱 감이 온다고 했다.

주변에 모텔이 있었던 만큼


식당의 장사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전날만 해도 1시간 동안 10개의 주문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딱 한 팀 말고는 손님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찾아주시는 손님이 많아지고 있었고, 그만큼 매출도 늘고 있었지만, 코로나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게 격상하자마자 바로 영향을 끼친 것이 있었다.

오피스 상권은 회사원들을 상대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인데, 거리두기 격상을 하자마자 재택근무를 하거나 회사 내의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인지 점심시간은 물론 출퇴근 시간에 거리에 나오는 회사원들의 수가 평소보다 30%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장사가 잘되어야 할 시간에 손님은 단 한 팀이었다.

그 손님은 중년부부로 보였다.

비록 오피스 상권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의 오피스텔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하러 오시곤 했는데, 그런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많지 않기에 여유 있을 때에는 평소보다도 더 맛있고 신경 써서 음식을 내곤 했다.

30평이 넘는 양식당의 홀은 그 부부로 보이는 한 팀만이 사용하게 되었고, 그 두 사람은 마치 우리 양식당을 전세라도 낸 것 마냥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틈에서 우리 직원들은 드문드문 손님이 우리를 찾을지 혹은 손님이 들어올지 하며 홀을 살피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이상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손님 중 남자는 어색하게 자신의 수저를 바닥에 흘리더니, 그것을 주우려고 굳이 의자에서 완전히 엉덩이를 떼고 몸 자체를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더니, 수저를 줍다가 여자의 치마를 들췄다.

"오늘은 어떤 팬티를 입었나~"

라는 꽤나 징그러운 목소리로 말이다.

손님은 그 한 팀뿐이었던 터라,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려왔고 보지 않으려고 해도 시야에 들어왔다.


꽤나 진득한 부부인가 싶었다.

여자 또한 웃으면서 애교를 떨었고, 남자는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깨는 것이 있었다.

"응~ 아들~"

두 사람은 화기애애 식사를 하더니 여자에게 찾아온 하나의 전화로 남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의 파스타 그릇만을 바라보며 이미 비워버린 파스타의 소스를 억지로 긁어먹고 있었다.

이상했다. 

두 사람 사이의 아들이라면 남자가 저렇게 조용하고 태도가 바뀔 리가 없을 텐데.

그 모습에 직원들은 두 사람이 불륜이라고 생각했다.

"뻔하지."

"저런 걸 바로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밴드라고 그러잖아요."

그런 말들이 오갔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불륜커플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보았다.

"양쪽 다 배우자가 없거나, 잃은 상태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 불륜은 아니지."

말 그대로 불륜이라기보다는 중년커플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 보자마자 불륜커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일종의 선입견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손님들이 퇴장하면서 확실히 매듭지었다.

"우리 불륜인 거 여기 사람들 다 알겠다."

라며 웃는 듯한 목소리가, 아직 닫히지 않은 자동문 밖에서 들려왔다.


그 사람들은 그런 우리들의 시선들마저 즐겼던 것일까.


 식당을 운영하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하곤 했는데, 그건 어느 상권이든 어딜 가든 바뀌지 않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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