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쉬드 포테이토 에그 샌드위치
매쉬드 포테이토 에그 샌드위치
주 재료
삶은 계란
감자
우유
식빵 혹은 치아바타 빵은 구매를 할 것.
엄마가 수술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아픈 것을 숨긴 것이 결국 화를 일으켜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다행히 수술만 잘 끝내고 회복만 하면 될 거라는 말 덕분에 조금은 안심을 했지만, 직장에 휴가를 내고 엄마네 집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울면서 말했다.
"수술 도중에 잠에서 깬 거 같은데, 막 소리 지르더라. 무서웠어."
아마 예측을 하건대, 수술을 집도하는 교수가 수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도중을 엄마의 수술에 이용한 것 같았다. 대학병원인 만큼 배우는 학생들이 있었고, 교수 뒤에 졸졸 따라다니는 게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깔끔하게 수술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제자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엄마의 수술이 공부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너무 불쾌했다.
그날에는 엄마를 간호한다고 나도 모르게 얼마나 신경을 썼던 것인지, 저녁을 먹다가도 코피를 흘리곤 했다.
수술이 끝난 엄마는 수술한 부위가 너무 아파했었는데, 이틀 정도 지나니 퇴원해도 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는 물었다.
엄마는 유전적으로 위가 약했다. 그렇다고 잘 못 먹는 건 아니었다. 다만 탈이 좀 잘 날 뿐이었다.
"피자 먹을래? 피자 먹고 싶다."
"잠깐만 먹어도 되는 건지 물어보고."
간호사는 흔히 말하는 맵고 짜고 자극적인 것만 되도록 피하면 괜찮을 뿐, 외부 음식의 식사를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주변에 있는 피자집에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엄마는 말을 바꾸었다.
"피자 말고. 그거 먹고 싶다. 그거."
"뭐? 어떤 거?"
"토스트."
"토스트?"
"그래 내가 예전에 너한테 해줬던 거."
어릴 땐 엄마가 버터에 구운 식빵 두쪽 사이에 얇게 썰은 사과와 잼 그리고 계란 프라이를 넣어 포일로 감싸 나에게 주곤 했었다. 엄마는 왜 그때 나에게 해주었던 것을 먹고 싶다고 하는 걸까. 본인이 먹었던 것도 아니고.
엄마는 말했다.
"그냥. 생각이 나서."
하지만 엄마는 피곤했는지 토스트를 먹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 토스트를 대학병원 주변에서 팔리가 없었다. 엄마가 해주던 토스트는 길거리 음식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거라서 옛날 생각이 나는 만큼 옛날의 것으로 건네주고 싶었다.
나는 병원을 나와 바람을 맞으며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새우와 감자튀김을 파는 것을 보고 한 세트를 구매해 자리했다. 하지만 어째,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버렸다.
참 되는 게 없었다.
평소에도 잘 일어나지도 않는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새삼스럽게 그동안 음식을 엎어 버리지 않고 용케 잘 먹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워낙에 엄마 아빠는 건강했으니까. 너무 쉽게 생각했네."
그대로였다.
평범한 일상은 너무 평범하고 똑같이 지나가기에 언제까지고 그렇게만 지나갈 거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행복이 일상 속에 숨어있다는 것도 모르고, 아무 의미 없다는 듯이, 보람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하마터면 엄마가 큰 병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쩌려고.
나는 바닥에 떨어뜨려버린 음식들을 줍지 않고 마냥 바라만 보았다.
다시 생각이 났다.
엄마는 왜 나에게 해주었던 음식이 되려 자신이 먹고 싶다고 했을까? 옛날 생각이 났던 만큼 아팠던 걸까?
반대로 나는 내가 엄마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을 해주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어릴 때부터 감자를 좋아했다. 집 근처에는 감자탕이 있었는데, 감자탕의 감자가 야채 감자를 뜻하는 줄 알고 나는 매번 엄마에게 감자탕을 먹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걸로 동네 사람들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로 자주 입에 올리기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알감자는 반드시 사 먹기도 했고, 햄버거에도 감자튀김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샌드위치도 마찬가지였다. 감자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라면 뭐든 좋았다.
아마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던 토스트를 나에게 해준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지.
매쉬드 포테이토는 단순히 으깬 감자가 아니다. 입에 넣는 순간 너무 부드러워서 녹는 것 같은 부드러운 텍스쳐를 가지도록 채에 갈아내어내는 감자다.
끓는 물에 아주 푹 익혀서 조금만 문지르면 완전히 부서질 정도로 삶는 게 좋다. 그리고 식기 전에 채에 건지는데 단순히 물기만 빼는 것이 아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그 작은 구멍에 물뿐만이 아니라 감자까지 그 위에서 으깨면서 감자마저도 통과시켜야 한다.
손은 좀 힘이 들겠지만, 세상 그렇게 부드러운 감자 입자를 가진 으깬 감자는 없을 테니.
그렇게 으깬 감자엔 우유와 버터를 넣어 계속 휘저어주면 버터는 녹고 뻑뻑한 감자에 부드러움이 추가되면서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좋을 매쉬드 포테이토가 완성이 된다.
아주 간단명료하지만 팔이 조금 아플 뿐인 요리다.
하지만 탄수화물만 가득해서야 어디 환자의 건강을 제대로 챙길 수야 있으려나.
삶은 달걀은 감자처럼 채에 걸러낼 필요는 없다. 손으로 마주 움켜쥐며 으깨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간을 맞추기 위해서 취향에 맞게 마요네즈와 소금을 넣어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엄마는 미각이 예민한 편이라 짠 것은 극히 싫어했다.
그렇게 매쉬드 포테이토와 으깬 달걀을 믹스하고 빵집에서 산 빵 사이에 넣어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가 된다.
빵집에 갈 거면 차라리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언제 어느 순간이든,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의 요리를 해 줄 수 있다는 게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던 순간이었다. 당연한 것은 없다. 매일 해주고 싶은 밥이 나도 모르게 마지막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 행복은 일상속에 늘 숨어있고, 그 일상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그리고 먹고 싶다던 피자와 함께 엄마에게로 향했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물었다.
"어때 맛있지?"
엄마는 말했다.
"샌드위치 말고 토스트 먹고 싶다니까."
그래도. 엄마는 환자복에 매쉬드 포테이토를 다 흘리면서 다 먹어주었다. 다음엔 토스트를 해와달라고 하면서. 그건 집에 돌아가면 해줄게.
그러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 속에 행복이 있으니.
이전 요리
https://brunch.co.kr/@bookerbuker/831
글쓴이 출간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83791650
글쓴이 인스타그램