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스튜 만들기
크림 스튜 재료
기본 재료
- 소고기
- 감자 / 큰 것 하나
- 양파 / 큰 것 하나
- 당근 / 반개
- 치즈 / 취향에 따라 향이나는 것 혹은 슬라이드치즈도 무방.
- 생크림 / 500ml
추가 취향 재료
- 새우
- 페페론치노
- 파스타 / 기다란 면 혹은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는 파스타
그가 처음으로 우는 것을 두 번 보았다. 원래부터 그렇게 강인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순수하게 슬퍼서 우는 것을 보았고 두 번째로서는 너무나도 분해서 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슬픔은 아마 전염이 되는 감정인 것 같다.
울고 있는 사람이 왜 울고 있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대로 공명하게 된다. 그가 두 번째로 우는 것을 보았을 땐 그가 분해서 우는 만큼 나 또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괜찮아. 그 인간이 나쁜 인간인 거야. 아니 인간이라고도 하고 싶지 않다."
그는 부당해고를 당했다. 어떤 부분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것인지는 알려주려 하지 않았지만 그보다도 스스로가 얼마나 자존심 상했는지 충분히 보였다.
"해고는 당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너무 분해. 그 이유가."
나는 기다렸다. 이유가 알고 싶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이 되어야 하는 게 우선으로 보였다. 그리고 결국엔 그는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큰 이유는 없어. 자존심이 상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런 취급을 받았다는 것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 그건 그것대로 또 비참해져."
처음엔 나에게까지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해 볼수록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예상만 할 뿐이지 그가 말하고 머릿속에서 떠올리면 그가 어떻게 상처를 입었는지 상상하게 되는 게,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는 그런 부분을 염두했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픔을 공유하지 않은 이상 그가 입은 상처는 나아가기는커녕 더 곪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요리도 잘하지도 않았고, 요리에 대한 공부는 물론 요리 자체에 관심이 끊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도 답답할 노릇이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해보았지만, 우리에겐 늘 서로에게 마음을 풀어주는 것엔 요리를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냉장고를 확인했다. 냉장고의 안은 생각보다 처참하긴 했다.
물렁물렁한 것이 썩어가는 것 같은 감자, 고르곤졸라라고 착각할 것 같은 곰팡이가 핀 치즈와 그도 나도 잘 먹지 못하는 미국산 냉동 소고기와 당근 그리고 2시간 이내에 먹지 않으면 유통기간이 지나버리는 생크림이 있었다. 그리고 선반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마카로니까지.
썩고 썩기 직전이고 잘 먹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이란 없다. 그 어떤 것이라도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고, 쓰임새가 없다면 쓰임새를 만들 수도 있는 게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크림 스튜를 만들자."
나는 그 냉장고에서 우선적으로 소고기를 꺼냈다. 그 소고기는 이미 얇게 썰려있었는데 급했던 만큼 비닐에 둘러싸 흐르는 물에 해동을 시키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감자와 당근을 손질 한 뒤 곰팡이들을 제거한 치즈까지 정리를 했다.
감자는 시간이 지났던 만큼 싹이 텄기 때문에 그 부분을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당근도 시간이 지난 만큼 물렁물렁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쓸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양파는 필수다. 양파는 썩은 부분이 있더라도 제거해서 쓸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식재료다. 볶으면 볶을수록 맛의 풍미가 더해지며 지금 만드는 스튜에 아주 좋은 맛을 더할 것이다.
쓸데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동이 다 된 소고기. 큐브로 썰어놓은 감자와 당근. 얇게 채로 썬 양파. 그리고 치즈
자 이제 쓸모없던 재료들이 누군가에겐 필요한 음식이 될 시간이다.
우선 고기부터다. 고기는 손질이 된 상태에 따라 조리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만큼 얇게 썰린 소고기의 경우는 중불로 열이 올라온 냄비 위에 겉만 구워낸다. 완전히 다 익혀내면 안 된다. 그리고 건져냈을 땐 냄비에 소고기의 육즙들이 내려와 있을 것이다. 그건 결코 태우면 안 된다. 탈 것 같으면 고기를 건져낸 뒤 물을 조금만 넣어도 괜찮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양파 먼저 볶는다. 양파는 천천히 오래 볶는 게 좋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양파를 좀 더 잘게 다지거나 얇게 써는 게 좋다. 그리고 갈색이 될 무렵에는 감자와 당근들까지 볶기 시작한다.
육수는 따로 필요 없다. 이미 처음에 볶아낸 소고기에서 나온 육즙들이 육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마냥 쌘 맛을 내진 않기에 야채들을 볶아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할 때, 물을 자작하게 물을 부어서 소금을 뿌리고 치즈를 넣으면서 맛을 복합적으로 하게 만든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마카로니를 넣어서 익혀주기 시작한다.
수분 또한 증발이 되면, 이제 생크림을 넣을 차례다. 어느새 요리하는 사이에 유통기한은 1시간 이내로 접어들었다. 생크림은 많아도 상관없다. 그리고 적어도 상관없다. 생크림은 그저 스튜를 부드럽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저 스튜의 간과 점성을 자기 취향에 맞추는 것만 신경 쓰면 괜찮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처음에 구웠던 소고기를 넣는다. 시간은 좀 지났지만, 생각보다 꽤나 부드러울 것이다.
레시피는 존재하지만 토대로하여 본인의 느낌대로 하면된다.
왜냐면 요리를 하는데 필요없는 재료 따윈 없으니까.
그런 크림스튜가 떠올렸던 이유는, 아니 내가 그에게 크림스튜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나를 좋아해 주기도 하지만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에게 잘해주려는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가 상처를 입으면 늘 그 상처를 다독여 준 건 그였다. 그는 나에게 새우와 파스타면이 들어가 있는 치즈 스튜를 주물냄비에 끓여서 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그가 나에게 말해줬던 말을 다시 돌려주려고 할 생각이다.
나는 소고기가 들어간 크림 스튜를 들고서.
"세상에 쓸데없는 사람이란 없어. 무엇보다 내가 있는 한 너는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니까."라고.
어째 그런 생각을 하니 크림 스튜처럼 살짝 오글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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